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2004년 「정치자금법」 개정을 통해 투명한 정치자금제도의 확립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였으나, 이것이 실제로 정치자금의 투명성 확보를 보장하고 있는지에 대하여 회의적인 평가도 적지 않다. 해외 선진국에서는정치자금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어떤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지 알아보자.
기획|편집부
대부분 기부금에 의존하는 미국정치자금 지출도 ‘표현의 자유’
미국에서는 대통령선거를 제외하고 정치활동에 대한 직접적인 국고 보조는 없으며 거의 모든 자금을 민간부문에 의존하고 있다. 정치자금의 모금과 지출은 정당보다 후보자 개개인이 중심이 되고 있어 정당이 후보자나 의원에 대하여 정치자금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여지가 비교적 적은데, 정치자금 ‘지출’은 표현의 자유에 따라 규제가 약한 반면, 정치자금의 ‘기부 및 수수’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정치기부금은 정당 및 후보자 등을 위해 활동하는 ‘정치활동위원회(PAC: Political Action Committee)가 모금한다.
미국의 정치자금은 기부제한과 지출공개가 엄격한 하드머니(Hard Money)와 규제에서 자유로운 소프트머니(Soft Money)로 나뉜다.
하드머니는 「연방선거운동법」에 따라 정당 및 연방선거 후보자가 개인으로부터 직접 기부를 받을 수 있는 정치자금으로, 연간 200달러를 초과하는 기부 및 지출에 대해서는 기부자 또는 사용처를 연방선거위원회에보고해야 한다.
소프트머니는 「연방선거운동법」에 규제를 받지 않아 대기업, 노동조합 및 개인으로부터 무제한적으로 받을수 있는 자금으로, 기부액수뿐만 아니라 사용처도 규제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소프트머니의 규모는 1990년대 들어 기하급수적으로 급증하였고, 정치부패의 원인이 되어 정치자금법 개정 요구가 커지기도 했다. 2002년 소프트머니 수수를 금지하고 이를 이용한 선거광고와 정치광고를 금지하는 법인 제정되었으나 2010년 연방대법원이 ‘정치적 목적을 위한 지출을 제한하는 것은 수정헌법 제1조가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결하기도 했다.
국가가 정치자금 보조하는 독일 기부·지출 제한 없지만 법에 따라 재정 공개
비례대표제 중심의 혼합식 선거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독일은 정치활동 및 선거운동의 중심이 정치인 개인이 아닌 정당이며, 따라서 정치자금 규제의 대상도 정당이다. 정당에 대해서는 국가로부터 대규모의 직접적인 국고보조가 제공되는데, 정당국고보조금은 「독일기본법」에 따라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이라는 임무를 가진 정당의 활동을 국가가 부분적으로 보조하기 위해 지급하는 자금’으로 규정된다.
정당 보조금 배분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하나는 정당득표수, 다른 하나는 소액기부금 모금액이다. 연간 지급할 수 있는 국고보조금은 최대한도액(1억3300만 유로)이 정해져 있으며 각 정당에 지급되는 보조금액은 당비, 기부금, 간행물 판매수입 등 정당이 스스로 마련한 총액을 초과할 수 없다.
독일은 개인뿐만 아니라 법인의 기부에 액수 제한이 없으며, 지출한도액 등 지출에 대한 제한 규정도 없다(단 공법상 법인, 정치재단에 의한 기부, 공익·자선·종교단체에 의한 기부, 직능단체의 기부, 1000유로 이상의 외국인 기부, 500유로 이상의 익명 기부, 경제·정치적 이익을 기대하는 기부 등은 금지된다). 다만 「독일기본법」 제21조에 정당의 재정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어 정치자금의 규제는 공개를 통해 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국고보조 실시하며 정치자금 규제 강화한 일본정치인은 원칙적으로 직접 기부 받을 수 없어
일본은 1994년 「정당조성법」을 제정하면서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를 실시하기 시작했으며, 이와 더불어 정치자금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이에 따라 정치인 개인에 대한 기업·단체의 기부를 금지하고, 국고보조금을 정당에 배분했다. 2007년에는 국회의원의 불투명한 회계처리로 인한 정치 불신이 고조되며 국회의원 및 후보자의 정치단체에 대하여 소액영수증 제출을 의무화하고, 등록된 감사인으로부터 감사를 받도록 하는 등의 개혁이 진행됐다.
일본에서 정치자금을 조달 또는 지출할 수 있는 주체는 원칙적으로 정치단체와 정당이며, 정치인은 원칙적으로 직접 기부를 받을 수 없고, 자금관리단체(정치인이 자신의 정치자금 관리를 위해 지정한 정치단체)를 통해서만 기부 받을 수 있다.
정치단체가 기업·노조 등의 단체 및 개인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기부에 양적인 제한이 있으며, 특히 정당의 정치자금단체(정당이 자당을 위해 지정한 정치단체) 이외의 정치단체 및 정치인 개인은 기업·노조 등의 단체로부터 기부를 받을 수 없으며, 국가·지방 자치단체로부터 자본금·보조금을 받는 기업, 외국인, 외국법인, 타인명의 및 익명, 3년 이상 적자기업 등의 기부를 받을 수 없다. 정치자금 지출에 대한 일반적인 규제는 없으며, 「공직선거법」상 법정선거비용의 한도 규정이 있다.
※ 위 내용은 국회입법조사처의 ‘주요국의 정치자금 투명성 관리제도’보고서 내용을 요약·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