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자년 새해가 밝았고, 우리 대표 명절인 설도 지났다. 조금 지난 듯하지만 여러 매체에서나 서로간의 주고받는 새해 인사말에 자주 쓰이는 사자성어가 있다. 바로 옛것을 보내고 새로운 것을 맞이한다는 뜻의 ‘송구영신(送舊迎新)’이다. 새로움을 맞이하는 것만큼 설레는 일이 또 어디 있을까. 마찬가지로 묵은 것을 떠나보낼 때의 아쉬움이나 미련의 크기 또한 못지않으리라.
그런데 우리네 살아가는 일상에서 보내는 일[송구(送舊)]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필자는 힘주어 말하고 싶다. 그리고 본론인 청송의 사과 축제를 언급하기에 앞서, 해마다 우리나라 방방곡곡을 떠들썩하게 하는 크고 작은 지역 축제들의 문제를 지적하려고 한다.
실로 우리나라에는 매년 1,200여 개의 축제가 개최되고 있다. 243개의 지자체에서 주관하는 축제의 숫자치고는 형평성에 어긋나리만큼 많아도 정말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선거를 인식한 ‘퍼주기식’ 혹은 과시성, 부실한 콘텐츠와 유사 축제의 남발 등으로 정체성을 잃고 대한민국을 그저 축제공화국으로 만들어버리는 과오를 저지르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이런 축제들은 경제적 효과를 떨어뜨리고 막대한 예산만 낭비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반면에 청송군은 대표 축제 중 하나인 ‘수달래축제’를 잠정 중단했다. 예전에는 주왕산에 수달래가 많았지만 요즘 꽃이 피지 않아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도 실망의 목소리를 내곤 했다. 이에 군은 축제
의 개연성과 원동력이 부족하다는 판단 아래, 축제추진위원회 회의를 거쳐 수달래축제를 과감하게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대신 새로운 시도와 함께, 청송을 상징하는 청송사과와 이를 소재로 한 청송사과축제에 더욱 집중하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 결과 첫날부터 구름 인파가 모이면서 축제가 활기를 띠었다. 각종 체험·홍보 부스와 사과 판매 부스, 식당 등은 문전성시를 이뤘고, ‘산소카페 청송군! 황금 사과의 유혹’이란 축제의 주제는 청송의 깨끗한 공기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잘 표현해 관광객들에게 ‘청송은 산소카페’라는 이미지를 깊게 심어주었다.대한민국 대표 브랜드인 청송사과가 대한민국 최고의 사과라는 의미를 담아 청송사과의 우수성을 재삼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축제 프로그램들도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참여하고 즐길 수 있어 큰 인기를 끌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수천 개의 사과풍선 중 누구라도 황금1돈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만유인력-황금사과를 잡아라’, 사과선별기를 통해 추첨된 5개의 번호를 모두 맞히면 청송사과, 사과주스, 사과마스크팩 등 경품을 받을 수 있는 ‘도전-사과선별 로또’, 만보기가 달린 방망이로 최고의 난타꾼을 뽑는 ‘꿀잼-사과난타’는 체험 참여만으로도 사과잼 등을 받아갈 수 있는 사과축제를 대표하는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방문객들 또한 “그 어떤 축제보다 구성, 운영, 프로그램 등이 훌륭해 만족도가 높았다”며 “대한민국을 대표할 수 있는 축제다운 축제”라고 호평을 쏟아냈다.
또 축제 기간 중 35만여 명의 관광객이 다녀가며 연일 북새통을 이룬 가운데, 사과 또한 엄청난 판매고를 올리며 지역의 소득 창출로 이어져 그야말로 대성공을 이뤄냈다.
일련의 성과로 마침내 청송사과축제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지정한 ‘2020~2021년도 문화관광축제’에 선정되어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당당히 그 이름을 올리게 됐다.
청송사과축제는 2004년 청송사과의 우수성을 홍보하기 위해 시작되어 2013년부터 7년 연속 경상북도 최우수축제로 자리매김해왔으나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축제로는 이름을 올리지는 못했다. 그러나 지난 2018년 송생리 축제장에서 용전천으로 축제장을 옮김으로써 접근성이 용이해졌을 뿐만 아니라 특히 지역의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고, 군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로 ‘2020~2021년도 문화관광축제’에 선정되는 쾌거를 이루어냈다.
축제(祝祭). 말 그대로 축하를 기원하는 큰 행사이다.
그런 본질을 상실한 채 단순히 업적 홍보나 정치의 도구화로 이용되는 축제는, 페스티벌이 아닌 것이다. 고로 한 개의 행사라도 더 개최하여 어떻게든 외부에 보여주려는 일부 지역 축제들의 방향성은 옳지 않다고 여긴다. 그와는 반대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지역을 대표하는 하나의 축제에 오롯이 매진하고, 더불어 지역민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는 일에 몰두했으므로 우리 청송사과축제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페스티벌의 명단에 올라설 수 있지 않았을까.
재차 이야기하지만 필자는 허례허식으로 점철된 전시성 행정을 기피한다. 임기 초반부터 수없이 되풀이한 말이지만, 행정은 결국 지역민을 잘 살게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결국은 민생을 보듬어야 하고 이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주어지도록 하는 것이 바로 행정이다.
송구영신. 정답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 케케묵은 생각과 패턴은 과감히 보내버리고 모두가 웃을 수 있도록 ‘새로움’을 설렘과 겸허로 받아들이는 건 어떨까. 그렇게 한번 해보시라, 그러면 우리의 축제가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