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지음 | 파람북 펴냄 | 420쪽 | 18,500원
영웅이 불운하면 풍운아가 되는가. 파리한 불빛이 멀리서 빛을 발할 때 누구보다 먼저 그 빛을 끌고 오려 했고 열강의 틈바구니 노도에 실려 오는 근대화 바람을 누구보다 먼저 온몸으로 맞이했다. 그러나 빛은 기우는 국운과 함께 짧게 명멸했고 바람은 끝내 역사의 구름을 부르지 못한 채 타국 땅에서 한 점 이슬이 됐다.
김옥균만큼 한국 근대사에 드라마틱한 서사를 남긴 인물은 없다. 근대사의 숨은 영웅으로 풍전등화의 운명에 처한 나라를 구하기 위해 그는 구체제의 심장을 겨눈다. 그래서 김옥균을 조선 최후의 혁명가라 부른다. 베스트셀러 작가 이상훈은 『김옥균, 조선의 심장을 쏘다』에서 김옥균의 숨은 영웅 면모를 샅샅이 드러낸다. 일본 자유민권 세력을 움직여 일본을 척결하려는 극일의 기수요, 실리적 개화파의 리더요, 조선왕조의 마지막 대들보였으며 조국 근대를 견인하는 역사의 격랑 속에 자신을 내던진 선각자로 김옥균을 그리고 있다.
작가 이상훈은 김옥균이 역사 앞에 굴하지 않는 담대한 사명을 품고 있었으며 과단성도 지녔다고 말한다. 그러나 역사의 기로에서 오판과 실책이 드러나는가하면 운명의 장난과 권력의 배신이 그를 옥죈다. 김옥균은 일본을 실리적 대상으로 삼았기에 이상훈은 그를 ‘친일’의 늪에서 건져 ‘극일’의 반열에 올려놓는다.

문학평론가 방민호 서울대학교 국문과 교수는 나라의 운명을 둘러싼 각 세력의 각축이 거대한 격류를 일으키는 이때, 이 소설을 통해 비로소 김옥균이라는 한 선각자적 존재의 깊은 영향이 오늘에까지 미치고 있음을 깨닫는다고 했다. 그래서 이 소설을 읽어야 할 이유가 있다고 덧붙인다. 박현철 부국증권 대표는 김옥균은 혁명가 이전에 조선에 상공업을 일으키려 했던 선각자라며 물적 토대를 구축하지 못하면 그 무엇으로도 조국을 구할 수 없다는 혜안이 요즘 더욱 절실하게 와닿는다고 말했다.
실패한 갑신정변, 그 아쉬움과 비분강개가 문장 곳곳에 배어 있다. 이 비분강개를 달래려고 작가 이상훈은 김옥균 생가, 묘소, 유배지 일본 홋카이도 등을 발로 뛰어가며 체취를 소설에 담았다. 작가 이상훈은 방송국 PD로 많은 히트 프로를 제작했고 첫 소설 『한복 입은 남자』는 베스트셀러로 이름을 남겼다. 이어 『제명공주』가 성공하며 소설가로 입지를 굳혔다. 류주현문학상, 한국방송대상 등을 받았다.
[지방정부티비유=티비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