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정부 각 부처와 지자체들은 지난 1994년과 비슷하거나 더 심한 폭염을 예상하며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폭염을 재난으로 분 류한다고 이야기하고 있고 대구광역시에서 는 대구국제폭염대응포럼(www.hotdaegu. org)이 진행됐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한 이 포럼은 대구 지역 시민단체들이 주도하는 행 사로, 지자체와 함께 지역 주민들이 폭염 대 응에 관한 다양한 실천적 대책을 논의한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올해에는 3일에 걸쳐 폭염과 쿨산업, 폭염 과 건강, 폭염영향과 적응정책, 폭염적응도 시 4개의 세션으로 진행됐다. 지역에서의 논 의를 바탕으로 현실성 있는 대안이 모색되고 실천되기를 바라면서 이러한 노력이 다른 지 역으로 확산되기를 바라본다.
올해는 폭염의 영향으로 사회부 기자들에게 많은 연락을 받고 있다. 그중 흥미로운 질문 으로는 ‘만약 1994년과 비슷한 폭염이 올해 일어난다면 비슷한 정도의 피해가 예상되느 냐’였다.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대기 오염이나 폭염 등의 환경 문제에 따르는 건 강 영향을 결정하는 요인으로서 노출의 크기 와 대상 집단의 감수성에 대해서 생각해야 한다. 노출의 크기라고 하면 대기오염의 경우 미 세먼지의 농도와 지속일수, 폭염의 경우 고 온의 정도와 지속일수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당연히 노출의 정도가 커지면 그 영향은 클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에서는 노출 의 크기가 같아도 그 영향은 줄어들고 있다 는 결과가 많이 보고되고 있다. 대기오염이나 폭염 등에 대한 정보가 대중에 게 많이 알려지면서 개인들은 노출을 최소화 하기 위한 노력을 과거에 비해 최근에 더 많 이 하고 있다. 미세먼지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마스크를 착용한다든지 폭염으로의 노출을 줄이기 위해 냉방이 된 실내에 머문 다든지를 그 예로 들 수 있다. 사회적으로도 경보 시스템의 발전, 정부에 서의 취약계층 지원 사업의 확대 등으로 동 일한 노출에 대한 건강 영향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러한 점 에서 1994년과 비슷한 정도의 폭염이 발생 한다고 할 때 올해의 건강영향은 더 작을 것 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중요한 요인은 대상 집단의 감 수성이다. 환경보건에서의 취약집단으로는 어린이, 영·유아 및 산모와 더불어 노인집 단을 들 수 있다. 같은 정도의 노출이라도 이러한 집단에서 그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나 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인구고령화는 잘 알려져 있고 1994년과 현 재의 인구구조는 매우 다르고 핵심은 노령인 구 비율이 급속히 증가하였다. 이점을 고려 할 때 1994년 대비 더 큰 피해가 예상된다고 할 수 있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고려하면 올해 예상되 는 피해가 1994년에 비해 어느 정도일지 예 상하기가 쉽지 않은 작업이다. 정확한 평가 를 위해서는 자료의 구축이 완성되는 올해 연말 혹은 그 이후까지 기다려야 한다. 비슷한 논리를 미세먼지에도 적용할 수 있 다. 다만 미세먼지의 경우 적응에 의한 건강 영향의 감소추세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그 증 거가 명확하지 않지만 지역별·대상인구별 영향이 다르다는 것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 다. 미세먼지의 취약 집단인 노인층의 증가 를 고려한다면 미세먼지 농도가 줄어들지 않 는 한 미세먼지에 의한 건강 영향은 더 커질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해진다.
국제보건기구(WHO)에서는 최근 대기오염 에 의한 건강영향이 그동안 과소평가되었다고 하면서 2012년의 경우 약 700만 명이 대 기오염과 관련된 질환으로 사망하였고 전 세 계 사망자의 8분의 1은 대기오염과 연관되 어 있다고 발표하였다.
이러한 연구결과가 나올 수 있었던 이유 는 대기오염 측정망의 확대, 인공위성 자료 의 활용도 증가, 전 세계적인 대기오염의 용 량-반응 관계의 방법론 발전 등을 활용한 대규모의 종합적인 평가가 가능했기 때문이 다. 이러한 연구 결과, 예전에는 대기오염과 의 관계가 확실하지 않았던 협심증, 뇌혈관 질환 등에 대한 영향 및 농촌지역에서의 피 해 등이 추가되어 그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WHO는 인류가 대기오염을 줄인다면 대기 오염에 의한 건강영향을 감소시킬 것이고 이 와 동시에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원인물질인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폭염 등 기후변화에 의한 건강 피해를 줄이는 이중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편 환경부는 폭염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지자체 단위의 노력을 지원하기 위하 여 광역·기초 지자체 기후변화 취약성 평 가 지원 도구(Vulnerability assESsment Tool To build climate change Adaptation Plan: VESTAP, vestap.kei.re.kr) 시스템 을 개발하여 공개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각 지자체 담당자를 위하여 정보를 제공하고 있 으며 현재의 적응대책을 평가하고 적응역량 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이 향상되어야 하는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미세먼지 문제가 대두되고 나서 이를 해결하 는 지자체장이 선거에서 중요해졌듯, 올해 이후에는 폭염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정책 이 지방정치에서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 확실하다. 각 지자체는 중앙정부의 정책을 숙지하면 서 지방의 특성에 부합하는 정책을 개발하 여 꾸준히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환 경 문제와 마찬가지로 미세먼지 및 폭염 대 책은 그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많은 시간 이 소요되고 주민들이 체감하는 효과가 나 올 때까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 다. 미세먼지 및 폭염 대책을 효과적이고 지 속적으로 추진하는 지방정부는 다음 선거에 서 결정적으로 유리할 확률이 대단히 크다 고 할 수 있다.
필자는 그동안 중앙정부와 마찬가지로 지자 체에서도 각 부처 간의 칸막이 문화로 인하 여 각종 환경문제의 해결이 어려워지는 것을 많이 경험하였고 이러한 경우에는 조직 수장 의 의지가 문제해결의 중요한 요인임도 알 수 있었다. 주민들의 건강 향상을 위한 정책 들이 지방정부의 중요한 의제가 되고 꾸준히 추진될 수 있는 것이다. 국민은 준비하고 실행하는 정부, 지자체를 많이 지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