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진
경상북도 행정부지사
자치분권 단골 아이템이 조직 자율화
“늘어난 업무에 맞게 자치단체에서 실장이나 국장 숫자 하나 마음대로 못 늘린다”, “부시장·부지사가 실장이나 국장의 숫자에 비해 너무 적어 조직 통솔에 어려움이 있다.”이는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대다수 자치단체장의 하소연이다.이러한 주장에서 보는 것처럼 대통령 주재시·도지사 간담회나 시·도지사협의회 또는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개최 시 지방에서 요구하는 단골 분권 아이템으로, 중앙정부에서 자치단체의 조직을 자율적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허용을 더 해 달라는 것이다.
“그럼 중앙정부에서는 이러한 지방의 줄기찬 요구를 왜 선선히 수용하지 못할까” 하는의문이 생길 수 있다. 중앙정부가 밖으로 드러내 놓고 솔직히 이야기하기 어려운 여러가지 고민이 있을 수 있다.
자치제도상 자치조직권 현황
헌법 제118조 제2항에서 ‘지방의회의 조직·권한·의원선거와 지방자치단체의 장의선임방법 기타 지방자치단체의 조직과 운영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이를 근거로 지방자치법 제110조는 부지사·부시장·부군수·부구청장의 정수 등을
규정하고 있다. 지방자치법 제112조 제2항에서 행정기구의 설치와 지방공무원의 정원은 인건비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그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도록 하고있고 이 규정에 따라 대통령령인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 기준 등에 관한 규정(이하 기구정원규정)’에서 자치단체의 조직과 운영에 관한 대강과 지방공무원의 정원기준 등을 자세히 규정하고 있다. 자치단체는 기구정원규정이 허용한 범위 내에서 해당자치단체의 조례와 규칙으로 조직을 규정하는 체계다.
지방자치를 실시한 지 20년을 훌쩍 넘기면서 자치단체의 조직 자율권을 단계적으로확대해 오고 있다. 그 결과 기구정원규정에
서 기초 자치단체와 광역 자치단체의 과장급(기초 5급 상당, 광역 4급 상당)까지는 자치단체별 실정에 맞게 조직을 늘리거나 줄일수 있는 권한을 주고 있다. 다만 자치단체의부단체장은 지방자치법에서 상한을 정하고있고 기초 자치단체는 4급 상당의 국장급 이상, 광역 자치단체는 3급 상당의 국장급 이상 정원에 대해 기구정원규정에서 제한을 두고 있다. 물론 이 외에도 기구정원규정에서직속기관 및 하부행정기관의 설치, 의회 사무기구 등 조직 전반에 대해 제약을 하고 있으나 지방에서 가장 강력하게 요구하는 사안은 자치단체의 고위직 공무원 증원에 대한자율권 확대다.
자치단체 조직 자율권 확대의 걸림돌
조직 자율권 확대에 대한 지방의 요구가 워낙 거세어 중앙정부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없다. 어쩌면 진퇴양난의 입장일 수도 있다.먼저 자치단체의 조직이 급여 및 보수, 자치단체 예산, 공무원연금제도, 공무원 신분 보장과 같은 인사제도 등과 직·간접으로 연결되어 있어 대민업무와 직접 연관성이 있다고보기 어려운 자치단체의 고위직 운영에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는 경우 관련 분야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지역사회에서 공무원의 영향력 및 공무원의 승진 욕구가 지대하여 과연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회등에서 견제와 균형 장치가 제대로 작동할지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공무원 직급 상향이나 공무원 수가 증원되는 경우 해당 지역 주민의 지방세 부담이 그만큼 증가한다. 지방세의 지방 서비스에 대한 가격 결정 기능이작동되지 않는 지방교부세 등 중앙정부 의존적 지방세입 구조 아래서 조직의 완전 자율화가 가능한지의 문제도 있다.
중앙정부 입장에서는 중앙부처 공무원과 자치단체 공무원 간, 자치단체와 자치단체 공무원 간 조직 형평성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없다. 중앙부처의 경우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에서 각 부처 직제 제·개정을 통해각 부처 조직을 일일이 통제하는 반면, 특정자치단체에서 조직 운영에 거품이 발생할 경우 중앙부처나 다른 자치단체로 전이될 수도 있다. 또 한 번 조직구조가 왜곡되는 경우 복원하기가 쉽지 않다. 중앙정부 입장에서는 자치단체를 비롯한 정부기관 간 형평성차원에서 최소한의 균형 장치가 필요하다고볼 수도 있는 것이다.
자치단체의 조직 자율화 방향
자치단체의 조직 자율권 확대에 여러 가지어려움이 있더라도 현행을 유지하기에는 명분이 약하다. 미국·영국·일본 등 지방자치 선진국 중 우리나라처럼 중앙정부가 조직을 직접 규제하는 예는 찾기 어렵다. 우리지방자치의 한 단계 도약을 위해서도 바람직
하지 않다.먼저 기구정원규정 등에서 자치단체 간 형평성 및 균형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조직 설치 기준만 존치하고 나머지 사항은 폐지할필요가 있다. 자치단체 부단체장 정수 개선,실·국·본부 정수 책정방안 개선, 직속 기관 및 하부행정기관 등에 대한 기구 설치 자율성 확대, 의회사무기구 기준 개선 등을 먼저 검토해야 한다.
자치단체 조직 설치 완전자율화를 위해서는 자치단체별 재정 독립성 확보 방안, 지방공무원 보수 자율화 방안, 지방공무원 연금제도 개선방안처럼 자치단체의 인력 운영에 대해 중앙정부의 관여를 최소화하면서 자치단체별 자율운영 방안에 대한 연구를 서둘러야 한다. 앞으로 언제까지 중앙정부와 같은공무원 직급·보수·연금구조를 자치단체에 강요할 수는 없다. 자치단체별로 다양한조직 및 인력 운영에 대한 시도가 가능해야한다. 그리고 자치단체의 조직 및 인력 운영결과에 대해서는 자치단체별로 책임지는 문화와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민들이 자치단체의 조직 운영 실태를 제대로 알 수 있도록 공무원 1인당 주민수 및 복지대상자 수, 자치단체별 전체 예산중 인건비 비중처럼 핵심지표를 공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치단체의 조직 운영 현황에 대해 지방의회 제출을 의무화하고 자세한 정보를 언론과 주민에게 공개하는 것도필요하다. 중앙정부에서 소방, 사회복지 등주요 충원 분야에 대해 정밀 조직 진단과 같은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도 조직 운영 효율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현 정부는 역대 그 어느 정부보다 자치단체의 조직에 대한 자율성 확대에 관심과 의지가 강하다. 올해 상반기에도 인구 10만 미만자치단체의 과 설치 상한 폐지 및 국 설치 허용, 기준인건비 상한 초과 자치단체 지방교부세 페널티 폐지, 인구 100만 대도시 직급기준 탄력성 확대 등의 조처를 한 바 있다.머지않아 자치단체의 조직 자율성 확대에 더큰 결실과 성과가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