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닌 ‘1인 가구 시대’ 대한민국이지만 아직까지도 우리나라에 1인 가구 정책은 많이부족하다. 정부도 올 연말이 돼서야 1인 가구 지원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라는데 그래도 일부 대한민국 지자체가 ‘빨리 나는 새’가 되어 행정의 공백을 메워주고 있다.

지금까지도 대한민국은 ‘1인 가구’를 이웃 나라 일본 이야기 정도로 치부하는 경향이 많았다. 아직도 TV를 틀면 일본에 있는 이색 1인 전용 식당 등의 공간을 ‘신기한 이웃 나라 이야기’로 치부하는 가십성 보도가 많은데, 앞에서 언급한 통계대로 이미 1인가구는 ‘대한민국 대세’가 됐다. 이 때문에 중앙 정부는 물론 몇몇 지자체들도 1인 가구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절치부심 중이다. 물론 현실에 비해 ‘늦은 대책’이기는 하지만 타 지자체보다 선제적으로 1인 가구 정책을 수립하고자 하는 지자체들의 1인 가구 대응 전략을 살펴봤다.
가장 선제적으로 1인가구에 대응하는 서울시전국 최초로 1인 가구지원 종합 조례 제정
가장 선제적으로 1인 가구에 대응하고 있는 지자체는 바로 서울특별시다. 서윤기 서울특별시의회 의원은2015년 9월 ‘서울특별시 사회적 가족도시 구현을 위한 1인 가구 지원 기본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는데, 조례안이 2016년 3월 본회의를 통과한 것을 계기로 본격적인 1인 가구 지원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이 조례에 따라 서울시장은 5년마다 한 번씩 1인 가구복지에 관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이 기본계획에 따른연도별 시행계획을 수립해 추진해야 한다. 서울시장은 1인 가구 실태조사를 실시해 1인 가구 기초생활보장수급자와 노인·여성·장애인·노숙인 등을 위한 복지 격차 해소사업에 재정 지원을 할 수 있다. 또 함께 식사할 수있는 소셜 다이닝(Social Dining)과 여가생활 등 1인 가구 복지지원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다양한 차원에서 1인 가구 정책을 수립 중인데 지금까지는 청년 1인 가구에 그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사 갈 때 보증금 긴급 대출 ‘전·월세 보증금 지원센터’
세입자가 계약기간이 끝나 이사 가야 할 경우 보증금 반환 시점이 애매해 여윳돈이 없는 경우가 있다. 특히 1인 가구는 돈 빌릴 곳이 마땅치 않아 난감할 경우가 많은데, 서울시는 그런 세입자들을 위해 ‘전·월세 보증금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세입자는 전·월세 보증금 지원센터에서 긴급하게 보증금을 대출받고 차후 보증금을 돌려받으면 상환할 수 있다.
●면접정장 무료대여 ‘취업날개’ 서비스
서울에 거주하는 만 18세에서 34세 취업준비 청년이라면 1년에 2회까지 취업날개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다.청년들은 서울시 홈페이지나 서울일자리플러스센터에서 정장 대여를 예약하고 지정된 장소에서 수령할 수 있다. 최대 대여기간은 3박 4일이다.
●여성안심귀가 스카우트
여성안심귀가 스카우트는 여성들이 평일 밤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서울시 콜센터 120번으로 전화하면 안심귀가 스카우트가 집 근처까지 함께 동행해주는 제도다. 여성들은 지하철이나 버스정류장 도착 30분 전에 120번으로 전화를 걸어 안심스카우트를 신청할 수 있다. 이 정책은 현재 서울 25개 자치구 전역에서 시행 중이다.
서울시보다 진일보하고 구체적인 경기도의 1인 가구 정책 가이드라인
경기도의회도 2016년 3월 서울시에 이어 ‘경기도 1인가구 지원사업 추진에 관한 조례안’을 제정했다. 이 조례도 서울시의회 조례와 마찬가지로 경기도지사가 1인가구 복지 계획과 시행 세칙을 수립하고 정책 수립을 위한 1인 가구 실태조사를 실시하도록 규정했다.
또한 서울시 조례에 담긴 소셜 다이닝이나 여가지원 정책과 더불어 ▲주거지원 사업 ▲범죄예방사업 ▲응급상황 대처사업 ▲건강검진 지원사업 ▲일자리 지원 및 재정 컨설팅과 관련 단체·기관 지원 및 연구·조사사업등을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이에 대한 세부 사업 목록을 조례안에 담았다.
특히 사업추진 방법에 대해 도(道) 자체 사업 추진을 원칙으로 하되 시·군과의 공동 사업추진, 시·군 위임, 관련 단체·기관으로의 위탁 추진 등 구체적인 방법과 도비 지원비율까지 규정함에 따라 서울시 조례보다 구체적이고 진일보한 방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경기도는 ‘1인 가구 특성 분석 연구서’를 발표하고 1인 가구 정책 마련을 위한 세 가지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즉 ①경제적인 빈곤 문제를 줄이는 것, ②생활안정 기반을 마련하는 것, ③공유사회 기반을 마련하는 것인데, 경기도는 이 세 가지 기준 아래 세부 사업계획을 함께 마련해 정책을 구체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전국 최초 전라남도의 ‘고독사 지킴이단’ 1인 가구 고독사 문제에 좋은 롤모델
전라남도도 1인 가구 정책 마련을 위해 고군분투하고있다. 9월 26일 전라남도는 이낙연 전라남도지사 및 유관기관장, 22개 시군 관계자들과 함께 전국 최초로 ‘고독사 지킴이단’ 발대식을 가졌다.
‘고독사 지킴이단’은 돌봄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관내 독거노인 1811명, 중장년층 691명 등 총 2502명의 1인 가구와 1 대 1 결연을 맺어 주기적으로 집을 방문하거나 전화를 해 안부를 살피고 말벗이 되어주는 역할을 한다. 이 고독사 지킴이단은 각 읍면동장의 추천과 공모를 통해 통·이장, 부녀회원, 종교인 등 2559명의 자원봉사자로 구성됐다.
전라남도는 고독사 지킴이단의 수혜자를 발굴하기 위해 노인 인구 가운데 공적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독거노인과 생애 전환기 1인 가구(40~64세)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해 고독사 위험이 있는 대상자를 발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고독사 지킴이단의 역량 강화를 위해 지킴이단전원을 1365자원봉사 포털에 가입시키고, 네트워크를 통해 단원 간 돌봄 정보를 공유하는 한편, 정기적으로 권역별 교육과 토론회를 개최해나가기로 했다. 1인 가구고독사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비화되고 있는 이때에 고독사 지킴이단이 전국 지자체의 좋은 벤치마킹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으로보인다.
청년들이 너무 좋아 “또 한 번 더하자”는 서울 금천구의 ‘1인 가구 그룹 인터뷰’
1인 가구에 와 닿는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책 수요자인 주민들과의 교감이 필수이다. 그런 차원에서 서울특별시 금천구가 실시하는 ‘청년 1인 가구 그룹 인터뷰’ 프로그램은 귀감이 될 만하다. 금천구의 이 인터뷰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욕구조사로, 향후 청년 1인 가구 지원 사업을 마련하기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금천구는 올해 8월 한 달간 관내 만15세~39세 이하의 청년 1인 가구 28명을 대상으로 4차례에 걸쳐 그룹 인터뷰를 실시했다. 이 기간 동안 청년들은 소통·공간 부문 29건, 식생활·건강 부문 24건, 안전부문 16건, 주거부문 15건 및 기타 5건 등 총 89건의 의견을 제시했다.
청년들이 제시한 의견 중에는 ‘1인 가구 간 정보 공유 및 관계 형성을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 외에도 ‘혼식집(혼자 먹을 수 있는 식당)’,‘소량 포장된 반찬 가게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안전을 위한 주택가 내 조명 추가 설치’, ‘집 구할 때와 계약할 때 인적동행서비스가 있었으면 좋겠다’등 다양한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모임에 참여한 청년들은 프로그램이 너무 좋다며 금천구청에 ‘또 한 번 하자’고 제안해 9월 2차 모임을 갖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