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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과 식품을 둘러싼 질서는 지금 다시 쓰이고 있다. 기후위기와 글로벌 공급망 변화 속에서 생산과 유통, 수출의 흐름까지 흔들리는 시대다.
K-푸드는 넓어지고 있고, 대한민국의 식품 영토는 지금 이 순간에도 확장되고 있다. |
이영애 월간 지방정부 발행인_ 사장님, 바쁘신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K-푸드 수출의 최전선에 있는 aT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또 농업과 먹거리의 미래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직접 듣고자 찾아왔습니다. 저희가 사장님 영상을 QR로 볼 수 있게 하나 준비해 왔습니다. 한번 보시겠습니까?
홍문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_ 이렇게 찍으면 바로 나옵니까? 새로운 경험이네요. 참 대단합니다.
이영애_ 저희가 영상이 함께 들어가는 매거진을 만들고 있어서 이렇게 준비했습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여쭙겠습니다. 지금 aT가 가장 집중하고 있는 핵심 사업은 무엇입니까?
홍문표_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농어촌, 농어민, 축산인이 생산한 농수축산물을 5200만 국민에게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일입니다. 또 하나는 그 생산물을 식품으로 가공해 K푸드라는 이름으로 세계 시장에 넓혀 가는 일입니다. 지금 우리 식품이 208개 나라에 수출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단순한 수출이 아니라 대한민국 식품영토를 넓히는 일이라고 봅니다.
이영애_ 208개국이라는 숫자만 들어도 규모가 실감 납니다. 그런데 국민들께서는 aT의 역할을 생각보다 잘 모르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홍문표_ 맞습니다. 그동안 수출과 먹거리 공급이라는 본래 역할에 비해 알리는 데 부족한 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를 겪으면서 각 나라가 식량과 식품을 얼마나 전략적으로 보는지 모두가 체감했지요. 이제는 기후변화가 더 큰 문제입니다. 생산이 흔들리면 유통이 흔들리고, 유통이 흔들리면 수출도 흔들립니다. 그래서 aT가 생산부터 유통, 소비, 수출까지 이어주는 역할을 더 잘해야 합니다.
이영애_ 그 흐름 속에서 K-푸드 수출 성과도 의미가 컸겠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홍문표_ 지난해 농림수산식품 수출액이 135억 달러를 넘었습니다. 우리 돈으로 약 20조 원이지요. 상당한 성과입니다. 다만 저는 숫자만 보지 않습니다. 그 안에는 농어촌 현장의 땀과 기술이 들어 있습니다. 그동안 반도체 수출이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 왔다면, 이제는 농식품 수출도 중요한 한 축으로 봐야 합니다.
이영애_ 결국 성과의 뿌리는 산지와 농가에 있다는 말씀이군요. 그런데 개별 농가나 중소업체 입장에서는 수출이 멀게 느껴질 수도 있겠습니다.
홍문표_ 좋은 농산물을 생산해도 해외에 내보내는 과정은 결코 간단하지 않습니다. 생산, 선별, 포장, 검역, 통관, 유통까지 전 과정이 복잡합니다. 그래서 aT가 원스톱 수출지원 허브를 만든 겁니다. 이제는 aT가 중심이 돼 밭과 논에서 수확되는 순간부터 해외 식탁에 오르기까지 전체 흐름을 연결하고 조정합니다.
이영애_ 현장 체감이 꽤크겠는데요?
홍문표_ 예전에는 통관은 여기, 검역은 저기, 또 다른 업무는 또 다른 기관을 찾아다녀야 했습니다. 중소업체 입장에서는 어디에 먼저 물어봐야 할지조차 막막했지요. 그런데 이제는 aT 한 곳에 오면 됩니다. 온라인, 유선, 대면 상담이 다 가능합니다. 말하자면 농식품 수출의 종합안내소가 생긴 셈입니다.
이영애_ 실제로 농가나 중소업체가 받는 지원은 어떤 성격입니까?
홍문표_우리는 마진을 남기는 기관이 아닙니다. 생산자와 수출 희망 업체를 도와주는 공공기관입니다. 생산비, 유통비, 가공비, 운영비가 들어가는 과정에서 정부 위탁과 예산 범위 안에서 연결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수출이 더 많이 이뤄지도록 행정과 시스템을 지원하는 촉매 역할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영애_ 그렇다면 수출 경쟁력의 출발점은 결국 산지의 생산 기반이라고 봐야겠군요. 기후위기가 심해질수록 더 그럴 것 같습니다.
홍문표_ 정확합니다. 가공식품은 이미 세계 시장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신선 농산물은 다릅니다. 기후변화의 영향을 바로 받기 때문입니다. 원래 자라던 환경이 달라지면 생육과 품질이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수출을 늘리려면 먼저 생산 기반을 지켜야 합니다.
이영애_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어떤 방향을 보고 계십니까?
홍문표_ 방향은 분명합니다. 농업을 더 친환경적이고 탄소를 줄이는 방식으로 바꾸고, 기후에 견디는 씨앗과 신품종을 키워야 합니다. 또 농산물을 오래,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저온 저장시설을 늘려야 하고, 유통 구조도 더 간단하고 효율적으로 바꿔야 합니다. 여기에 스마트팜 같은 기술도 넓혀야 하고, 수출도 더 체계적으로 키워야 합니다. 결국 생산 방식도 바꾸고, 저장 방식도 바꾸고, 유통을 보는 눈도 바꿔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영애_ 식량을 보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말씀은 굉장히강하게 들립니다.
홍문표_ 식량은 단순한 먹거리가 아닙니다. 생명산업이고, 안보이며, 때로는 무기이기도 합니다. 식량을 많이 가진 나라가 강한 나라입니다. 그리고 식량 개념도 넓혀야 합니다. 쌀만이 아니라 보리, 콩, 옥수수, 밀까지 함께 봐야 합니다. 기후위기 시대에는 식량주권을 얼마나 튼튼하게 지키느냐가 곧 국가 경쟁력입니다.
이영애_ 지금 농산물 유통에서 가장 먼저 바꿔야 할 것은 무엇입니까?
홍문표_ 복잡한 유통 구조입니다. 단계가 많아질수록 비용이 늘어납니다. 그러면 생산자는 제값을 못 받고, 소비자는 비싸게 삽니다. 그래서 온라인도매시장, 직거래장터, 권역별 유통 효율화를 추진하는 겁니다. 생산자는 산지에 두고, 필요한 쪽이 바로 와서 사가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 생산자도 살고 소비자도 삽니다.
이영애_ 사장님께서는 국회의원과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을 두루 거치셨습니다. 그런 경험이 지금 aT를 이끄는 데 어떤점에서 자산이 되고 있습니까?
홍문표_ 국회에서는 제도를 만들고 방향을 설계했고, 한국농어촌공사에서는 그 제도가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직접 봤습니다. 결국 정책은 책상 위가 아니라 현장에서 완성됩니다. 지금 aT를 이끌면서도 생산 현장의 어려움, 유통의 막힌 지점, 수출 과정의 부담을 제대로 이해해야 해답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국회 경험이 큰 방향을 보는 눈을 줬다면, 공사 경험은 현장을 읽는 감각을 줬습니다.


이영애_ 마지막으로 국민과 농어촌 현장에 꼭 전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홍문표_ 농어촌은 단지 생산 현장이 아닙니다. 5200만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국가의 기반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농촌을 너무 쉽게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는 그 시선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농어촌, 농어민, 축산인이 잘 살아야 대한민국이 강한 선진국이 됩니다. aT는 앞으로도 생산 기반을 지키고, 유통 구조를 바꾸고, 수출을 넓혀 농어민에게 실질적인 희망이 돌아가도록 뛰겠습니다.
이영애_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K-푸드는 이제 하나의 수출 품목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넓혀 가는 전략이라는 점이 분명하게 다가왔습니다. 그 뒤에 현장과 시스템, 그리고 철학이 함께 있다는 사실도 더욱 또렷하게 확인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지방정부티비유=이영애 대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