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경제충격,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 등록 2020.07.09 15:2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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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 1월 처음 발생한 지 거의 반년이 돼가지만 코로나19의 경제충격에 대한 GDP 통계자료는 1분기 자료밖에 없는 형편이다. 그렇지만 코로나19가 끼친 경제적 충격의 규모를 가늠하기에는 충분하다. 먼저 1분기 경제성장률은 작년 4분기에 비해 1.3%포인트 떨어졌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이 1.0% 떨어졌고 서비스업은 2.4%포인트 추락했다. 제조업 중에서는 목재인쇄(-6.0%), 전기장비(-5.9%), 운송장비(-5.3%) 및 비금속광물(-3.1%)에서 많이 떨어졌고 서비스업에서는 음식숙박업(-16.2%)과 운수업(-11.9%) 및 문화스포츠(-11.8%)에서 충격이 심했다. 문제는 이 통계는 코로나19에 따른 방역강화로 인한 경제적 충격이 본격화된 4월 이후의 통계를 포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실제로 경제적 충격은 4월과 5월에 집중됐을 것이므로 2분기 통계는 이보다 훨씬 참혹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제조업의 부진이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들어갈 것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에도 마이너스 성장은 2008년 4분기에만 일어났는데 1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보인 것은 2003년 1~2분기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보일 때 나타나는 현상은 첫째로 일자리가 줄어든다. 특히 서비스업, 그중에서도 영세자영업자의 일자리가 현저하게 줄어든다. 실제로 지난 4월과 5월의 일자리는 지난해에 비해 각각 48만 명과 39만 명 줄어들었다. 일자리가 없다 보니 아예 경제활동에서 빠져나온 사람(이들은 실업통계에도 잡히지 않는다)이 56만 명이나 늘었기 때문에 이들까지 합하면 사실상 일자리는 100만 이상이 사라진 셈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근로시간도 줄어든다. 4월 평균 근로시간은 주당 36.1시간으로 작년에 비해 5.1시간이나 줄어들었다. 총취업자를 2,700만 명, 그리고 시간당 임금을 1만 원으로 잡으면 주당 약 2,700억 원 소득이 줄어든 것이고, 월로 보면 1조 1,000억 원, 연간으로는 약 13조 원의 소득 손실이 생겼다는 말이다. 둘째로 소득 감소는 당연히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근로소득과 자영업자 소득에서 큰 폭의 감소가 일어난다. 셋째로 일자리가 끊긴 사람들은 당장 일거리를 찾아 인근 대도시로 몰려들 수밖에 없다. 특히 연령이 낮을수록 이동성은 높아진다. 넷째로 국세도 지방세도 모두 세수가 줄어든다. 모든 거래가 위축되니 소득세와 부가가치세와 양도소득세가 줄어들 것이고 교통세도 쪼그라들고 만다. 지방세의 주요 세원인 재산세야 줄어들 이유가 별로 없지만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세금을 납부하지 못하는 가구가 늘어나므로 자연히 세수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다섯째로 사회 민심이 흉흉해지고 정부에 대한 불신감이 높아지게 된다. 대도시에도 변변한 일자리가 있을 리 없으니 대도시로 유입된 노동력은 우범 불안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번 코로나19 위기가 전례를 보기 드문 심각한 경제위기인 것을 인식한다면 정부는 그에 상응하는 각오를 다져야 할 것이다.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도 필사의 각오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특히 공무원들은 피부에 와닿는 영향을 겪지 않으므로 코로나19의 충격을 절실하게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정책을 계획하고 집행하는 공무원들이 현장을 정확히 인식하고 공감하지 못하면 모든 대책이 원성을 사고 겉돌게 된다. 왜냐면 정부의 대책이라는 것이 필연적으로 예산과 인력의 제한 때문에 현장의 애로를 100% 복구하지 못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민의 불만은 반드시 발생하게 되어있는데 그런 심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실컷 돕고도 욕을 먹게 되는 것이다.

 

정부의 코로나19 대책의 근본 방향은 첫째,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솔선하여 구조조정의 모범을 보일 필요가 있다. 전 직원은 아니더라도 일정직(예컨대 5급 이상) 이상의 고위직들이 자발적으로 임금이나 혹은 복리비를 삭감하여 모범을 보일 필요가 있다. 
모든 공무원이 단 1원도 예외 없이 국민이 내는 혈세로 온 가족의 생계를 꾸린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코로나19와 같은 경제적 국난에 고통받는 납세 국민을 보면서 고통 분담을 자청하지 않을 사람이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세종대왕은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본인과 관료들이 스스로 음식과 술을 줄여 모범을 보이도록 지도했다. 


둘째, 피해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챙기는 것이다. 특히 지방정부는 피해 현장에 가까이 있으므로 어떤 업체가 매출과 고용과 소득에서 얼마의 피해를 입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지방정부 직원은 물론 필요하다면 임시직 고용인원까지 총동원하여 피해에 대한 실사를 서둘러야 한다. 그리고 이번 기회를 통해 제도적이고 체계적으로 현장의 경제생태계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나중에 쓸모가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뉴딜정책은 이런 방면에 매우 유용한 지원책이 될 것이다. 정부가 지원하는 인력을 동원해 체계적으로 현장의 경영 상태를 파악하는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세종대왕은 태풍이나 가뭄이 들면 즉각 진제검찰관을 전국에 보내 피해를 직접 조사하게 했다. 그리고 변계량과 맹사성을 시켜 농업에 대한 근본적인 기초 조사를 실시해 1432년 《팔도지리지》를 발간했다. 


셋째, 피해업체의 피해 정도에 비례하는 신속한 지원이 마련돼야 한다. 이 경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서로 충분히 협의, 역할을 분담해 중복지원을 막을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매출감소의 일정 비율은 중앙정부가 담당하고 나머지 일정 비율은 지방정부가 담당하는 방식이라든지, 고정비용 손실(예컨대 인건비)은 중앙정부가 담당하고 운영자금 부담(예컨대 전기세 혹은 수도세 등)은 지방정부가 나누는 방법도 좋다. 세종대왕의 농가 피해 지원책을 보면 피해 정도에 따라 3등급, 재산 형편에 따라 3등급으로 나눠 지원을 차등화했다. 

 

넷째,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 국채나 지방채를 발행해야 한다면 머뭇거리지 말아야 한다. 다소간의 부채가 늘어난다 하더라도 정부의 지원이 부당하고 편파적이지 않으면서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대책이라면 국민은 충분히 이해하고 용인한다. 국가부채비율이 낮으니 부채가 늘어나도 된다는 논리가 아니라 꼭 필요하니 부채비율에 상관없이 지원하는 것이 돼야 한다. 

 

다섯째, 피해기업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지원해야 한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협동조합 조직이나 상공회의소나 기업단체와 끊임없이 협의해야 한다. 피해기업들이 시급하게 바라는 대책은 꼭 실현시켜야 한다. 

 

여섯째, 지원의 우선순위를 민주적인 방법으로 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위에 말한 단체들과 협의하고 토의해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해 내려보내는 지원책은 불만과 원성만 조성할 뿐 별 효과가 없다. 이제 코로나19 국난 극복의 책무는 전적으로 정부의 몫이 되었다. 

신세돈 숙명여자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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