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교육의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고, 교육의 주체인 학생들과 더 많이 소통한 노옥희 교육감은 학교에는 자율권을, 교사에게는 역량 강화를, 지역과는 긴밀한 협조 체계를 구축해 전국 최고의 교육복지 도시를 만들고 있다.
노옥희 울산광역시 교육감 약력
•부산대학교 수학과 졸업
•현대공업고등학교 교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울산지부장
•더불어숲 작은도서관 대표
이영애 발행인_ 여러분, 안녕하세요! 수능은 잘 보셨나요? 그만큼 교육의 중요성을 안고 울산으로 왔습니다. 울산 교육은 어떤가요?
노옥희 울산광역시 교육감_ 제가 임기를 맡기 전에는 울산 교육이 상당한 불신을 받았지만 이제 신뢰를 많이 회복했다고 자평합니다.
이영애_ 신뢰를 회복한 교육감님께 인사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노옥희_ 그동안 울산 교육청 하면 부정부패가 많이 떠올랐지만 이제 여러 방면에서 많이 좋아졌고, 앞으로 점점 더 좋아질 것입니다. 믿고 신뢰해주신 시민들께 감사드립니다.
이영애_ 교사들과 학부모들은 어떻게 말하나요?
노옥희_ 교사들은 근무하기 좋아졌다고 하며, 학부모들은 교육복지가 좋아졌다고 말합니다. 학부모 중 한 분이 “교육을 위해 자식을 유학 보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안 보낼 걸 후회한다”는 말을 페이스북으로 남겼습니다.
이영애_ 가장 듣고 싶은 말씀이네요. 최대 공약인 고교 무상급식은 어떻게 추진 중인가요?
노옥희_ 작년 7월1일자로 취임해 9월1일자로 고교 전면 무상 급식을 실시했습니다. 만족도가 굉장히 높은데요, 학생들이 좋아하고, 학부모들도 좋아합니다. 또한 얼마 전 시장님과 구청장·군수님이 같이 모여 중·고등학생 교복비를 전액 무상 지원하기로 합의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울산이 교육복지 선도도시라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이영애_ 그럼 다른 것들도 계속 요구하지 않나요?
노옥희_ 사실 교육은 국가가 유치원부터 책임져야 합니다. 과도한 요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교육까지는 학부모 부담을 없애는 것이 좋습니다. 교육복지 수준을 높여놓았는데, 이제 질적으로 개선해나가겠습니다.
이영애_ 교육 신뢰를 회복하는데 여성의 섬세함이 작용되었나요?
노옥희_ 그동안 부패로 안 좋은 일이 많았는데요,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3가지 정책을 펼쳤습니다.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운영해 비리를 저지르면 단호하게 처벌하고, ‘청년시민감사관제’를 도입해 시민들을 참여시키며 ‘공익제보센터’를 만들어 많은 제보가 들어오게 했습니다. 그 덕분에 국민권익위원회 청렴시책 평가 최우수 1등급을 받기도 했습니다. 소통에도 많은 비중을 두고 ‘시민들과 함께하는 교육감’을 만들어 30회나 운영했습니다. 취임 초기부터 지금까지 시민과 함께하는 교육감으로 학생, 학부모, 교사 간 원탁 토론을 굉장히 많이 했습니다. 덕분에 불통이라는 말이 없어지고 소통하는 교육감으로 자리잡으며 신뢰를 많이 회복했습니다.
이영애_ 그간 오랜 리더들을 뵈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였는데요, 신뢰를 기반으로 더 나은 교육이 이뤄지도록 어떻게 노력하고 계신가요?
노옥희_ 신뢰가 처음이자 끝입니다.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어떤 교육정책도 펼칠 수 없습니다. 이제 하고 싶은 교육을 펼치려 하는데, 학생들이 수업에 즐겁게 참여해야 합니다. 교사에게 많은 자율권을 드리고 가르치거나 상담하는 일 외 다른 일은 덜어드리려 합니다. 무엇보다 교사들의 역량을 키워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치도록 하겠습니다.
이영애_ 김승환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님께서도 교사들의 행정업무를 제발 줄이고 아이들을 위한 교육만 하게 해달라고 하신 말씀이 기억납니다.
노옥희_ 교육감들은 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만 실제로 줄이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희 교육청에서도 ‘학교정상화추진단’을 만들어 계속 줄여나가고 있습니다.
이영애_ 교육부에 이것 하나만은 꼭 좀 개선해달라고 하는 건 없으신가요?
노옥희_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는 교육감 소관이라 자치권을 줘야 하는데, 교육부에서 너무 세세한 것까지 간섭합니다. 고등학교 교육까지는 교육감을 믿고 맡겨주십시오.
이영애_ 교육부에서는 교육청에 권한을 다 주었다고 하는데요.
노옥희_ 그렇지 않습니다. 아직도 많은 권한을 내려놓지 않고 있습니다.
이영애_ 자치분권이 대한민국의 살 길인데요, 정부가 공정의 가치를 실현한다면서 정시 비중을 확대하겠다고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노옥희_ 정시 비중을 늘리거나 줄인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대학이 서열화되어 있고, 직업에 따른 임금 격차가 너무 크게 벌어지고 특정 기업에 가려고 경쟁이 치열한 데서 생긴 일입니다. 대입은 학교를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또한 현장 교사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야 합니다. 굉장히 소중합니다. 정시 비중을 낮추며 입시 비중을 더 줄여가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하루 만에 시험을 쳐서 다 결정하는 건 정말 무리가 있습니다.
이영애_ 교육의 주체인 학생들에게 한 말씀 하시죠.
노옥희_학생이 없는 교사는 있을 수 없습니다. 특히 저는 학생들과 소통이 잘되는데요, 그동안 이름만 방과후 학교였던 야간 자율학습을 일체 없앴습니다. 완전 자율화시켰습니다. 등교시간도 늦춰 학교에 자율권을 주었습니다. 다만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더 공부를 시키고 저녁도 먹여달라는 요구가 있습니다.
이영애_ 코딩 교육이 의무교육으로 되었지만 잘 이뤄지고 있지 않은데, 결국 교사들의 역량을 키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노옥희_ 네, 맞습니다. 교육의 처음과 끝은 교사이기도 합니다. 울산은 많이 배워도 말 한마디 못하는 영어교육을 혁신하기 위해 교사 연수를 강화했습니다. 무엇보다 교사들에게 쉬는 시간을 많이 주고 연구할 여건을 마련해주었습니다.
이영애_ 지자체와 협력도 잘하고 계신가요?
노옥희_ 무상급식을 실시할 때 지자체에서 많이 협조해주셨습니다. 또한 혁신교육지구 마을공동체 사업을 통해 교복 입은 학생들도 시민이고 주민이기 때문에 단체장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더 이상 교육은 학교에서만 이뤄지지 않습니다. 남구와 중구는 마을공동체 협약을 체결해 어떻게 아이들을 더 잘 보실필지 의견을 나눴고 타 지자체에도 확대하려고 합니다. 한 아이를 제대로 키우려면 온 마을이 나서야 하듯이 지역에 있는 온갖 인프라를 활용해 다양한 교육을 펼쳐나가야 합니다. 그동안 시장님, 5개 구청장, 군수님이 정말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앞으로도 아이들 키우기 좋고 아이가 행복한 울산이 되도록 함께 해주십시오. 더 긴밀히 함께해주시길 바랍니다.
이영애_ 한 해를 돌아보면서 아쉬웠던 점이 있으신가요?
노옥희_ 크게 아쉬운 점은 없습니다. 제가 하고자 했던 일을 다했고, 울산 교육이 신뢰를 받고 연착륙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학생들이 학교에 즐겁게 다니고, 특히 부모의 보살핌을 제대로 못받아 학습에 뒤처진 학생들을 보살피고 부모들이 걱정 없이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고민이 많습니다. 복합적인 문제라 금방 바뀌지는 않겠지만 이런 격차를 줄이도록 관련 부서와 협업하고 현장과 소통해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영애_울산 교육에 함께 힘을 쏟아주신 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해주십시오.
노옥희_ 이만큼 울산 교육의 신뢰를 회복한 것은 공무원 덕분입니다. 또한 학부모들이 믿고 함께 해주신 덕분입니다. 이 신뢰를 바탕으로 더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즐거운 학교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금처럼 함께 해주셔서 한 명의 아이도 소외받지 않게 되길 바라겠습니다. 무엇보다 학생 여러분! 학교가 많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힘드시죠? 이제 학교 하면 즐거운 생각이 먼저 떠오르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도 학교의 주인으로 학교를 바꾸는 데 함께 해주십시오. 올해 시행한 ‘학생 참여예산제’가 시발이 되어 학생 스스로 문제를 풀어나가고 주인이라는 생각을 가져주세요. 감사합니다.
이영애_ 학생들의 엄마 같은 이모 같은 고모 같은 든든한 교육감님을 통해 울산의 행복한 교육이 이뤄지도록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노옥희 교육감과 함께 하는 PICK TIME]
Q. 다시 교사로 돌아간다면 교사를 계속 할 것이다.
A. (YES 선택) 학생들의 구체적인 변화를 옆에서 경험하며 학생들과 가까이 있고 싶습니다.
Q. 다시 학교로 돌아가면 인기가 많을 것이다.
A. (YES 선택) 교사들은 학교안에만 있다보니 다른 세계를 잘 보지 못합니다. 학생들도 다양한 경험을 한 저 같은 교사를 더 좋아할 것 같습니다.
Q. 가장 기억에 남은 은사님 또는 존경하는 스승이 있다.
A. (YES 선택) 초등학교 6학년 선생님입니다. 반 학생들이 컨닝을 해 너무 실망하여 저를 불러 운동장을 돌며 말씀하셨던 것이 평생 기억에 남습니다.
Q. 교사였을 때 인기가 많았다
A. (YES 선택) 학생들과 시간을 많이 보냈고, 학생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었기 때문에 인기가 많았습니다.
Q. 나에게 잊지 못할 제자가 있다.
A. (YES 선택) 직업계 교사 시절 취업을 나가 손목이 잘린 대형 산재 사고를 당한 제자가 있었습니다. 산재보상을 못 받게 된 제자를 돕기 위해 산재보상법과 노동조합을 알게 되며 사회에 눈을 떴습
니다. 그 제자 덕분에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Q. 학부모와의 소통 노하우가 있다
A. (YES, NO 둘 다 선택) 학생과 소통이 잘 되는데요. 학부모도 학생을 매개로 있는 것이기 때문에 학부모와 소통도 잘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Q. 교육감을 마치고 또 하고 싶은 일이 있다.
A. (NO 선택) 쉼 없이 달려왔습니다. 이제는 바닷가에 가서 하루 종일 쉬거나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쉬고 싶습니다.
Q. 교육감님을 하면서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A. (YES 선택) 학생들이 자살을 하거나 사고를 당해 조문을 가면 부모님을 만나면 제가 죄를 짓는 것 같아 눈물이 납니다.
Q. 유리천장을 경험한 적이 있다.
A. (YES 선택) 여교사는 굉장히 많지만 아직 관리자 비율은 적습니다. 여성으로서 불이익을 당하는 문제를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합니다.
Q. 교육감을 제일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A. (남편과 자녀 선택) 남편이 세상에서 저를 가장 좋아합니다. 제가 돈에 욕심이 없고 가족들에게 정말 잘하며, 하는 일과 뜻이 비슷해 좋아합니다.(남편에게 즉석에서 전화를 걸어 확인을 했다.) 자식들은 제가 크게 간섭하지 않고 원하는대로 해주며 키웠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