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가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칠곡 군수가 삭발을 하고 음성에선 수천명의 시민들이 모여 ‘결사 반대’를 외치는 등, 불통과 오해로 대한민국 지방자치가 더운 여름 길거리에서 고통받고 있다.
한·미 군(軍)당국이 사드 배치 공식협의에 돌입했다고 선언한 2월 7일부터 언론은 원주와 음성, 양산, 칠곡, 평 택 등을 후보지로 거론해 왔다. 정부가 모든 정보와 배치 여부를 공개하고 있지 않다가 갑자기 공개했듯이, 이들 후보지도 정부에 의해 갑자기 설치가 확정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함’에 적극적인 반대에 나섰다.
이들이 확정지가 아닌 ‘비공식 후보지’인 상황에서 배치를 적극적으로 반대한 것은 사드레이더의 전자파 및 소음에 대한 국민적 의혹과 북한의 1차 타격 목표가 된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제주 민군복합형관광미항 건설사업(강정마을)이나 밀양 송전탑 설치 문제, 세월호 사건, 당진 화력발전소 증설 사건 등에서 보듯이 정부가 국민들과 ‘불통’하고 있다는 인식이 상당히 강해진 시점이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국방부의 해명에도 이들은 삭발에 혈서까지, 극단적인 선택을 멈추지 않았다.
배치 발표되지도 않았는데 칠곡군수, 군의장 ‘삭발’까지
가장 극렬하게 나온 곳은 칠곡이었다. 성주가 거론되기 전 가장 유력한 배치 후보지였기 때문이다. 사드 칠곡 배치반대 범군민대책위원회는 7월 9일 오후 경상북도 칠곡군 왜관읍 왜관역 광장에서 군민 3000명 가량이 참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고 ‘군민 다 죽인다’, ‘배치 결사 반대’ 구호를 외쳤다. 이 자리에서 백선기 칠곡군수 는 삭발을 단행했다.
백 군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의 안전과 건강인데도 단순하게 미군 부대가 있기 때문에 칠곡에 사드를 배치한다는 설이 있는데 정말 어처구니 없는 발상이다”고 말했다. 백 군수는 “외국에서는 사드를 사막이나 해안, 혹은 섬에 배치한다는데 그런 곳도 아닌 우리 칠곡을 검토하고 있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절대 반대를 천명했다. 백 군수를 따라 조기석 칠곡군의회 의장도 삭발을 단행하고 반대를 결의했다.
양산 “또 천성산이냐” 시의회 “사드 오면 양산 영원히 발전 못한다”
경상남도 양산시도 불교계 등의 반발에 몸살을 앓았다. 천성산 일대가 2015년 초 미군의 사드 배치 적합지역 조사 당시 방문지였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인데, 이 일대는 부산-대구 고속철 건설 당시도 환경 파괴 등의 문제로 지율스님이 단식을 하는 등 극심한 반대에 직면했던 곳이어서 지역의 여론이 급속히 악화됐다.
양산이 지역구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서형수 국회의원은 7월 12일 양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산 천성산 사드 배치에 대해 국회의원직을 걸고 저지하겠다”며 “사드 한반도 배치는 동북아 분쟁의 위험을 한반도로 끌어들이는 위험한 선택이다”고 말했다. 지역 불교계도 결사 반대에 나섰다. 통도사 주지인 영배스님은 “화쟁사상의 성지인 천성산에 살생무기인 사드를 배치해서는 안된다”며 “천성산 내원사와 본사인 통도사가 모든 사부대중을 총동원해 사드의 양산 천성산 배치를 막겠다”고 밝혔다. 정경호 양산시의회 의장을 비롯한 시의원들은 7월 11일 “사드가 천성산에 배치된다면 전자파로 인해 반경 3.6km 이내에 사람 출입이 통제되고 5.5km 이내의 주택은 모두 이전해야 한다”며 “또한 사드가 양산을 동과 서로 완전히 단절시켜 양산 발전은 영구히 가로막히게 될 것”이라며 반대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음성, 후보지 거론 되자마자 플래카드 300여장 내걸어
충청북도 음성군 또한 적극적인 반대에 나섰다. 언론에서 사드 후보지로 거론되자마자 각 읍·면 이장협의회를 비롯해 각급 시민사회단체가 300여장의 사드배치 현수막을 시내 곳곳에 내걸고, 단 2일 간의 집회준비기간 만에 4000명의 군민을 모아 사드 배치 반대집회를 성사시켰다. 또한 목표치인 1만명을 훨씬 넘은 2만 3095명의 시민 반대 서명을 받아 국방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음성군의회는 6월 23일 성명을 통해 “다른 지역에서 사대 배치 반대 여론이 가시화되자 돌연 음성이 후보지로 거론됐다”며 “충북의 도세가 약하다는 이유로 사드 배치가 결정되서는 안된다”며 음성이 후보지로 거론되는 데에 대한 정부의 정치적으로 지역을 고려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미군 부대 배치지인 평택, 원주, 그리고 부산 기장 등 후보지로 거론된 곳 모두 지방 자치단체와 주민들의 움직임은 똑같았다. 물론 님비현상(NIMBY, Not In My Back Yard) 때문일 수도 있다. 한 지역구 국회의원은 “사드 도입에는 찬성하지만, 우리 지역에는 안된다”는 의견을 밝혀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부가 지속적인 불통을 보여주고 있고, 그 때문에 이런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대한민국 지방자치단체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이번 사례가 너무나 여실히 잘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에서 밝힌바, 그리고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앞서 기술한 단체장들나 지방의회 의원들의 말에는 오류도 많다. 그러나 오해가 있다면 풀어야 되는데, 그 풀 기회조차 대한민국 중앙정부가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 《월간 지방자치》는 최근 들어 이런 불통과 오해의 사례를 너무나 많이 보고 있다. 부디 이제라도 정부가 지방자치를 존중하고 지방자치단체와 잘 협의해 이 문제를 슬기롭게 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