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지방, 살아나는 지방

  • 등록 2020.07.03 15: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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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인구 쇼크가 대한민국을 엄습하고 있다. 
2019년 합계 출산율은 0.92명, 노인인구 비율은 15.5%이다. 매년 아기는 줄고 노인은 늘면서 인구 자연 감소가 가속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인구감소와 인구구조 변화에 대한 인식과 체감이 중앙과 지방은 상이하다. 중앙은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반면 지방은 생존과 직결된 위기에 직면했다.

 

2020년 5월 현재, 대한민국은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827만 명으로 전체 인구 5,184만 명의 15.9%를 차지하는 고령사회를 겪고 있다. 
그리고 5년 뒤인 2025년에는 고령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 전체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된다. 아직 5년이나 남은 것 같지만, 지방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고령인구 비율이 수도권은 13.9%인 반면, 지방은 17.9%에 달한다. 
더욱이 전남, 경북, 전북, 강원의 경우 이미 20%를 초과해 초고령사회를 경험하고 있다. 충청남도만 해도 2005년 고령사회에 진입해 국가보다 8년 빨리 고령화가 진행됐다. 이로 인해 지방은 고령화 지표 모두가 중앙보다 열악하다.


충청지방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생산가능인구 3,757만 명이 노인 707만 명을 부양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를 노인부양비로 보면 생산가능인구 100명당 부양해야 할 노인이 전국은 19명인 반면 충남은 23명으로 4명이나 더 많다. 유소년인구 100명당 노인 인구도 전국은 107명인 반면 충남은 121명으로 14명 더 많다. 무엇보다도 노인 1명을 부양하기 위한 생산가능인구가 충남은 4.3명으로 전국 5.2명보다 1명 적은 생산가능인구로 노인을 부양하고 있다. 이러한 고령화의 압박은 지방의 재정건전성과 지속 가능성을 악화시키고 결국 지방의 자립과 발전을 저해하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한편 고령화는 노인의 낮은 이동성으로 기존의 인구구조를 유지하면서 주로 자연적 변화에 따라 점진적으로 진행되지만, 저출산은 가임여성인구의 유출이라는 사회적 요인까지 더해져 지방의 인구감소와 소멸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
작년 11월,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지방소멸지수에 따르면 전국 228개 시·군·구 중 42.5%인 97개 시군구가, 그리고 전국 3,542개 읍·면·동 중 46.3%인 1,641개 읍·면·동이 30년 내에 소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전국 수준이 아닌 수도권과 지방으로 나눠보면 인구감소의 위기가 지방에 더 크게 몰아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수도권을 비롯한 대부분의 광역시는 소멸 위험이 없거나 보통이지만, 지방의 8개 도 가운데 6개 도의 경우 이미 미래구성의 토대를 이루는 20~39세 가임여성인구가 미래 자연 감소 확률이 높은 65세 이상 인구보다 부족한 소멸 주의 단계에 진입했다. 특히 전남과 경북은 소멸 위험 지역으로까지 떨어졌다. 전남과 경북은 초고령사회에 가장 먼저 진입한 도이기도 하다. 소멸 위험에 처한 97개 시·군·구의 경우에도 수도권은 6개에 불과하지만 지방은 91개로 소멸위험 시·군·구의 거의 대부분인 94%를 차지한다. 

 

이렇게 지방에 가중된 인구감소 위기의 원인은 크게 2가지로 살펴볼 수 있다.

 

첫째는 ‘강력한 수도권 집중’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사람, 자본, 권력을 모두 빨아들이는 수도권 블랙홀에 빠져 있다.
인구의 경우 2020년 5월 현재, 전체 국토면적의 11.8%인 수도권에 50.15%인 약 2,600만 명의 인구가 몰려 있다. 1,000개의 대기업 본사 중 74%가 밀집돼 있다. 2015년 기준 전국 사업체 387만 4,000개 중 수도권에 183만 5,000개의 사업체, 즉 47.4%의 사업체가 집중돼 있다.

 

이로 인해 전체 종사자 2,088만 9,000명 가운데 51.4%인 1,074만 4,000명의 종사자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또한 전국 매출액 5,311조 원의 55%, 전국 영업이익 349조 원의 50.5%도 수도권이 독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수도권의 일자리, 교육, 교통, 경제의 집중은 지방 청년들의 유출을 가속화하고 지방의 일자리와 생활 인프라를 붕괴시켜 다시금 지방의 인구유출을 가속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방에 가중된 인구감소 위기의 둘째 원인은 ‘미약한 자치분권’과 그에 따른 인구의 자연감소와 사회 감소이다. 우리 자치분권의 현실을 보면 자치행정 분야의 3분의 2는 국가사무이며, 지방공무원의 70%는 국가에서 정해준 지정된 일을 수행하고 있다. 자치재정 분야에서도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78:22로 2할 자치에 머물러 있다. 지방광역도의 재정자주도도 50% 수준이고, 재정자립도는 40%에도 못 미친다. 자치입법 분야에서는 지방자치법 제22조에서 법령의 범위 안에서 조례를 제정하도록 해 지방의 사무를 중앙에 구속하고 있다.

 

이러한 자치 행정·재정·입법의 현실로 인해 지방은 인구감소의 위기를 맞아 지방의 특성에 맞는 과감한 선제 대응을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결국 지방소멸에 대한 해답은 강력한 수도권 집중과 미약한 자치분권의 해소에 있다.

 

2019년 특광역시의 합계출산율이 0.83인 반면 도 지역의 합계출산율은 1.01이다. 이렇듯 대도시의 인구과밀로 인한 주택비용의 상승, 정주 여건의 악화 등은 출산율을 감소시키고 있다. 균형 발전을 통해 지방의 내생적 역량을 키우는 길만이 국가적 저출산과 지방소멸에 대응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아울러 지방에는 중앙정부보다 더 실질적이고 다양한 정책이 있다. 그리고 지방은 중앙보다 가볍고 빠르다. 국가 수준의 인구감소 시계에 맞춰 실시하는 정책대응은 늦다. 지방에서의 많은 고민, 실험, 시행착오 그리고 성공 모델이 국가적 차원의 인구감소에 대한 궁극적 해답이 될 것이다.

양승조 충청남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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