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에서 내다본 수도권 신도시 건설
육동한
강원연구원장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전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 국장
수도권 3기 신도시 계획이 작년 이후 몇 차례에 걸쳐 발표된 바 있다. 이번 계획도 과거 1·2기 신도시와 마찬가지로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주택가격 안정을 목표로 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과거 정부에서 일정 부문 수도권 및 주택정책을 담당했고 더구나 신도시에 주소를 두고 오래 살았던 필자로서는 주택수급 안정화에 있어 신도시의 유용성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1·2기 신도시는 수도권 집값 안정에 상당 기간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주택난 완화에의 한계, 자족 기능 부족, 광역교통망의 미흡, 그린벨트 훼손 등의 문제점들을 노정해온 것이 사실이다. 3기 신도시 발표 이후 일부 신도시 주민들의 반발은 이러한 면들이 제대로 치유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새로운 신도시가 만들어지는 데 따른 것이라 할 수 있다.
3기 신도시는 수도권 6개 신도시와 중소 규모 택지 17곳에 주택 30만 호를 공급하는 것을 골격으로 한다. 이와 함께 개별 신도시는 교통, 일자리, 주거 요소가 결합된 직주근접형 자족도시를 지향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당연히 기존 신도시의 문제점을 보완하려는 측면으로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서울 도심으로 30분대 접근을 위한 3개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노선 등의 대책도 포함되어 있다. 이와 함께 도시 자족 기능 확보에 상당히 야심 찬 구상이 반영되어 있는데, 6개의 새로운 신도시에 기존 공공택지 도시지원시설용지 규모의 3배로 자족 용지를 공급한다는 것이다. 이러할 경우 전체 면적은 560만㎡로 이는 기존의 제1판교테크노밸리(66만㎡)의 8.5배에 달하게 된다.
아무쪼록 이 계획이 제대로 집행되어 주택시장 및 서민의 주거안정과 지역의 쾌적함, 역동성 제고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러한 기대는 수도권 안에서만 제반 요소들이 작용하면서 충족되지 않는다. 수도권은 그 자체가 진공의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연적으로 그 밖에 이런저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인구감소 더 나아가 지역소멸을 염려하고 있는 지금 지역에서는 또 다른 걱정거리가 생기는 것이다.
우선은 인구유출의 가속화에 대한 두려움이다. 수도권 1~2기(1992~2018) 건설 전후 경기도의 인구는 거의 두 배로 늘었는데 이 기간 강원도 인구유출의 70%가 수도권으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난다. 또한 2기 신도시 건설 전후(2001~2006) 2007년 이후 10년간 전체 유입인구의 3배 정도가 강원도 밖으로 나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인구 이동에는 다양한 배경이 작용하겠지만 과거 이동패턴으로 볼 때 신도시의 영향을 배제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다음은 엄청난 규모의 자족용지 공급에 대한 것이다. 수도권에는 이미 6개의 테크노밸리가 만들어지고 있는데 여기에 기존 제1판교의 8배가 넘는 자족시설이 더해지는 것이다. 물론 우수한 R&D 역량과 인력이 집적된 수도권에 테크노밸리가 늘어나는 것은 국가 차원의 전략적 첨단산업 육성과 수도권 내 균형발전에 유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것이 불모지와 다름없는 지역에서 힘들게 키우고 있는 인재와 창업의 어린 싹조차 모두 쓸어가는 블랙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떨칠 수 없다. 여기에 더해 미분양 아파트 누적으로 거의 빈사 상태에 있는 지역 주택시장 상황까지 더한다면 걱정이 지나치다 할지도 모르겠다. 다만 2기 신도시 발표 이후 6년간 주택공급 확충이 무색하게도 경기도 주택매매가격지수 상승률이 강원도의 5배였다는 사실만 남긴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주택시장의 안정적 관리와 양질의 주거환경 조성에 신도시 건설이 상대적으로 유효한 정책이란 점에 이견은 없다. 또한 과거 신도시의 문제점을 충분히 감안하여 추진하려는 정책적 노력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도시 추가 건설이 우리 정부의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신념과 다양한 프로그램들의 효과를 제약할 수 있다면 본격적인 사업 시행에 앞서 충분히 논의되고 선제적으로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혹여 생길 수도 있는 지역의 현실적인 어려움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신도시로 인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지역 스스로의 적극적인 대응 역시 중요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