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례군 법제화’ 지방 생존을 위한 선결과제

  • 등록 2020.03.02 08:2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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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화제다.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4관왕을 차지하는 등 해외 각지에서 호평을 받으며 한국영화의 새로운 역사를 써가고 있다. 영화는 가난한 청년이 부잣집으로 과외를 하러 가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소재로 한다. 가난하고 부유한 서로 다른 가정을 전면에 내세워 자본주의 사회의 빈부격차 문제를 신랄하고 처절하게 그려낸 이 영화는 빈부격차라는 지구촌 공통의 문제로 세계인의 공감대를 얻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이러한 빈부격차 문제는 지방자치에서도 엄연히 존재한다.
수도권에는 국토의 12%에 불과한 면적에 대한민국 인구의 50%가 집중되어 있다. 인구뿐 아니라 전체 제조업체와 사업체의 수도권 비중도 50%에 육박하고, 문화·교육·의료·교통 등의 격차까지 따져본다면 수도권과 지방의 빈부격차는 확연하다. 지방의 주요 성장동력이 되는 20~30대 젊은이들이 정주 여건이 좋은 수도권과 인근 대도시로 이동이 계속되는 한 앞으로 그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다. 

 

가끔 재정 형편이 넉넉한 지자체와 그렇지 못한 지자체의 주민복지 수준을 비교하는 뉴스가 나올 때면 군민들이 느낄 상대적 박탈감에 씁쓸한 마음이 들곤 한다. 지역 간 격차와 지방소멸 문제는 멀리 외국의 예를 찾을 것도 없이 이미 우리 앞에 당면한 문제이다. 

 

단양군은 한 해 1,00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내륙관광지이다. 휴일이면 도담삼봉, 사인암 등 이름난 관광명소엔 관광객이 넘치고 SNS로 입소문이 난 만천하스카이워크 전망대와 단양전통시장의 맛집은 언제나 인산인해다. 그런 단양군도 평일에는 조금 이야기가 달라진다. 좋은 말로 표현해 굉장히 고즈넉하다. 도시의 복잡함과 소음에 지친 사람들은 꼭 평일에 우리 단양군을 찾아오시길 바란다.

 

정부는 지난 2018년 8월 인구 100만 명 이상 대도시의 특례시 지정을 내용으로 하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을 내놓았다. 특례시로 지정되면 기초자치단체로서 지위는 유지하면서 광역시에 준하는 자치권을 행사할 수 있고 지방세수 증대와 부단체장 및 공무원의 직급 상향조정 등 행정·재정적 자율권이 크게 확대된다. 규모 있는 지자체는 그에 맞는 옷을 입는 게 맞다는 논리다. 그런데 정부가 내놓은 전부 개정안에는 자립기반이 약한 지방 소도시의 지원방안은 빠져 있다.

 

지방자치법은 지방자치 행정을 민주적이고 능률적으로 수행하고, 지방을 균형 있게 발전시킨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음에도 2018년 기준 228개 시·군·구 중 소멸위험 지역인 89개 지역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부족하다. 정부안대로면 대도시와 소도시 간 부익부빈익빈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결국 자립기반이 열악한 지방소도시는 소멸될 수밖에 없다.

 

지방자치가 시작된 지 20년이 훌쩍 넘은 지금, 우리는 지방소멸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다. 전 국민의 절반이 수도권에 사는 나라가 되어버린 대한민국, 떠나가는 청년층의 발걸음을 지역으로 되돌리지 못한다면 30년 뒤에 농어촌은 사라지고 도시만 남는 기형적인 나라가 될 것이다. 따라서 국가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소도시에 대해 특례를 인정하는 법제화
가 필요하다.

 

지난해 10월 단양군에서는 인구 3만 미만이거나 인구밀도 40명/1㎢ 미만에 해당하는 전국 24개 군이 참여하는 특례군 법제화추진협의회의 창립총회를 열고 이 문제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협의회는 자립기반이 약한 군 지역에 대한 행정적·재정적 지원 근거 마련을 내용으로 하는 「지방자치법 일부개정안」(이후삼 국회의원 대표발의)의 조속한 처리를 위해 공동 대응하기로 협약하고 공동성명서 채택과 주요정책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용역 추진을 결의했다.

 

특례군의 논의는 기존 대도시의 특례시 논의와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인구 100만 명 이상 도시의 특례시 지정은 도시팽창에 따른 효율성 문제이지만, 자립기반이 열악한 군의 특례군 도입은 인구소멸에 따른 생존의 문제이다. 더 이상 지방소멸의 문제는 지자체의 자구책만으로 해결하기 힘든 상황에 이르렀다. 오히려 안일한 정책은 지방소멸을 앞당길 수도 있고 지방자치단체 간 무리한 인구유입 경쟁은 공멸을 부를 수도 있다.

 

이제는 지방소멸 문제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하고 실천에 옮겨야 할 때이다. 정부에게 계획이 있냐고 묻는 것이 아니다. 더 늦기 전에 중앙정부와 자치단체가 지방이 당면한 생존권 문제에 대해 같이 고민해보고 해결책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특례군 법제화라는 특단의 조치가 반드시 선결되어야 한다. 
‘지역이 강한 나라, 균형 잡힌 대한민국’이란 정부의 구호가 공허한 메아리로 그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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