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바이러스 이후의 세계 국제적 연대해야 모든 전염병 이길 수 있다

  • 등록 2020.06.22 08:5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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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지금 글로벌 위기를 맞고 있다. 지금 세계 각국의 정부와 사람들이 내리는 선택에 따라 앞으로의 세계가 결정될 수 있다. 보건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며 이는 경제와 정치 그리고 문화를 바꿀 것이다. 여러 대안 중 선택할 때 우리는 당면한 위협을 극복하는 것을 생각할 뿐만 아니라 폭풍이 지나간 자리에 어떤 세상이 나타날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

 

평시에는 수년간의 심사숙고를 거칠 수도 있는 결정이 몇 시간 만에 내려진다. 성숙하지 못하고, 심지어 위험할 수 있는 기술이 곧바로 도입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리스크가 더 크기 때문이다. 한 국가 전체가 거대한 사회 실험을 위한 기니피그 같은 실험 대상 동물이 된다. 모두가 집에서 일하고 원거리로 소통할 때 어떻게 하면 될까?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우리는 2가지 힘들고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한다.

 

첫째는 전체주의적인 감시체제와 시민적 역량 강화 사이에서의 선택이다. 두 번째는 민족주의적 고립과 글로벌 연대 사이에서의 선택이다. 

 

밀착감시
인류 사상 최초로, 기술을 통해 모든 사람을 24시간 감시할 수 있게 됐다. 오늘날 정부들은 유비쿼터스 장치와 강력한 알고리즘을 동원할 수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맞서기 위해 이미 여러 정부가 이러한 새로운 감시 도구를 동원했다. 사람들의 스마트폰을 감시하고, 얼굴을 식별하는 수백만 대의 CCTV를 동원하고, 또 사람들에게 체온을 재고 건강 상태를 보고하도록 강제함으로써 중국은 신속하게 보균자를 식별해낼 수 있었고, 이들이 접촉한 다른 사람들을 신속히 찾아낼 수 있었다. 게다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사람들에게 자신이 감염자 근처에 있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평상시 테러리스트를 추적하기 위한 감시 기술을 감염자를 찾아내기 위해 동원하기로 했다. 우리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전염병은 감시체제의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길지도 모른다. 이러한 기술을 동원하는 것이 이런 기술을 거부했던 국가에서조차 ‘일상화’되기 때문만은 아니다. 감시기술 자체가 ‘근접감시(over the skin)’에서 ‘밀착감시(under the skin)’로 전환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당신의 손가락이 스마트폰의 스크린을 접촉하거나 특정 링크나 애플리케이션을 누를 때 정부는 당신이 무엇을 클릭했는지 알고 싶어 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정부가 당신의 체온과 당신의 혈압까지 알고 싶어 한다. 

 

위기라는 상황
감시기술은 아주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모든 시민에게 생체정보를 감시하는 팔찌를 착용하도록 강제하는 정부가 있다고 치자. 이렇게 수집한 정보는 다시 정부의 알고리즘을 통해 다시 처리된다. 알고리즘은 당신이 알아차리기도 전에 당신이 아프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당신이 어디에 있었는지, 누구를 만났는지도 알고 있다. 그러한 알고리즘은 전염병의 확산을 획기적으로 막을 수 있을 것이며, 어쩌면 아예 확산조차 하지 못하도록 할 수 있다. 예컨대 내가 CNN 대신 FOX NEWS를 클릭한다면 정부는 나의 정치적 성향이나 성격까지 알 수 있다. 어떤 동영상을 볼 때 나의 체온과 혈압 그리고 심박 수까지 알게 된다면 내가 언제 웃고, 언제 우는지, 언제 화가 나는지까지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만약 정부와 기업이 우리의 생체 정보를 대량으로 수집하게 된다면, 그들은 우리가 우리 자신을 아는 것보다 우리를 더 잘 알 수 있게 된다. 또한 우리가 감정을 예측할 수도 있고, 또는 조작까지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상품을 판매하거나 원하는 정치인을 지지하게끔 할 수도 있다. 그러한 생체감시 기술을 아주 긴급한 위기상황에서 일시적으로 사용하면 되지 않겠냐고 되물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임시적 조치는 대개 위기상황이 종료되어도 지속하기 마련이다. 나의 고향 이스라엘을 예로 들어보자. 이스라엘은 1948년 독립전쟁 당시 비상 시국을 선포해 언론검열과 토지몰수, 심지어 푸딩을 만드는 것에 대한 특별한 규제 등을 ‘임시적’으로 도입했다. 그런데 1948년 취해진 임시조치 중 상당수는 전쟁이 끝난 후에도 지속했다(푸딩을 만드는 법에 대한 임시규제는 2011년에 폐지됐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제로로 감소해도, 데이터 수집에 굶주린 정부들은 2차 확산을 막기 위해 생체감시가 필요하다고, 또는 에볼라를 막기 위해서, 또는 그 이유가 무엇이든지 간에 어떤 이유를 만들어내 계속 주장할지도 모른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전쟁이 지속됐다. 코로나19가 이 전쟁의 결정적 전환점이 될지도 모른다. 사람들에게 건강과 개인정보 중 양자 택일하라고 한다면, 대부분 건강을 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비누 경찰(Soap Police)
우리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막고 우리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전체주의적 감시체제를 동원하지 않아도 된다. 시민적 역량 강화(empowering citizens)를 통해서도 가능하다. 최근 몇 주 동안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데 가장 성공적이었던 사례는 바로 한국, 대만 그리고 싱가포르이다. 이들 국가 또한 추적을 위한 시스템을 동원했지만, 더욱 중요하게는 폭넓은 테스트와 투명한 정보공개 그리고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있었다. 


사람들의 협조를 끌어내는 데 중앙집권적 감시와 무서운 처벌이 만능이 아니다. 사람들에게 과학적 팩트를 제공하고, 그리고 사람들이 정부가 진실을 말하고 있음을 믿을 때, 시민들은 빅 브러더의 감시 없이도 올바른 일을 할 수 있다. 자신의 이익을 알고 정보를 잘 알고 있는 시민들은 보통 감시받는 무지한 대중보다 강력하고 효율적이다. 


손을 비누로 씻는 행위를 생각해보자. 우리는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지만, 비누로 손을 씻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이 발견된 것은 19세기의 일이다. 그 이전에는 의사와 간호사 모두 손을 씻지 않고 수술을 시행했다. 오늘날 수억 명이 매일 손을 씻는다. 이는 비누 경찰이 들이닥칠까 봐 두려워서 하는 행동이 아니다. 당연한 팩트를 알고 있기 때문에 손을 씻는 것이다.

 

이러한 레벨의 순응과 협조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신뢰’가 필요하다. 사람들은 과학과 공권력, 언론을 믿을 필요가 있다. 최근 무책임한 정치인들이 과학과 공권력, 언론에 대한 불신을 의도적으로 증폭시켰다. 그리고 이들 무책임한 정치인들이 다시 전체주의적 길을 걷고자 한다. 

 

감시 체제를 만들기보다, 과학과 공권력 그리고 언론을 다시 믿게 할 수 있도록 사람들을 이끌어야 한다. 새로운 기술은 물론 사용해야 하지만, 이 기술을 이용해 시민들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나의 체온과 혈압을 측정하는 것은 동의하지만, 이 데이터가 전지전능한 정부를 만드는 것은 거부한다. 데이터는 나의 개인적 선택과 관련해 더욱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데 사용돼야 할 것이고, 또 정부가 내리는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하는 데 사용돼야 할 것이다.


글로벌 플랜이 필요하다 
두 번째 중요한 선택은 민족주의적 고립과 글로벌 연대 사이의 선택이다. 전염병과 이로 인해 파생되는 경제 위기는 모두 오직 글로벌한 협조를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 


먼저 바이러스를 상대로 승리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차원에서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이것이 인간이 바이러스에 대해 가진 강점이다. 중국의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미국의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더 많은 인간을 감염시키기 위해 정보를 공유할 수 없다. 중국은 미국에 바이러스를 상대로 한 유용한 많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이탈리아 밀라노의 의사가 아침에 발견한 사실은 저녁에 테헤란의 많은 목숨을 구할 수 있다. 영국 정부가 여러 정책 대안을 상대로 고민할 때, 한 달 전 비슷한 고민을 했던 한국 정부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를 위해 글로벌 협조와 신뢰가 필요하다. 


국가들은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할 필요가 있고 겸손하게 조언을 구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주고받는 데이터를 신뢰할 수 있어야 하며 교훈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우리는 의료물자를 글로벌 차원에서 생산하고 배분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모든 국가가 혼자서 노력하고, 모든 물자를 혼자서 독식하려고 하기보다, 글로벌 차원에서 생산을 가속하고 공정하게 이를 배분할 수 있어야 한다. 전쟁 시 국가들이 전략산업을 국유화하는 것처럼,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상대로 한 전쟁에서 전략물자를 ‘인류화’할 필요가 있다. 

 

같은 맥락에서 의료 인력을 글로벌 차원에서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피해가 적은 국가는 자국의 의료진을 가장 심한 피해를 본 국가에 파견하면서 사람들을 구하고 또 귀중한 경험과 지식을 얻을 수있을 것이다. 


경제 전선에서도 글로벌 협력은 필수적이다. 세계 경제와 공급사슬의 글로벌 성격으로 인해 국가들이 자기만 살자고 다른 국가를 고려하지 않고 행동한다면 더욱 큰 혼란과 위기로 이어질 뿐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시급한 글로벌 플랜이다. 또한 여행에 관한 글로벌협약이 필요하다. 여행자들을 출발지에서부터 사전에 검사하는 등의 글로벌협약을 맺을 필요가 있다. 여행자들이 사전 검사를 통해 출발한다는 확신을 하게 된다면, 도착지 국가는 이들을 안심하고 수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각국 정부들은 이러한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집단적 마비가 국제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보통 이런 일이 발생하면 글로벌 리더들이 일찌감치 어떤 계획을 논의하기 위해 모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G7 정상들은 뒤늦게 화상회의를 진행했고, 결과는 보잘것없었다.

 

2008년 금융위기 그리고 2014년 에볼라 위기 당시 미국은 글로벌 리더의 역할을 자임했다. 하지만 오늘날 미국 행정부는 리더의 역할을 방기했다. 미국의 지도자는 미국의 위대함만을 신경 쓰며 인류의 미래는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EU발 입국 금지를 선언했을 때 EU와 한마디도 상의하지 않았다. 게다가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 한 독일의 제약회사에 10억 달러를 건네면서 독점계약을 시도했다. 

 

미국의 공백을 다른 나라들이 채우지 못한다면, 전염병을 극복하는 것은 더욱더 어려울 뿐만 아니라 국제관계에도 해로운 영향을 줄 것이다. 그러나 모든 위기는 동시에 기회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번 전염병이 인류가 글로벌 분열의 위험성을 깨닫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인류는 선택해야 한다. 우리는 분열의 길을 갈 것인가 아니면 글로벌 연대의 길을 걸을 것인가. 우리가 분열을 선택한다면 위기는 장기화할 뿐만 아니라 미래에 더욱 큰 재앙으로 나타날지도 모른다. 우리가 글로벌 연대를 택한다면, 이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상대로 한 승리가 될 뿐만 아니라, 21세기의 모든 전염병을 상대로 한 승리가 될 것이다.

 

※ 위 원고는 유발 하라리 교수의 파이낸셜 타임스 기고문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박공식 대기자 gongsik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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