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인구학 교수
우리나라 인구정책을 들여다보고 연구해 온 조영태 서울대 교수는 정부 기조의 근본적 변화를 주문했다. 초저출산은 합계출산율이 1.3밑으로 떨어진 상황을 말하는데, 우리나라에선 2002년에 이런 현상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이후 정부가 초저출산 극복을 위해 여러 정책을 펴왔지만, 2017년까지 15년 간 합계출산율은 올라가지 않았다는 게 조 교수의 진단이다.
특히 조 교수는 합계출산율보다 더 중요한 것이 출산아 수인데, 우리의 경우 1970년대 90만 명에서 점점 떨어져 2000년대 들어 40만 명대까지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현재와 같은 추세가 이어지고 청년들의삶의 질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2030년대에는 매년 20만 명만이 출산할 게 분명하다고 확신했다. 조 교수는 “초저출산 현상이 최초로 발생한 것이 2002년인데 우리나라는 바로 그 덫에 갇혀, 15년이 지난 지금도 합계출산율이 호전될 기미가 없어 안타깝다”고 했다.
조 교수는 정부 정책의 효과가 기대만큼 저조한 이유로 ▲출산율에만 초점을 맞춘 인구정책 ▲10년, 20년 앞을 내다보지 않는 현재형 인구정책 ▲정부와 정치권의 인구 경시를 꼽았다. 조 교수는 “정부는 이제라도 지금까지의 관행에서 벗어나 새 정책 환경을 만들어 갈 것”을 주문하며 ▲출산이 아닌 인구정책의 장기적 밑그림 마련 ▲정부로부터 독립적인 연구 수행이 가능하고 다양한 관점과 목소리를 담을 수 있도록 복수의 국책연구 사업 추진을 제안했다.
조 교수는 문재인 정부 6개월을 어떻게 평가할까. 조 교수는 저출산 정책에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고 했다. 조 교수는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에도 이전 정부와 비교할 때 거의 특별할 것이 없는 것이 바로 저출산 대응 전략이기 때문”이라며 “반년이 지나도록 저출산 현상을 비롯한 인구현안들을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아무런 정책 방향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조 교수는 “저출산, 줄어드는 농촌지역 인구, 혼자 사는 1인 가구 증가라는 새로운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어떠한 변화가 언제 어떻게 올 것임을 미리 예측하고 그로 인한 사회적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준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인구정책과 관련하여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도 70%가 넘을 수 있도록 청와대의 세심한 관심이 절실하다”고 했다.
조 교수는 “인구정책은 현재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투자하는 것”이라며 “오늘의 출산율 혹은 출산아 수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인구정책의 방향을 잘 설정하고 그것을 큰 흐름으로 만들어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