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에 저절로 옷깃을 여미게 되는 2020년 1월의 아침 출근길. 바쁜 마음에 종종걸음으로 지하철역으로 서둘러 들어가는데, 한 무리의 사람들이 인사하면서 다가온다.
“안녕하세요~ 00의원 의정 활동 보고서입니다~”라며 리플릿을 나누어준다. 국회의원 선거까지는 기간이 아직 많이 남았는데 벌써 이런 걸 나누어주는 것이 혹시 선거법에 위반되는 것은 아닌가 하여 약간 마음이 불편해진다. 하지만 괜찮다. 현역 국회의원이나 지방의회의원은 선거구민에게 ‘의정 활동 보고’를 할 수 있는데, 오늘은 이에 대하여 설명하고자 한다.
우선 ‘의정 활동 보고’란,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이 자신을 선출해준 선거구민에게 선거구 활동이나 자신의 공약 이행 상황, 기타 업적 홍보에 필요한 사항을 보고하는 행위를 말한다.
국회의원의 의정 활동 보고는 대의 정치하에서 국회의원의 정치적 책무이고 고유한 직무활동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유롭게 허용되어야 한다고 헌법재판소에서도 결정한 바 있다.
이러한 취지를 인정해서 선거법에서도 의정 활동 보고를 비교적 자유롭게 인정하고 있다. 예를 들면, 시민회관이나 동사무소, 노인정, 교회 등 실내에서 의정보고회를 개최해도 되고,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지하철역이나 사람들이 다수 왕래하는 장소에서 의정 보고서를 나누어줄 수 있다. 우편으로 각 가정에 발송하는 것도 가능하다. 혹시 자주 가는 식당에 특정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의 의정 활동 보고서가 놓여 있는 것을 보더라도 놀라지 말자. 가능하다.
의정 보고서 가가호호 직접 방문?
그럼 의정 활동 보고는 아무런 제한이 없는 것일까? 물론 아니다. 우선 방법상으로, 다수인이 오가는 공개된 장소에서 의정 보고회를 개최하거나, 길거리 등에서 의정 보고서를 무차별적으로 살포해서는 안 된다. 집집마다 직접 방문해서 배부하는 호별 방문도 금지된다.
둘째로는 시기에 따른 제한이 있는데, 선거일 전 90일부터 선거일까지는 의정 활동 보고가 전면 금지된다. 구체적으로는 2020년 1월16일부터 선거일인 4월15일까지 의정 활동 보고를 할 수 없다. 이 기간에는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게시하거나 전자우편, 문자메시지로 전송하는 방법만 허용된다. 이러한 제한을 두는 이유는, 현역 의원이 의정 활동 보고를 빙자하여 사전 선거 운동으로 악용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평상시에는 의정 활동 보고를 통해 주권자인 선거구민에게 본인의 활동을 자유롭게 알리되, 선거가 임박한 시기에는 다른 예비후보자들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이를 금지하는 것이다.
다른 지역 주민들에게 의정 보고?
의정 활동 보고 시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가장 근본적인 기준은 어떠한 행위가 의정 활동 보고를 빙자한 사전 선거 운동에 해당될 것인가의 판단에 있다. 가령 지역구 국회의원이 자신이 선출된 지역구가 아닌 본인이 출마하고자 하는 다른 지역구 주민들을 대상으로 의정 활동 보고를 한다거나, 의원이 아닌 제3자가 의정 보고를 하는 것은 의정 활동보고라기보다는 이를 빙자한 사전 선거 운동으로 본다. 의정 보고서에 차기 선거의 공약이나 타인의 지지·추천사를 게재하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지방의회의원이 의정 활동 보고회를 알리는 신문 광고를 할 수 있는데, 단순한 고지 수준을 넘어서 자신의 업적을 홍보하고 선거 구호 등을 게재하거나 광고를 과도하게 자주 하는 경우도 사전 선거운동에 해당될 수 있다. 선거에 입후보하려는 지구당 당직자나 지방의회의원이 국회의원의 의정보고회에 수행하거나 참석하면서, 의례적인 인사를 넘어서 본인의 입후보 예정 사실을 알리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온라인 의정 활동 보고 시기 제한 없다
최근에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형태의 의정 보고서를 제작하기도 한다. CD-ROM 형태나 탁상용 달력, 책갈피, 엽서 형식의 의정 보고서를 제작하기도 하고, 국회의원의 명함에 QR 코드를 인쇄하여 자신의 홈페이지와 연동시킨 후 자신의 의정 활동사진 및 보고서를 볼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최근에는 문자메시지 및 모바일 웹을 이용하여 의정 활동 보고를 하기도 한다. 이러한 온라인을 통한 의정 활동 보고는 시기 제한 없이 상시적으로 가능하다.
의정 활동 보고서 주면 받고 읽자!
의정 활동 보고가 대의민주주의하에서 필수불가결한 제도이므로 법의 테두리 내에서 활성화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우리 유권자들도 앞으로는 전철역에서 의정 보고서를 나누어주더라도 당황하거나 회피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