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8일 열린 KBS 미래인구포럼에서 폴 크루그먼 (뉴욕 시립대학교 석좌교수, 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교수가 발제한 내용을 요약하였다. |
대도시 집중과 그로 인한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특히 출생률 문제보다는 왜 사람들이 대도시로 몰리는지, 그리고 이로 인해 생겨나는 사회적, 경제적 문제들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사람들이 서울이나 뉴욕 같은 대도시에 사는 건 그들의 선택이지만, 우리는 왜 이 현상에 주목하게 될까? 단순히 사람들이 살고 싶은 곳으로 가는 것을 막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이런 변화가 왜 문제라고 여겨지는지 살펴보자.
대도시 집중이 초래하는 문제들
첫 번째 문제는 모든 사람이 이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도시로 인구가 몰리면, 외진 지역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의료 서비스와 생활 편의 시설 부족이라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젊은 세대가 떠나면서 지역 경제는 더욱 침체되고, 지역 공동체도 약해지기 쉽다.
두 번째 문제는 지역 사회의 붕괴다. 인구가 빠져나간 지역은 사회적 연대가 약해지고,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이주한 사람들 역시 자신들이 속했던 공동체가 사라지면서 정서적인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런 현상은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선진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공통적인 문제다.
한국은 출생률이 낮아 이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보편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저는 한국 전문가가 아니지만, 다른 나라와 한국에서 비슷한 문제가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미국과 한국의 유사한 문제들
이와 같은 문제는 미국의 뉴욕과 중부 대서양 지역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뉴욕주의 절반가량 인구가 뉴욕시에 집중돼 있는 것처럼, 한국 수도권도 비슷한 인구 밀집 문제를 겪고 있다.
이 문제의 원인과 파생되는 문제는 두 지역 모두에서 유사하다. 미국의 사례가 한국에 어떤 교훈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이 문제에 대한 단일한 해결책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독일의 동서독 통합 문제나 이탈리아 남부 문제처럼, 이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다. 하지만 완화할 방법은 있다. 뉴욕을 예로 들면, 과거 사회적 문제와 범죄가 심각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크게 개선되었고 인구도 증가했다.
그렇지만 주거 비용이 큰 제약이다. 주택 건설의 어려움으로 인해 집값이 계속 높게 유지되고 있다. 뉴욕의 인구밀도는 높지만 삶의 질이 나쁘지는 않다. 사실 뉴욕은 미국에서 가장 안전한 대도시 중 하나다. 다만, 이러한 성장에는 다른 지역의 희생이 따랐다.
‘버팔로(Buffalo)’라는 도시는 뉴욕주의 두 번째 큰 도시로, 한때 번창했던 산업 중심지였지만 지금은 쇠퇴했습니다. 버팔로는 이리 운하의 종착역으로 교통의 요지였으며, 전성기에는 100만 명이 넘는 인구가 거주했다. 그러나 제조업 고용이 줄어들면서 도시 경제는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1980년대 이후, 미국에서는 지역 간 소득 격차가 커졌다. 한때 비슷했던 뉴욕과 버팔로의 1인당 소득은 이제 큰 차이를 보인다. 이와 같은 격차는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과 유럽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지식경제의 도래와 불평등 심화
오늘날 경제는 지식과 정보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고학력 노동자들이 대도시에 몰리면서 그 지역의 경제는 더욱 성장하지만, 전통적인 산업 도시들은 쇠퇴하고 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소득 불평등이다. 대도시에서는 고소득층이 문화적 편의 시설을 누리며 부를 축적하지만, 시골이나 소도시에서는 이런 매력적인 요소가 부족해 생활의 질이 떨어진다. 이로 인해 사회적 분열과 불평등이 더 심화되고 있다.
정책적 해법의 필요성
쇠퇴한 지역을 부활시키는 일은 가장 어려운 정책 과제 중 하나다. 미국은 연방 세금과 사회복지 제도를 통해 가난한 지역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런 지원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최근 미국은 첨단 기술과 친환경 산업을 육성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이는 낙후된 지역의 제조업을 촉진하려는 시도다. 이런 노력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한다.
원격 근무와 이주의 가능성
원격 근무의 확산은 일부 고소득 근로자들이 시골이나 소도시에서 생활하거나 시간을 보내는 계기를 제공했다. 이로 인해 그런 지역들이 경제적 활력을 되찾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또한 이주는 쇠퇴한 지역을 활성화하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내가 어린 시절을 보낸 뉴욕 북부의 한 작은 도시에서는 난민들이 정착하면서 부흥을 경험했다. 이들은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하며 지역 경제와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결론
물론, 이런 노력들이 모든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를 완화하고 상황을 개선할 여지는 분명히 있다. 이는 한국을 포함한 선진국 전역에서 정책적 목표가 되어야 한다.
이주와 산업 정책, 그리고 원격 근무와 같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낙후된 지역이 다시 활기를 되찾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지방정부티비유=티비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