경기부양효과 컸던 재난지원금, 2차는 중앙정부가 100% 지급해야

  • 등록 2020.07.04 10:5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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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전문가, 소상공인을 초청해 1차 재난지원금의 평가와 2차 재난지원금 논의가 활발한데, 어떤 기준을 가지고 지급해야 하는지 심도 있는 논의를 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정책결정자들이 꼭 챙겨 들어야 할 이야기가 많았다.

 

최원재 리포터_ 최원재 리포터입니다. 먼저 각자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박도희 전라북도 완주군 사회복지과장_ 로컬푸드 1번지 완주군에서 왔습니다. 
강남훈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_ 경기도 기본소득위원회 공동위원장 강남훈입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_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입니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연구실장_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연구실장입니다. 
이호준 한국편의점네트워크 사무총장_ 반갑습니다. 편의점주들이 모인 편의점 네트워크 이호준 사무총장입니다. 


최원재 리포터_ 1차 재난지원금의 경기부양효과가 있었다고 보시나요?


이호준_ 당연히 있었다고 봅니다. 현금이 아닌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해 대형마트나 백화점보다 지역 골목상권에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차남수_ 현장에 사용되는 돈이 재난지원금인지 자기돈인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2~4월보다는 소비가 늘어났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강남훈_ 통계상 뚜렷한 경기부양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옵니다. 
이은희_ 5월부터 매출 상승세가 뚜렷합니다. 전년 동기 5월과 비교해 매출이 10~15% 증가했습니다. 
박도희_ 주민들이 숨통이 트였다고들 하세요. 특히 전통시장이 활성화됐습니다. 

 

최원재 리포터_ 2차 재난지원금을 주자는 의견이 있는데, 어떤 기준으로 지급해야 할까요?


박도희_ 완주군은 전 군민을 대상으로 3차까지 지원금을 지급했고, 저소득계층은 한시생계비까지 포함해 4차까지 지원했습니다. 소상공인, 자영업자, 프리랜서에게도 나름 예산을 편성해 지원했습니다. 이에 2차재난지원금을 지방재정 문제도 있어 좀 더 신중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강남훈_ 1차 재난지원금은 지자체가 주도해 정부가 따라갔지만 2차재난지원금은 화폐발행권을 가진 중앙정부가 100% 지급해야 합니다. 지방에는 더이상 돈이 없습니다. 가구 단위가 아닌 개인별로 지급하고, 장기적인 재정을 위해 바람직한 일입니다. 
이은희_ 1차 재난지원금 지급은 누구나 다 인정한 것이지만 2차 재난지원금은 왜 줘야 하는지 먼저 명확한 이유를 설정해야 합니다. 또한 소비는 돈이 안정적으로 들어와야 할 수 있는 것인데, 언제 지원금이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소비를 편하게 할 수 없습니다. 
차남수_ 2차 지원금도 전 국민에게 지급해야 합니다. 현금이나 현물로도 지급하고 소상공인들에게는 공과금 감면도 검토할 만합니다. 
이호준_ 2차 재난지원금은 사용처를 보다 세밀하게 구성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최원재 리포터_  1차 재난지원금은 중앙과 지방이 8대 2로 지급했는데, 2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면 누가 줘야 할까요?


박도희_ 군 자체적으로 재난지원금을 준비했고, 1차 재난지원금도 중앙과 매칭으로 지원하다 보니 군에서 2차 지원금까지 부담하기는 어렵습니다. 2차 재난지원금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지급해야 합니다. 
강남훈_ 제일 중요한 것은 지방정부는 지방채를 많이 쓰면 파산할 위험이 있지만 중앙정부는 국채를 많이 발행해도 파산하지 않습니다. 이미 지방이 최선을 다해 지출한 만큼 중앙정부가 2차 재난지원금을 다 부담해야 합니다. 

 

최원재 리포터_ 갑작스러운 지원금 예산 투입으로 본래 추진하려던 사업에 차질이 생기진 않았나요?


이은희_ 소비자가 재정과 가계 안전성 위에 소비를 잘하려면 미래가 안정적이어야 합니다. 정부가 일자리가 없어지는 산업에 좀 더 관심 갖고 고용을 유지하는 일이 시급합니다. 또한 코로나19가 오기 전 경기가 굉장히 안 좋았고, 침체 국면이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가 왔는데, 코로나 이전 경제 운용에 대해 국민이 납득하지 못하고 우려의 목소리가 있습니다. 그런 국민의 불안을 해소시켜야 합니다. 
강남훈_ 1차 재난지원금이 13~14조 원 투입됐는데, 다른 부분 예산을 가져온 거예요. 원래 계획한 사업이 밀린 것이죠. 그러나 재난 시기 정부가 부채를 늘려 통화를 풀어야 빨리 회복됩니다. 우리는 지원금 액수나 정부 부채도 적은데 너무 엄격한 재정건전성에 사로잡혀 있어요. IMF 외환위기를 겪은 후 민감해져 있는데, 국채를 발행해 파산하기란 불가능합니다. 세계대공황 시절 정책 실패의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재정건전성이었습니다. 세계 공황이 오기 전 정부가 계속 흑자를 냈고, 가계 빚은 늘어났습니다. 국채와 외화 부채는 구별해야 합니다. 

 

최원재 리포터_ 지원금 말고 지역경제 회복을 위한 다른 방안이 없을까요?


박도희_ 완주군은 지원금 외에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 프리랜서 등을 위한 TF팀을 만들어 29개 종목에 대한 지원 대책을 마련했습니다. 정부의 지원금, 한시생계비 말고도 저희 군에서 지급하는 긴급생계지원 등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차남수_ 착한 임대료 운동, 착한 선결제 운동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는데요, 특히 소상공인입장에서 가장 큰 비용은 임대료와 인건비입니다. 임대료는 장사가 안 돼도 무조건 나가야 하니까요. 정부가 착한임대인 운동을 공격적으로 추진해주길 바라며 고용유지를 하는 소상공인을 위한 지원도 많이 해주십시오. 프랑스도 경제 취약계층인 소상공인에게 임대료를 보전해줍니다. 전국에서 동참하면 지역경제도 활성화되고 소상공인도 버틸 힘이 생깁니다. 
강남훈_ 부동산은 규제보다는 지금보다 훨씬 강한 보유세를 매겨 안정화시켜야 합니다.
이은희_ 파격적인 가격으로 상품을 할인하면 소비자가 많이 모입니다. 우물을 퍼 올릴 때 필요한 마중물처럼 강력한 이벤트를 지역에서 마련해야 합니다. 원가 이하 상품을 제공하거나 지원금을 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계획을 잘 세워야 합니다. 착한 이름을 붙이긴 하는데, 정부가 개입하면 그게 착한 것이 될까요? 임대료로 힘들다는 건 다들 공감하지만 이 문제가 해결되려면 건물주에 대한 혜택도 고려해 도미노처럼 문제가 해결되도록 해야 합니다. 정부가 강제하는 것은 자유시장경제에 맞지 않습니다.


최원재 리포터_ 소상공인들과 자영업자들에게 피부에 와닿는, 정부에 건의사항은 없는지요? 


이호준_ 재난지원금을 현금보다는 지역상품권을 발행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제주도에서는 현금으로 지원해 지역경제활성화 효과를 못 받았답니다. 재난지원금은 지역사랑상품권 형태로 발행하면 좋겠습니다. 또한 회원사들이 보내온 영수증을 보면 재난지원금으로 담배를 많이 사러 온답니다. 담배는 썩지 않아 계속 갖고 피울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담배는 매출의 50%가 세금입니다. 그래서 세금 풀어서 세금 걷는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옵니다. 그래서 실제 가맹점주들의 소득에는 큰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허점이 있습니다. 종량제 봉투도 4%만 가져가기 때문에 경제적 효과가 미미했습니다. 
이은희_ 소비자 입장에서 재난지원금을 어디서 쓸 수 있고 어디서 쓸 수 없는지 정보가 너무 부족했습니다. 저도 선풍기를 사려고 돌아다니기만 하고 정작 구입을 못 했습니다. 소비를 어떻게 유도하면 좋을지 촘촘한 설계가 필요합니다. 또 하나는 전통시장에서 좌판을 놓고 열악하게 상품을 판매하시는 분들은 이번 재난지원금의 혜택을 못 봤어요. 갑과 을은 혜택을 보았는데, 병과 정은 소외된 것이 아니냐는 말이 있습니다. 재난지원금을 신용카드로 지급할 때 이점도 있지만 정말 영세한 분들을 위한 세심한 정책이 필요합니다. 
박도희_ 완주군은 1차 때 상품권, 2차 때 기프트 카드를 주었습니다. 지자체가 관심 갖고 홍보하고 시장에서도 쉽게 사용하도록 해야 합니다. 저희는 일찍 지원금을 지급했고, 98%나 지원금을 받아갔습니다. 
홍보도 잘돼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도움이 됐습니다. 주민들이 너무 좋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정부 재난지원금은 현금이 20%, 신용카드가 50%, 한정된 정부 재원을 어렵고 힘든 분들에게 선별적으로 주고, 각 개직접 찾아와 지급받은 게 30%입니다. 온라인은 젊은 층이 많이 사용했습니다.
차남수_ 소상공인 입장에서 첫째는 대출에 대한 정보입니다. 재난안전문자는 실시간 오는데, 대출 관련 문자는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민간의 카드론 대출은 매일 문자로 옵니다. 정부의 대출 지원 정보도 적극 제공해주길 바랍니다.

둘째, 재난 기간에는 지역상품권을 통폐합해 어느 곳에서나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셋째, 사회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어하시는 소상공인들을 위한 심리 회복 서비스를 건의드립니다. 너무 지쳐 자살하는 분도 계시거든요. 재난 피해를 받은 소상공인들이 견딜 수 있는 심리적 안정 프로그램을 지원해주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최원재 리포터_ 혹시 해외 선진국들의 코로나19 대응 정부지원금 현황이나 시사점을 말씀해주시겠어요. 


강남훈_ 미국에서는 연 소득 7만 5,000달러(부부 15만 달러: 1억 8,060만 원) 이하인 가정에 1인당 1,200달러(144만 원), 부부 2,400달러(288만 원)의 현금을 지급했습니다. 여기에 자녀 1인당 500달러(60만 원)의 지원금까지 지급됐습니다. 단순 계산하면 부부와 자녀 1명으로 구성된 세대는 총 2,900달러(약 348만원)를 받을 수 있는 셈입니다. 
미국은 소득 순위 85%의 시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전액 지원했습니다. 85%부터 95%까지는 감액된 금액으로 지급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전 국민에게 4인 가족 기준 100만원을 지급했는데요, 미국은 2차 재난지원금도 지급할 것입니다. 공정하게 하려면 미국처럼 하든지 우리나라처럼 하든지 해야 할 것입니다. 
또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한국인 CEO는 재난이 닥치자 중국 공무원이 와서 고용을 몇 명 하고 있으니 고용유지 지원금을 엄청 주었다고 합니다. 신청해서 준 게 아니라 찾아오는 서비스를 한 것이죠. 
차남수_ 영국 사례도 보면 소상공인들이 지원금을 받기 위해 줄을 서는 일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실태조사가 끝나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예산을 내려주고 지방정부는 각 개인에게 연락해줍니다. 당신은 얼마를 받을 수 있다고 말이지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소상공인에 대해 많은 말을 했지만 아직 실태조사도 안 되어 있고, 정확한 파악이 안 됐습니다. 우리나라도 영국처럼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서 정확하게 재난지원금을 안내하고 통보해주면 좋겠습니다. 

 

최원재 리포터_  재난지원금으로 나라 빚이 더 많이 생겨서 우려하는 분도 많은데요. 


강남훈_ 재난 시기에 정부가 흑자를 내면 재난이 굉장히 오래 갑니다. 그건 절대로 피해야 할 일입니다. 
복식부기 회계원리상 정부, 민간, 해외 부문이 있는데, 해외 부문을 무시한 상황에서 정부가 흑자면 민간이 적자입니다. 민간은 부채가 늘어나면 소비와 투자를 줄이지만 정부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것을 알고 계신 김경수 경상남도지사는 재난지원금으로 정부가 빚을 지지 않으면 민간이 빚을 진다면서 2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재정건전성을 너무 엄격하게 유지하는 나라입니다. 중앙정부가 책임지고 통화를 빨리 늘려야 경제적 효과가 클 것입니다. 
이은희_ 이제 1차 재난지원금이 거의 소진되면서 가게마다 손님이 갑자기 줄었다고 하는데요, 정부가 계속 나서서 지원금을 지급하고 또 지급하는 게 좀 걱정됩니다.

이호준_ 편의점 매출 데이터를 보면 2월까지는 직선으로 가다가 3월에 완전히 고꾸라집니다. 학원, 학교, 유흥가, 역 근처 편의점은 아예 폭탄을 맞은 정도인데요, 4~5월이 돼서야 이제 좀 상당히 올라 작년 평균 매출 대비 80~90% 정도 올라왔습니다. 경기를 다시 회복시키는 데 지원금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7~8월경 1차 지원금이 완전 소진되면 다시 한번 어려움이 찾아올 텐데 2차 재난지원금을 다시 편성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박도희_ 완주군은 지자체 재난지원금을 두 차례나 지급한 곳으로 예산이 남아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군수님께서 코로나19가 금방 끝나지 않을 것이고 경제적 타격을 크게 입을 것이기 때문에 선제적인 차원에서 집행한 것입니다. 선견지명을 바탕으로 약속을 지킨 군수님을 우리 군민들이 많이 존경하고 있습니다. 

 

최원재 리포터_ 그 외 2차 재난지원금과 관련해서 다양한 제안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이호준_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지급했지만 학교 근처 교복을 파는 분들은 혜택을 못 보셨어요. 2차 지원금을 주실 때는 골목 선순환이 되도록 세밀한 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소상공인들은 한국 경제의 실핏줄 같은 존재입니다. 지역경제 선순환이 되고 골목경제가 활기를 찾을 수 있도록 방법을 더 고민해주시길 바랍니다. 
이은희_ 재난지원금을 신속히 집행하는 차원에서 100% 지급하는 게 맞죠. 
하위 50%에게는 재난지원금이 크게 도움 됐습니다. 그러나 중위소득계층은 좋긴 해도 그렇게 긴급하게 생각을 안 합니다. 재난 상황에서는 정말 어렵고 힘든 분들에게 한정된 정부 재원을 지급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는 세대 단위로 지원금을 주다 보니 저희는 세대주가 기부를 원해 나머지 식구들과 대치 중입니다. 저희 아이들은 지원금을 받으려 하는데 세대주의 위임장을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미성년자의 경우 세대주가 받는 게 맞겠지만 개인의 의사를 존중받는 방법이 마련되면 좋겠습니다. 
차남수_ 이번 재난지원금은 소상공인들에게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재난안전관리기본법에 명시된 취약계층에 경제적 약자인 소상공인이 포함되도록 해주십시오. 정부가 신속히 지원하고 싶어도 법에 지정이 안 되면 쉽지 않습니다.

둘째, 소상공인이 어려움을 버틸 유인책을 마련해주십시오. 작지만 섬세한 정책이 소상공인들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이호준_ 재난지원금의 사용처에 대한 섬세한 기준이 필요하고 기업들도 상생지원자금을 출연하면 좋겠어요. 공무원들도 복지포인트를 받는데, 그 포인트를 지역사랑 상품권으로 사용하면 지역 선순환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강남훈_ 경기도 기본소득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오늘 해주신 말씀을 잘 새겨두고 공무원들에게 전달하겠습니다. 
박도희_ 코로나19가 장기화될 조짐을 많이 보이는 시점에 지자체에서도 많은 분이 지원금 혜택을 받고 골고루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최원재 리포터_ 코로나19로 다들 힘들고 어려운 이때 긴급 재난지원금이 국민에게 큰 힘이 됩니다. 오늘 나온 이야기가 정책결정자들에게 좋은 참고가 됐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김자현 기자 nlnc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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