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위원회 문제점과 발전방안

  • 등록 2020.02.05 11:3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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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위원회의 문제점
위원회의 순기능은 행정기관의 조력자와 민원인(이해관계자)의 옹호자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 순기능은 투명성과 공정성이 전제될 때 빛을 발하게 된다. 행정학적 이론, 필자의
경험, 간접적으로 입수한 사례를 토대로 위원회의 문제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의사결정의 지연을 들 수 있다. 민원인 A는 2019년 10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경기도의 ‘재단법인 설립허가 거부처분 취소행정심판’ 청구서를 제출하였으나 청구서를 제출한 지 9개월 만에 재결이 이루어졌다. 심판청구서를 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재결해야 한다는 행정심판법을 위반한 것이다. 이 때문에 행정심판위원회는 중앙이든 지방이든 재결기간을 준수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
하다. 위원회와 처분청은 아쉬운 게 없고 청구인만 애가 탈 뿐이다.

 

둘째, 위원회가 여러 사람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신속하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책임이 다수에게 분산되므로 책임전가 현상이 발생한다. 다시 말해, 민원인에게 불리한 결정이 내려져도 책임추궁의 대상이 없다는 사실이며, 이는 결정 주체가 사람이 아니라 사무국이 존재하지 않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위원의 소속과 전화번호도 알 수 없으며, 속기록이나 회의록도 열람할 수 없어 심의의 정당성 여부를 파악할 수 없다. 행정기관 또한 위원회가 결정한 것이라고 변명하며 책임을 피해갈 수 있다.


셋째, 위원회는 행정기관이나 이해관계자 중 한쪽 입장에 서는 편향적 경향이 있다는 점이며, 주로 행정기관에 대한 편향성이 문제가 된다. 이런 현상은 대부분 위원회를 주도하는 ‘배드가이(Bad Guy)’의 역할과 나머지 위원들이 따라가는 ‘동조현상’에 기인한다. 위원 중에 공무원, 지방의회 의원, 평소 행정기관의 정책자문 등 협력자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배드가이의 역할을 맡는다. 한 사례를 들어보자. 물류단지를 개발하려면 국토교통부의 실수요검증위원 회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경기도의 A업체에 200점 만점에 58.4점(총점의 29.2%)을 주어 부적합 판정을 하였다 (합격기준은 총점의 50%). 그런데, 5명의 점수가 소수 첫째 자리까지 똑같은 것으로 밝혀졌다. 로또 당첨보다 더 발생하기 어려운 확률이며, 적격 여부 결정과 평가표 작성 요령까지 일부 위원이 전적으로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기에 충분한 증거였다. 결국 주도자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받아 왔던, 평소 물류 정책 자문을 해온 2명이 사임했다.
 
넷째, 위원회를 주관하는 행정기관이 의사결정에 개입하는 경우가 있다. 행정기관은 사전에 위원들과 접촉하여 입장전달이 가능하다. 또한 위원장이 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석하였거나 배석한 관련 공무원에게 기관의 입장을 묻는 경우도 많다. 위원들은 자신들을 위촉한 기관의 의견에 반하는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행정기관의 위원회 운영절차의 흠결이 자주 지적된다는 점이다. 위원들은 행정기관이 준비한 자료에 의존하여 판단하므로 해당 공무원은 규정된 절차를 준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경기도 B시는 청소년쉼터운영 수탁자를 선정함에 있어 선정기준과 배점을 사전 공개하지 않아 조례 위반과 공정성에 대한 비난을 받은 일이 있었다.

 

발전방안 
평소 필자가 절실하게 느껴온 위원회 운영에 대한 발전방안 몇 가지를 제의하고자 한다.

 

첫째, 위원회는 공개를 원칙으로 하여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문제점은 대부분 위원회가 비공개로 운영되는 데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의 위원회는 비공개로 진행하는데 이는 신뢰감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이 된다. 언론을 비롯해 누구나 참석할 수 있게 하고 회의록 또한 공개해야 한다. 모범적인 사례를 제시하면, 경기도의 문화재위원회는 회의록, 위원명단, 부결 사유를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둘째, 위원들의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이 절실히 필요하다. 《정의론》의 저자 존 롤스의 주장처럼 위원들은 자신은 행정기관이 위촉했다는 권위적 우월감, 민원인에 대한 정보와 선입관을 고려하지 않는 상태, 즉 ‘원초적 입장(무지의 베일)’에서 생각해야 한다.

 

셋째, 이 글에서 위원회 문제점으로 지적한 ‘동조현상’은 의제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거나 다수 의견에 반대되는 의사를 표명함에 대한 부담감에 기인한다. 따라서 위원들은 사전에 의제 내용에 대해 충분히 숙지하고 다수의 의견에 구애 없이 적극적으로 의견과 소신을 피력할 수 있어야 한다.

 

넷째, 행정기관은 위원회 개최가 너무 지연되지 않도록 위원 수를 늘리고 위원회 운영을 업무 우선순위에 두어야 한다. 참여율이 저조하거나 위원회에서 침묵으로 일관하는 위원들은 과감히 교체해야 한다.

 

끝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행정기관과 위원회는 판단에 근거가 되는 자료 작성과 위원회 진행 등 제반 절차가 규정과 상식에 맞게 지켜져야 한다. 정보비대칭 상황과 행정기관의 우월한 위치를 고려하면 전문가 집단인 행정기관과 위원회는 얼마든지 민원인이 처한 문제를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설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절차와 과정이 올바를수록 민원인은 비록 원하는 결과가 아닐지라도 위원회 재결의 수용성은 높아질 것이다.
정부위원회 수는 대략 550개에 달한다. 지방자치단체 또한 각종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는바, 경기도의 경우 200개에 이른다. 위원회의 수는 계속 늘어갈 것이며, 사회적 영향력 또한 점차 커져갈 것이다.


오늘도 시민들은 절박한 사정을 가지고 위원회의 문을 두드린다. 행정기관은 위원회가 자신의 의사
를 관철해주는 대리 수단이나 바람막이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며, 위원회는 지혜롭고 공정한 판단을 통해 민원인의 고충을 해결하고 행정기관에는 올바른 길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럼으로써 자유, 평등, 정의, 형평성, 공익성 등 21세기 현대행정의 본질적 가치 실천의 중심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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