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
빅뱅파괴(Big Bang Disruption)는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나와서 관련 산업이나 기업들을 한꺼번에 재편해버리는 것으로, 기본적으로 기술발전의 속도가 너무 빨라져서 나타나는 것이다. 기술발전이 얼마나 빨라지는가. 예를 들면 5000만 명의 사용자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전화기는 75년이 걸렸고 라디오는 38년, TV 13년이 걸렸는데 앵그리버드게임은 35일밖에 안 걸렸다.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go는 한 달도 안 돼전 세계 게임차트를 다 석권해버렸다. 기술 변화가 너무 빨리 일어나기 때문에 새로운 기업의 서비스 제품, 예전같으면 경쟁자가 아니거나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기업이 갑자기 부상한다.
기업 수명이 과거 60년이었는데 지금은 15~20년밖에 안되고 앞으로는 더 줄어든다. 이전에는 직장에 들어가기업에 평생 뼈를 묻겠다고 했지만 지금은 자기가 살아있는 동안에 기업이 서너 개 생겼다 사라진다. 예전에는 회사에 들어가 오래 다니면 그게 직업이 되는데 지금은 직장과 직업이 구별된다. 직업도 평생에 걸쳐 여러개를 가져야 한다. 직장을 벗어나서도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자신만의 콘텐츠를 가져야 하고 우리 아이들한테 그런 준비를 시켜야 한다.
빅뱅파괴의 대표적 사례는 스마트폰이다. 몇 년 전까지 내비게이션을 많이 사용했지만 요새는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한다. 아이나비 같은 내비게이션회사는 지금은 블랙박스를 만들고 있다. 빅뱅파괴는 그 영향이 하나의 산업이나 기업 영역을 넘어 전방위적으로 미친다.
1900년과 1913년 뉴욕 거리를 찍은 사진을 비교하면 13년 사이 뉴욕 거리는 마차가 다니던 길에서 자동차가 다니는 길로 바뀌었다. 지금은 자동차 부문에서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다. 몇 년 전에는 전기차가 확산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으나 지금은 그렇지않다. 100여년 전의 뉴욕시가 그랬던 것처럼 순식간에 바뀐다.
2030년이 되면 전기차 가격이 지금 저가휘발유차량 가격수준으로 떨어진다. 고장이 잘 나는 엔진룸 내 부품 수가 휘발유차가 2000개인데 전기차는 17개밖에 안 된다. 고장 날 일이 없다. 전기차는 사고위험도 적다. 테슬라차는 엔진이 필요 없어 뒤에도 앞에도 트렁크가 있다. 사고가 났을 때 엔진이 차 안으로 들어와 나는 인명피해가 확 줄어든다.
전기차가 확산되면 석유에너지, 정유사, 주유소 체인, 완성차, 자동차부품업체, 수리업체, 보험업체 모두 타격을받게 된다. 일자리에 영향을 미친다. 물론 새로 생기는 일자리도 있다. 전기차업체, SDI, 급속충전기업체, 충전 인프라 운영업체에 일자리가 늘어나지만 없어지는 일자리를 상쇄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늘어날지는 미지수다.
전기차뿐만 아니라 자율주행차가 급속 성장세에 있다. 구글의 자율주행차가 270만 킬로 운행 중에 17건의 사고가 있었는데 그중 1건만 구글차의 잘못이었고 나머지 16건은 다른 차의 과실로 일어난 사고였다. 자율주행차는 인간이 운전하는 것보다 훨씬 안전한 상태로 운전한다.
자율주행차가 보급되면 차 안에서 영화, 음악, 게임을 하게 된다. 현재 스마트기기라면 스마트폰이지만 이제는 자동차가 스마트기기가 된다. 구글이 스마트기기에 관심을 가지고 애플도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에 많이 투자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자율주행차 급속 확대 전망
자율주행차 확산되면 차를 소유할 필요가 없어진다. 필요할 때 차를 부르면 된다. 편하게 차를 타고 다닐 수있으면 차를 사서 운행비, 주차비, 유지관리 수리비를 부담할 필요가 없다.
시장조사업체 바클레이즈 추정에 따르면 2040년에 차량 소유비중이 50% 이하로 하락한다. 자율주행차 1대가 전통차 7대를 대체하는 효과가 있어 자동차 판매량이 약 40%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율주행차가 도입되면 택시운전사가 많이 줄어들 것이다. 또 운전면허가 굳이 필요없게 된다.
수십 대의 트럭 행렬이 고속도로를 몇 십 센티 간격으로 운행하는 트럭 퍼튜닝이 실제로 가능한 것이 네델란드에서 입증됐다. 맨 앞 트럭에만 1명이 타고 수십 대가 같이 간다. 트럭 퍼튜닝이 활성화되면 트럭운전사 일자리가 줄어든다. 자율주행차 확산으로 주차장도 많이 필요 없게 되고 교통혼잡도 적어진다.
이 밖에 각종 바이오산업, 사물인터넷, 인공지능기술 등 굉장히 많은 기술들이 빅뱅처럼 폭발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산업과 기업의 지형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유통, 판매, 오락, 통신 대부분 영역에서 소비지수가 위축되고 보건, 의료, 제약 분야에서는 소비지수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 산업용 로봇 밀도가 세계 1위다. 로봇 밀도가 높은 이유 중 하나는 노조의 사회적 견제가 약하기 때문이다. 2025년 산업용 로봇 도입으로 예상되는 인건비 절감률은 33%로 세 사람 고용할 때 한 사람은 기계로 대체된다.
육체노동이든 사무노동이든 반복화, 정형화된 노동은 앞으로 기계로 대체된다. 기계를 부리는 전문가 수요도늘어난다. 개인 돌보미 서비스는 아직은 유효하다. 서글픈 이야기인데 이런 부분에는 인건비가 별로 안 비싸로봇이나 자동화프로그램을 도입했을 때 절감하는 인건비 비중이 크지않다.
사무, 행정, 제조, 생산, 건설분야 일자리가 줄어드는데 2020년까지 약 510만 개 일자리가 사라진다. 특히 중급기술 수준 일자리가 사라진다. 노동소득 분배 노동의 몫이 줄어들어 양극화가 심화되고 지니계수가 높아진다.
요양산업은 휴먼터치가 필요해 로봇에 맡기기 힘들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 점점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 안무가, 정신건강상담가는 기계가 대체하기 힘들다. 기술적으로 대체 가능한 문화적·사회적으로 수용할 것인가는 다른 이야기일 수 있다. 야구심판을 기계로 대체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심판의 존재 자체가 선호될 수 있다.
앞으로 어떤 스킬이 중요한가
디지털능력, 혁신능력, 대인관계, 소프트스킬이 중요하다. 특히 문제를 찾는 능력이 문제해결능력보다 더 중요하다. 예전에는 문제가 정해져 있었으나 이제는 어떤 것이 문제인지 쉽게 규정되지 않는 시대다. 문제를 규정하고 문제의 해결책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 전제가 되는게 창의력이다.
창의력은 오랫동안 어떤 문제를 탐구하고 문제가 무엇인지 찾아내서 그것을 해결하는 능력이다. 뉴튼이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만유인력법칙을 발견했는데 오랫동안 그 문제를 고민해 온 결과이다.
나이팅게일은 백의의 천사로 불리나 사실 문제해결 능력과 창의성의 대표적 인물이다. 그는 장병들이 부상당해서 죽는 것보다 전염되거나 위생상태가 불량해서 죽는 수가 더 많다는 사실을 알고 여론을 환기시켜 위생상태 개선에 노력하고 많은 장병을 살려냈다.
기술변화에 따라 이전의 직업 가운데 어떤 성격의 업무가 줄어들고 어떤 업무가 커질 것인가 관심 있게 살펴봐야 한다. 왓슨이 의사를 대체하지만 환자 증상을 듣고 진단, 처방을 내린 다음 환자가 적절하게 치료법을 따르도록 리드하고 공감하는 능력은 사람만이 할 수 있다.
이런 리더십을 가진 의사는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의사는 왓슨으로 대체된다. 로봇이 스포츠 기사를 작성하지만 좋은 기획기사, 르포, 칼럼 이런 것은 인간기자만이 할 수 있다. 늦은 나이까지 일할 수 있는 자신만의 능력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 자신만이 잘하는 것을 계발해야 한다.
※이 글은 9월 7일 제11회 인적자원개발컨퍼런스에서 발표한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