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등한 교육을 논의하다
대한민국 인천에서 개최된 「2015 세계교육포럼」은 총 7개의 국제기구가 공동주최한 교육계 최대 국제회의였다. 지난 회의인 2000년 다카르 세계교육포럼에서 당시 5개 국제기구가 참여했던 것을 비교해 보더라도, 이번 인천 세계교육포럼을 계기로 더많은 국제기구들이 글로벌 교육협력을 위해 하나의 목소리를 내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포럼에는 유엔 여성기구(UN Women)와 유엔 난민기구(UN HCR)가 처음으로 공동주최자로서 참여하였는데, 덕분에 여성 교육권 신장과 위기·분쟁 시의 교육을 포함하여 포용과 평등에 대해 이전보다 폭넓은 논의를 할 수 있었다. 이는 “2030년까지 모든 이들을 포용하는 평등한 교육을 실현해야 한다”는 핵심적인 결론으로 마무리 지어졌고, 이는 「인천선언문」에 담긴 새로운 교육비전에도 잘 반영되어 있다.
평등한 교육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지만, 「인천선언문」에서는 크게 ‘교육접근성’과 ‘교육에 대한 참여’, ‘학습 성취’의 세 가지 측면에서 평등을 달성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는 가장 취약한 이들을 한 명도 배제시키지 않고 접근하여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참여와 성취의 측면에서도 평등한 교육 결과를 얻어내야 함을 의미한다. 교육은 개인의 소질과 재능을 키워내고, 그에 적합한 직업을 찾도록 이끌어주어 개인의 행복한 삶을 구현하게 한다. 따라서 모두를 위한 평등한 교육기회를 보장하는 것은 모두가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건강한 사회를 건설할 수 있는 전제조건이 된다.

평등한 교육 달성을 위하여
전 세계 교육 평등 달성을 위해 국제사회가 가장 노력을 쏟고 있는 부분 중 하나가 ‘여성교육’이다. 한국에서도 ‘여성교육’의 중요성은 오래전부터 화두로 제기되고 있었다. 1997년 교육기본법과 1995년 여성발전기본법을 통해 교육의 양성평등을 법으로 보장하고 교육기회 평등실현을 위해 노력해 온 것이 한 예이다. 그 결과 취학률, 총 등록률 등 주요 접근성 지표에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교육 성평등이 각각 1970년대, 1980년대, 1990년대에 달성되었다. 다만 이공계 등 몇몇 분야에 있어 여성 참여가 아직도 많이 저조하다는 문제점 등은 우리 사회가 더욱 노력해야 할 부분들이다.

범세계적 차원에서도 중등교육, 고등교육, 성인 문해등 교육수준별 접근성 지표를 조금만 살펴보면, 여성의 교육이 모두의 성과 향상을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임을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비문해 성인의 2/3 이상이 여성이라는 사실이다. 또한 어머니의 교육 수준은 자식의 건강과 최종 학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어, 미래 세대의 교육 개선을 위해 여성 교육이 중요한 필요조건임을 알 수 있다.
세계교육포럼에 참석한 여러 장관들은 자국 정부와 국민들이 조혼, 청소년 임신, 학내 성폭력, 그리고 여아의 취학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싸우며 여아들의 교육받을 권리 보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전하였다. 책임 있는 중견국가이자 국제교육협력의 주요 공여국으로서 향후 국제사회와 함께 한국이 지원해 나가야 할 부분이다.

앤소니 레이크 유엔아동기구 사무총장은 교육평등에 관한 토론에서 교육평등이 선진국에서도 달성이 쉽지 않은 중요한 과제임을 토로하였다. 한국도 소득별·지역별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끊임없이 방과 후 학교와 돌봄 교실, 농어촌학교 교육개선, 국가장학금과 같은 여러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며, 동시에 대안교육 활성화, 학업중단 예방 정책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을 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평등한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교육을 통한 평등을 달성하는 선순환을 이룰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교육 기회를 확대하려는 것이다.
양질의 교육이란
양질의 교육은 국제적인 흐름으로, 단순히 ‘학교를 다닐 수 있는 기회’의 보장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교육을 통한 ‘실질적인 학습성취’를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요구로부터 힘을 얻기 시작하였다. 2000년 다카르에서 설정한 모두를 위한 교육(EFA) 운동의 세부 목표(Target)에 포함이 되었고, 이번 인천 세계교육포럼에서는 총괄 목표로 채택이 되었다.

‘교육의 질’이란 서로 다른 이해당사자들의 관점에서 이해되고 대화를 통해 사회적으로 정의되어야 한다. 어떤 것이 개인의 삶과 사회참여를 위해 필요한 역량인지, 지역사회와 국가적 맥락에 맞게 미래지향적으로 정의되어야 하는 것이다.
한국의 학생들은 그 간 PISA, TIMSS와 같은 국제학업성취평가에서 지속적으로 우수한 성적을 얻어 왔다. 그러나 오래 전부터 국내의 교육 담론은 교육의 질이 더 이상 인지적 능력의 습득 여부로만 평가되지 않고, 창의성, 문제해결력, 의사소통능력, 인성과 같은 비인지적인 역량을 함양했는지 여부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수렴되었다. 이는 국내 이해당사자들 뿐만 아니라 전 세계 교육 전문가들이 세계교육포럼에서 입을 모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의 질은 더이상 읽고, 쓰고, 셈하기와 같은 표준화된 역량과 지식의 측정에 의해 좁게 해석되는 것이 아니다. 이에 보다 체계적이고 전인적인 접근의 교육개혁이 요구되는 것이다.
양질의 교육과 세계시민교육
이러한 측면에서 이번 세계교육포럼을 통해 한국이 제시한 의제인 ‘세계시민교육(Global Citizenship Education)’이 더욱 의미가 있다. 교육은 갈등으로 분열된 세계를 하나로 통합하는 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 세계시민교육을 통해 타인에 대해 공감하고 배려할 줄 아는,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갖춘 세계시민을 양성하고 평화로운 사회를 이룩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세계교육포럼의 개최기간 동안 한국은 상설전시장에서 국내외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기업 및 시민사회, 국제기구가 시행하고 있는 세계시민교육 사례를 소개하여 많은 참석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세계시민교육은 「인천선언문」에 양질의 교육 달성을 위한 방법으로 강조되었으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개회식기조연설에서 교육이 21세기의 도전에 직면할 수 있는 세계시민을 양성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발언하며 힘을 더했다.
한국이 세계 선진국의 경험을 따라 여기까지 왔다면 이제는 창의인성과 세계시민의식을 주도적으로 알리고, 이를 통해 한국 교육이 세계로 나아가 인류의 통합과 행복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육부는 주요 국제회의에서 떠오르는 교육의제로써 세계시민교육을 널리 알리고, 국내적으로 선도 교사활동을 지원하는 등 세계시민의식의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 본 기고문은 총 3회 연재되며, 9월호에는 [“교육 2030: 교육을 통한 삶의 변화” - 평생학습,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교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