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비유 위민의정_의정상식] 헌법개정시 국민소환제 도입의 쟁점
국민소환제는 선출된 공직자에 대한 위임을 국민이 직접 철회하는 제도이다.
자치단체장에 대한 신임을 철회하는 주민소환제와 비교되는 국민소환제에 대해 알아본다. 기획 편집부
1. 영국, 2015년 도입
직접민주제적인 제도로 국민투표제와 발안제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으나, 국민소환제를 마련한 국가는 많지 않다. 우리나라는 현재 지방자치법에서 지방자치단체장에 대해서는 주민소환제가 마련되어 있지만,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는 마련되어 있지 않다.
제19대 국회에서부터 제 20대 국회에 이르기까지 국민소환을 도입하려는 법률안이 수차례 제출되었으나 대의제의 기본원리인 자유위임원리를 비롯한 헌법원리와 규정 등에 반한다는 우려와 제도남용의 우려 등으로 인하여 번번이 입법에까지 이르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대의민주제의 모국이라 할 불문헌법국가인 영국이 오랜 논의 끝에 2015년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법을 제정했다. 국민소환제 도입에 관한 세계 동향과 영국 국민소환법의 내용, 국민소환제 도입과 관련된 헌법상 쟁점을 살펴본다.
국민소환제를 도입한 나라들은 크게 3가지 유형의 국민소환제를 두고 있다. 유권자가 발의하여 유권자가 투표하는 방식, 소환발의는 국가기관이 하고 소환투표는 유권자가 하는 방식, 소환발의는 유권자가 하고 소환결정은 국가기관이 하는 방식이다.
2. 영국국민소환법의 내용
1)도입배경
영국에서 국민소환법을 제정한 것은 2009년 하원의원들의 지출스캔들 때문이었다. 의원수당을 남용한 의회에 대한 여론이 악화된 사건을 계기로 의원윤리를 강화하고자 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었다.
2)국민소환법상 소환사유(제1조)
첫째, 하원의원이, 의원이 된 후에 영국 내에서 형사문제로 기소되어 자유형 이상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된 경우
둘째, 하원의원에 대한 의원윤리위원회의 보고서가 제출된 후에 하원이 일정기간 이상의 의원직 정직을 명령한 경우
셋째, 하원의원이 된 후 2009년 의회윤리기준법 제10조 상의 범죄로 기소되어 유죄가 확정된 경우이다.
하원의원 중에 이러한 요건 중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하원의장은 이러한 사실을 반드시 공표하여야 한다. 즉, 소환요건에 해당하는 지 여부는 하원의장의 공표로 확정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3)절차
각 선거구에는 소환청구와 관련한 소청관을 둔다. 법원은 하원의원에게 제1요건이나 제3요건이 발생한 사실을 국회의장에게 통지하여야 한다(제4조). 국회의장은 소환요건에 해당하는 하원의원에 관하여 공표하여야 하며(제5조),
이때 소청관은 즉시 소환청구가 가능한 날짜, 장소를 공지한다(제6조). 소환청구에 서명하는 기간은 6주로 한다(제9조제2항).
소환권자는 당해 선거구의 유권자이다. 당해 선거구 유권자의 10% 이상이 소환청구에 서명하면, 그 하원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하고, 당해 선거구에서는 보권선거를 실시한다(제9조).
4)보궐선거
보궐선거에서는 소환된 의원도 입후보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소환제가 3번의 투표를 하게되는 문제 즉 소환발의 투표, 소환결정투표, 보궐선거투표라는 3번의 단계를 두 단계로 단축하여 경제적인 절차가 될 수 있다. 다만 지금까지 이 법률이 적용된 사례는 없다.
3. 국민소환제의 쟁점
1)헌법상 자유위임원리와의 조화
국회의원은 지역구에서 선출되건 비례대표로 선출되건 일단 국회의원이 되면 그 다음은 국민전체의 대표로서 그 직을 수행하도록 되어 있다. 현대의 대의제는 국회의원이 전체 국가이익을 위하여 활동하게 하도록 하기 위한 장치로서 자유위임원칙을 기본으로 한다. 국민소환이 이 원칙과 충돌하지 않도록 하려면 정책결정과 관련된 것은 소환의 사유에 포함할 수 없고, 위헌 또는 위법행위를 한 경우로 그 소환사유를 제한할 수 밖에 없다고 볼 수 있다.
2)헌법상 무죄추정원칙과의 충돌문제
소환의 사유를 형사적인 처벌을 받을 경우로 정한다고 하면 형사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소환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일정한 형사처벌이 되면 지금도 자동적으로 의원직을 상실하기 때문에 소환제도가 유용하겠는가 하는 의문도 생길 수 있다.
3)신임투표로의 남용문제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72조의 국민투표 규정은 신임투표가 될 수 없다고 하면서 헌법은 명시적으로 규정된 국민투표 외에 다른 형태의 재신임 국민투표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현행 헌법상 신임투표가 위헌이라고 본다면, 국민소환제가 사실상 신임투표와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에 체계불합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므로, 헌법 개정시에는 이를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볼 것이다.
4)소환사유와 절차의 문제
소환사유를 광범위하게 인정하면 정치적인 악용이 가능하고 헌법적인 쟁점을 야기하게 된다. 영국에서는 하원의장이 의원의 소환사유 발생 사실에 대해서 공고하도록 하고 있다.
5)헌법 규정사항과 법률규정사항 구별
국민소환제를 도입할 경우에 헌법에 어느 정도까지 규정하는가에 대해서 면밀히 검토해 정해야 한다. 헌법에서 요건을 정하지 않고 법률에서 주요요건을 정하게 하면 이해당사자들이 이를 결정하면서 소환제도를 실질적으로 무력화시킬 우려도 있다.
국민소환제를 도입하고자 하는 진의는 국회의원의 윤리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그러므로 국회가 스스로 의원자격심사나 윤리심사제도를 강화하여 자정제도에 대한 실효성을 높이는 일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