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매일 여의도로 출근하다시피 하는 시장이 있다. 전국 226명의 시장·군수·구청장의 맏형 격인 염태영 대표회장(수원시장) 얘기다.
염태영 회장이 말하는 자치분권 국가와 우리나라 재정분권의 현주소 등을 들었다.
이영애(《월간 지방자치》·인터넷 방송 《더지방포스트》 편집인)_ 여러분, 안녕하세요. 125만 수원시를 이끄는 시장님이 전국 226명의 시장, 군수, 구청장을 대표하는 분이라고 합니다. 궁금하시죠? 인사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시장님. 시청자 및 독자들에게 인사 한번 하시죠.
염태영(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장·수원시장))_ 예, 안녕하세요. 수원시장 염태영입니다. 3선 수원시장이자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대표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지방자치법 전면개정안 국회통과를 위해 거의 매일 여의도에 오다시피하고 있습니다. 《더지방포스트》와 《월간 지방자치》 시청자 및 애독자 여러분께 인사드립니다.
이영애_ 시장님을 포함해 전국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염원이 있다고 하지요? 바로 자치분권이라는데요, 그 바람을 담아 ‘자치분권’ 네 글자로 4행시를 지어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께서도 큰 목소리로 운을 떼면 좋겠습니다. 하나, 둘, 셋 (다 함께) 자!
염태영_ 자치는 민주주의의 근본입니다.
이영애_ ‘치’!
염태영_ 치국의 근간이기도 합니다.
이영애_ ‘분’!
염태영_ 분권을 실현해서
이영애_ ‘권’!
염태영_ 권리의 중심이 주민이 되는 지방분권 국가를 꼭 만듭
시다.
이영애_ 만들면 어떻게 되나요?
염태영_ 시민이 주인으로서 자기 권한을 늘릴 수 있죠. 한곳에 집중된 권력은 반드시 부패하고 훗날 불행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국회의원이 마음에 안 들면 국민이 끌어내릴 수도 있어야해요. 국회의원소환제 해서 국회를 근본부터 바꾸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도약할 수 없습니다. 자치분권 국가는 주권의 주인인 국민에게 그 권한을 주는 겁니다.
모든 권한이 집중되어 있으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국민의 정서와 너무나도 동떨어진 국회의원들은 반드시 국민의 힘으로 끌어내릴 수 있도록 이번 총선 때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국회의원소환제 반드시 받아내도록 합시다.
이영애_ 국민을 무서워하는 국회의원이 되어 달라는 요구인데요, 자치분권 관련 법안 국회통과를 촉구하며 국회 정문 앞 1인 시위도 하셨더라고요?
염태영_ 정부가 작년 지방자치의 날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을 내놓았고 올해 초 국무회의를 통과해 정부 입법안으로 국회에 상정했죠. 국회는 3월부터 11월까지 9개월째 손 놓고 있다가 11월 중순 법안심사 소위에 상정했지만, 더 이상 진전이 없습니다. 그동안 국회를 수십 번 오가면 온갖 노력을 기울였는데, 진전 없는 걸 보면서 1인 시위라도 해야겠다 싶어 국회 정문 앞에서 피켓을 들었습니다. 다른 지자체장님들도 저를 이어 1인 시위에 동참해주시고 이를 SNS를 통해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이영애_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겠습니다. 작년 10월, 정부가 재정분권 추진 방안 발표 후 1년이 지났습니다. 재정분권의 현주소는 어떻습니까?
염태영_ 1단계 재정분권의 핵심은 지방소비세율 10%p 인상에 따르는 8조 5,000억 원가량을 지방세로 전환하는 겁니다. 균특회계나 상생발전기금, 교부세 감액 등으로 인해 실제 순증은 3조 원이 조금 넘습니다.
기초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대통령 공약사항인 국세 대 지방세 비율 7대 3, 6대 4로 나아가기에 아직은 부족하고 광역 중심의 재정분권의 한계가 있습니다. 보충성의 원리가 작동돼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측면이 있어요, 이런 실정을 중앙정부가 제대로 알고 기초 지방정부 중심의 재정분권 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현재 논의 중인 2단계 재정분권에서는 지방소득세의 인상을 통한 기초정부의 재정확충과 이에 따른 재정력 격차를 완화하기 위한 지방교부세의 세율인상 등의 형평화 기능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기재부는 지방교부세를 폐지하고 법인세, 소득세의 일부를 재원으로 하는 지방분권세 도입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지방의 재정 확충이나 권한 배분이 아니라 형식적인 국세대 지방세 비율만 맞추는 것이어서 좀 안타깝습니다.
이영애_ 실질적인 재정분권이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협의회 내 복지대타협특별위원회도 구성하셨는데, 그 의의와 역할, 활동이 궁금하네요.
염태영_ 현재 226개의 기초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잘못된 복지사무 배분과 재정구조로 인해 지역 특성에 맞는 복지사업을 추진하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전국 기초 지방정부의 복지 사업 중 자체 사업은 8%에 불과하고 92%는 중앙정부가 의무적으로 지출하도록 정해놓은 보조 사업으로, 기초연금이나 보육수당 등이 해당하고요.
이에 뜻을 함께하는 지방정부가 올해 7월 특별위원회를 구성했고 현재 202개의 시·군·구가 가입했습니다. 질서 있는 복지 확대를 위해 합리적 대안을 찾고 중앙과 광역, 기초지자체 간의 대타협을 이뤄내겠습니다.
이영애_ 협의회가 앞으로도 지속해서 역할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분권 이슈 외에 협의회 차원에서 역점 두고 추진하거나 2020년에 계획하는 사업이나 정책이 있으신가요?
염태영_ 방금 말씀드린 복지대타협을 이루어내겠고요, 기초 정부가 전반적으로 겪는 어려움의 하나인 도시공원 일몰제에 대응하려고 합니다. 제도적으로 일몰제의 시한을 3년 유예한 뒤 대안을 준비하자는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지자체의 폐기물처리시설 설치 부담금 문제에 대한 대응을 강구하며 지역의 좋은 일자리 만들기를 위해서도 노력하겠습니다.
이영애_ 지방정부에 매우 중요한 일들이네요. 일반 국민들이 자신의 삶 속에서 지방자치가 왜 중요한지, 삶에 어떤 보탬이 되고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세요.
염태영_ 쓰레기를 누가 치워주나요? 바로 기초 지방정부가 치웁니다. 주민들이 일선에서 겪는 대부분의 불편 사항을 1차적으로 해결해주고 책임지는 곳이 바로 기초 지방정부입니다. 생활 속 자치가 매우 중요한 이유죠. 권한이 기초 지방정부에 있으면 바로바로 해결할 수 있지만, 모든 것을 중앙이 움켜쥐고 있는 한은 풀어가기가 요원합니다. 선진국에선 이미 분권해 지방정부가 권한을 가지고 자기 역할을 하고 있고 중앙정부는 국방과 외교, 거시 경제 정책을 담당하는데 우리는 위임된 권한에 국한해 기초 지방정부가 하고 있어요. 잘못된 겁니다.
이영애_ 삶에 필요하고 불편한 사항을 지방정부가 해결해야 한다면 그 주인인 국민이 나서주시면 분권을 앞당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부터는 수원시에 대해 질문을 좀 해보겠습니다.
125만 수원시가 올해 승격 70주년을 맞이했다고요?
염태영_ 1949년 8월15일 인구 5만 명의 수원시가 탄생했습니다. 올해로 70주년을 맞이했는데, 면적이 넓어지고 110만 울산광역시보다 약 15만이 더 많은 125만 인구로 성장했습니다.
전국 최대 기초지자체로 발돋움하였고 무엇보다 시민의 의식수준이 바뀌고 성숙해졌다고 봅니다. 웬만한 광역 지자체보다 규모가 커졌는데도 광역지자체냐 아니냐에 따라 차별받고 있습니다. 특례시를 추진해 여기에 발맞춰 모든 것을 새로 고치고 기존의 행정관행을 광역 수준에 맞게 기초부터 개선할 것입니다. 대도시 특례 도입을 시작으로 앞으로 지방 도시들이 혁신과 상생을 이룰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의 행정제도가 마련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이영애_ 시장님께서 3선 하면서 수원시를 잘 키우셨습니다. 미래의 수원은 어떤 모습일까요?
염태영_ 우리나라 기초 지자체 중 가장 큰 수원은 지자체들의 맏형 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시에서 선도적으로 시민이 중심이 되는 행정, 거버넌스 행정을 해왔고 전국에 많이 확산됐죠. 그뿐만 아니라 우리 시가 시민을 위하고, 시민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만든 정책 사례가 다양합니다. 정책 사례집도 만들어 다른 지자체에 확산하려는 노력도 기울여왔는데요, 앞으로도 우리 시가 그 위상에 걸맞게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이영애_ ‘내가 생각해도 참 잘했다’고 생각하는 수원시 사업이나 정책이 있으신가요?
염태영_ ‘제가 뭘 했다’라기보다 우리 시민과 함께 이뤘다고 표현하고 싶네요. 대표적으로 프로야구 10구단 유치할 때 모든 시민이 함께 했고요. 기초지자체로는 처음으로 우리 시 이름이 들어간 수원고등법원과 수원고등검찰청을 시민과 함께 유치했습니다.
도시계획 시민계획단, 500인 원탁토론, 시민배심원제 등 시민과 함께 다양한 거버넌스의 유형을 만들어내기도 했고요.
이영애_ 연말이 다가오는데 이번 기회에 수원 시민들에게 감사의 말이나 아쉽고 미안한 마음을 짧게 전달해주시죠.
염태영_ 125만 시민 모두를 만날 수 없지만 여러분의 생각을 시에 건의 내지 제안해주시면 최대한 존중해 시민이 중심이 되는 시로 만들겠습니다. ‘위대한 시민은 위대한 역사를 창조한다’가 제 슬로건인데, 그런 시민이 되고 수원에서 사는 자부심을 느끼면 좋겠습니다.
올 연말은 자신뿐만 아니라 주위를 둘러보아 좀 외롭거나 어려운 이웃들에게 정과 온기를 나누어주면 좋겠습니다.
이영애_ 시민이 시장님에게 혹은 시장님이 시민에게 바라는 게 있을까요?
염태영_ 시민 입장에서 당장 겪는 어떤 불합리나 미흡한 부분에 대한 민원들이 있을 수 있죠. 이를 직접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고, 시 의원이나 단체를 통해 제안할 수도 있고요. 제안된 부분들이 수용되면 되는 대로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피드백 되는 것이 살아 있는 도시의 모습입니다. 제가 시민에게 바라는 점은 자신의 이해관계를 떠나 공공선과 미래 지향적인 가치에 함께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영애_ 시민과 함께 하셔야 합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는 말까지 있는데, 수원시의 일자리는 넉넉합니까?
염태영_ 5년 연속 고용노동부 평가에서 전국 지역 일자리 목표 공시제 부문에서 상을 받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분이 만족하는 일자리, 그것도 안정된 일자리를 찾았다고는 할 수 없을 겁니다. 근본적으로 일자리는 중앙정부의 경제 정책과 고용정책의 영향을 크게 받으니까요. 그 대신 일자리와 관련해 국,과를 만들고 관련 기구도 전면에 배치하는 등 지자체 형편껏 최대한 노력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다만 지자체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제한적이어서 늘 아쉽죠.
이영애_ 마지막으로 어려운 시기를 함께 극복하자는 취지로 전국 226개 기초 지방정부에 힘이 되는 말씀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염태영_ 전국의 기초자치단체장 여러분, 몇몇 곳을 빼고는 재정형편이 어려워 자신의 꿈만큼 충분히 시정, 구정, 군정을 펼치기가 어려울 겁니다. 그렇더라도 최일선 행정기관으로서 시민들의 불편을 해소하도록 필요하면 광역지자체로, 중앙정부로, 국회로, 그 밖에 도움의 손길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는 지차제장님들께 감사드리고 늘 애쓰시는 그 모습에 연민을 느끼고 공감합니다. 앞으로 연말이라 더 바빠지겠지만, 서로 격려하고 힘이 되어주면 좋겠습니다. 자치분권 나라를 꼭 만들어 선진사회로 가는 길목에 지자체장님들이 역할을 해주시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전국의 시장·군수·구청장 여러분, 파이팅입니다!
이영애_ 염 시장님 든든하시지요. 전국 226개 전국 시장·군수·구청장님들에게 힘을 실어드리고 국민의 삶을 바꾸는 데 기여하는 맏형이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염태영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장/수원시장과 함께하는 Pick TIME!
Q. 영화 <극한직업>보다 더 극한직업이 있다 혹은 없다?
A. (YES 팻말 선택) 더 극한직업이 바로 우리 같은 시장(군수, 구청장)이 아닐까 싶은데요.
Q. 그 주인공은 누구인가?
A. 지자체장들입니다. 퇴근 시간이 따로 없고 저녁에 각 단체와의 교류나 행사가 많습니다. 집에 가서도 전자결재해야죠, 조찬 회의도 많습니다. 토·일요일과 연말에는 행사가 더 많습니다. 수당과 퇴직금이 따로 있지 않고 공무원이면서도 공무원연금 대상도 아닙니다. 이 정도면 극한직업 아닐까요?
Q. 극한직업이라기보다 소외된 직업 같아 보입니다. 내 인생에 전환을 가져다준 인생의 스승이나 멘토가 있다 혹은 없다?
A. (No 팻말 선택) 제 인생의 자세를 바로잡아준 가장 큰 어르신이 박영숙 선생님입니다. 또 시장으로 소명을 갖게 해주신 분이 고 심재덕 전 수원시장님이고요. 학창 시절 은사님 몇 분은 오랫동안
마음속 표상을 갖게 해주셨고요.
Q. 스스로 생각해도 내가 인기가 좀 있다 혹은 없다?
A. (Yes, No 팻말 둘 다 선택) 연예인만큼 인기 있는 건 아니고요, 그렇다고 해서 시민들에게 비난을 많이 받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Q. 수원시민을 위한 빅데이터 활용 행정이 있다 혹은 없다?
A. (YES 팻말 선택) 그럼요. 빅데이터를 활용해 겨울철 출현하는 까마귀 떼에 대응하고 있고요, 지역 축제 때 신용카드 사용을 분석해 지역경제 활성화 등 다양한 정책을 구상하는 데 참고하고 있습니다.
Q. 지자체장을 마치고 더 하고 싶은 일이 있다 혹은 없다?
A. (Yes 팻말 선택) 있죠. 정치적인 일은 아니고 개인적인 일입니다. 시민사회운동을 했던 사람으로서 소박하게라도 그 일에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Q. ‘나에게 수원이란?’ 무엇인지 써주세요.
A. •영원한 연인이다,
•선도적 자치분권 도시이다,
•지속가능한 녹색도시이다,
•문화·첨단·역사의 도시이다.
Q. 다시 태어나면 수원이 아닌 다른 곳에서 살아보고 싶다 혹은 아니다?
A. (No 팻말 선택) 잠시 머물고 싶은 곳은 있습니다. 전국을 다 좋아하지만, 그중에서도 섬들이 좋더라고요.
Q. 지금까지 나를 지탱해준 것은 누구인지와 가장 고마웠던 점을 작성해주세요.
A. (아내) 가족 중에서도 아내죠. 제가 시민사회 활동을 할 수 있게 저의 역할을 인정해주어서입니다. 소년 가장이었던 저는 동생들이 취업할 때까지 직장 생활을 했고 동생들이 사회적으로 독립하게 됐을 때 시민단체 활동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런 제가 활동할 수 있게 아내가 인정해주었기 때문에 지금의 저를 있게 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고 가능하게 해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