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의 중심에 있는 의성군은 서울시 면적의 2배 가까이 이른다. 1965년에는 인구가 21만 명을 넘었을 만큼 큰 군세를 자랑했다. 그러나 2018년 말 의성군의 인구는 1/4에도 미치지 못하는 5만 명으로 줄었다. 인구 1,000명을 밑도는 면(面)도 생겨났다. 더 큰 문제는 65세 이상 인구가 2만 명을 넘어 군 전체 인구의 38%에 이른다는 점이다. 의성군의 소멸위험 지수는 전국에서 가장 높고, 젊은이가 떠난 마을은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의성군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말 경북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도민의 19.8%인 52만 9,000명에 이른다. 청년 인구 유출은 점차 늘어나 지난 한 해 1만 3,260명이 경북을 떠났다. 2016년부터 자연 감소가 시작되어 2017년에는 3,300명, 지난해는 2배에 가까운 6,200명의 인구가 자연 감소했다. 23개 시·군 중 19개 시·군이 소멸위험에 직면해 있고, 소멸위험 지수가 높은 자치단체 상위 10곳 중 7곳이 경북에 있다. 옥스퍼드대학의 데이비드 콜먼이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나라로 대한민국’을 지목한 바 있는데 그 경고의 중심에 경북이 있는 셈이다.
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인구를 늘리는 방법밖에 없다. 경상북도가 도정의 최우선 과제를 일자리 창출에 둔 것도 좋은 일자리가 사람을 불러들이는 핵심이기 때문이다. 포항이나 구미 등 제조업 중심도시는 기업친화형 정책으로 투자와 고용을 늘리고, 자연환경과 문화가 아름다운 도시는 관광산업 활성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런데 문제가 좀 있다. 바로 농촌이다. 소멸위기가 높은 곳 모두가 농업이 중심인 자치단체인 것이다.
그래서 민선 7기 도지사로 취임하자마자 농촌의 인구를 늘리고 지방소멸에 대응할 수 있는 파격적인 도전을 시작했다. ‘이웃사촌 시범마을’이다. 글머리에서 예를 든, 전국에서 소멸위험 지수가 가장 높은 의성군 안계면에 조성하고 있는 시범마을의 목표는 농촌의 도시화다. 일자리와 주거, 의료, 교육, 복지, 문화 등 도시에 못지않은 생활기반을 갖춰 청년들을 유입하고 사라지는 마을을 살아나는 마을로 바꾸자는 것이다.
이웃사촌시범마을의 핵심은 일자리이다. 전국 최초로 시행하는 월급 받는 청년농부제는 외지청년들이 농업 이론교육과 더불어 스마트팜에서 직접 1~2년간 딸기 재배 입식교육을 거친 후 최종 창농을 목표로 설계되었다. 현재 40명의 청년들이 농부를 꿈꾸며 교육을 받는 중인데, 이 중에는 육군 대위로 전역한 군인, 잘나가던 영어강사, 제법 돈을 잘 벌던 IT 전문가부터 대학을 갓 졸업하고 취업문을 두드리던 취업준비생에 이르기까지 전직도 다양하다.
청년 일자리의 또 하나의 중심은 청년창업이다. 의성청년과 외지청년이 팀을 이루어 창업에 도전하는 시범마을 일자리 사업과 도시청년 시골파견제가 대표적이다. 경북도에서는 성공적인 창업을 위해 컨설팅과 창업 공간 조성 등 다방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일자리와 더불어 교육과 복지, 문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안계초등학교를 미래학교로 지정하고, KT의 GIGA스쿨을 도입하여 도시 못지않은 교육을 제공할 방침이다. 안계어린이집은 하나은행과 연계한 국공립 안계하나어린이집으로 증·개축되어 보다 질 좋은 돌봄 환경을 제공할 계획이다. 또한 2019년 2월 개소한 안계출산통합지원센터는 엄마들과 아이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으며, 소재지 병원들도 임산부와 소아청소년 진료를 위한 시설확충과 인력확충이 한창이다.
올해 4월 개소한 ‘이웃사촌 시범마을 지원센터’는 마을 만들기 전문가인 유정규 박사를 초빙하여 외지청년과 기존주민의 융화와 교육을 돕고 있다. 안계면의 랜드 마크가 될 안계행복누리관은 국비 91억 원을 지원받아 안계면 주민들의 소통과 화합, 문화의 중심지로 만들 예정이다. 면장도 도내에서는 최초로 공모를 통해 개방형 직위로 뽑아 일을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 기업들도 힘을 보태고 있다. ㈜포스코에서는 청년들이 살 수 있는 스틸 하우스를 제공하였으며, ㈜KT에서는 초등학교 교육을 위한 GIGA스쿨 운영 외에도 어린이 AI공원 조성, 주거단지 스마트홈 구축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농촌을 살려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농촌이 사라지면 우리의 뿌리가 사라진다. 뿌리를 잃고 살아 있을 나무는 없듯이 농촌의 소멸은 도시의 소멸을 부르고 끝내는 국가소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방소멸 문제는 우리의 미래와 나라의 명운이 걸린 중대한 과제로 보고 온 나라가 나서서 함께 풀어야 한다. 우리보다 먼저 지방소멸 위기를 겪고 있는 일본의 ‘지방창생전략’은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일본은 농업의 6차 산업과 관광산업으로 젊은이들을 지방으로 끌어 들이고 있으며, 지방소멸을 역설적으로 기회라고 주장할 만큼 도전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우리도 저출산과 지방소멸에 대해 능동적인 자세로 국가적 역량을 모아야 할 때다. 출산장려를 위해 수많은 정책과 천문학적인 돈을 투입
했지만 지난해 합계출산율 0.98명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는 백약이 무효임을 웅변하고 있다. 그렇다면 새로운 혁신적인 시도를 할 수밖에 없고 이웃사촌시범마을이 해법의 단초를 제공할 것으로 본다. 보다 열린 마음으로, 도전하는 자세로, 청년들이 아름다운 꿈을 펼치며 살기 좋은 경북을 만들어보일 것이다. 하지만 지방만의 힘으로는 역부족이다. 계산적인 B/C 분석과 어차피 안 된다는 회의론으로는 해법이 없다.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사는 것이 아니라 ‘지방을 살려야 나라가 살 수 있다’는 절체절명의 위기의식을 가지고 지방 스스로 혁신적 실험에 중앙정부도 적극적인 자세로 힘을 보태고 대도시와 기업도 동참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