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전 세계에서 가장 핫한 도시는 미국 브루클린(Brooklyn)이었다. 10년 전에는 독일 베를린(Berlin)을 꼽았다. 지금은 놀랍게도 많은 이들이 대한민국 서울이라 외친다. 지난 9월은 우리나라 전체가 세계 문화의 장이 된 달이다. 키아프와 프리즈 그리고 광주 비엔날레로 시작된 아트위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서울패션위크, 더 나아가 아시아의 크립토 행사를 대표하는 코리아 블록체인 위크까지, 지난 9월에는 우리나라 국민은 물론 세계 시민이 흥미를 느낄만한 여러 행사가 우리나라에서 개최되었다.
이러한 세계적인 행사들이 한국에서 개최되는 이유는 현재 우리나라가 경험하고 있는 ‘한류 효과’가 한 몫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나 예를 들자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서울 FC로 이적하면서 엄청난 이슈 몰이를 했던 제시 린가드 선수 역시 자신이 진행하는 사업을 염두에 두고 한국 효과를 누리기 위해 K리그로 이적했다고 한다. 그만큼 현재 보이는 한류 또는 한국 효과는 확실하고 거대하다.
한류나 한국 효과로 인해 발생하는 대부분의 이익이 서울에 집중된다는 한계점이 보이지만, 광주 비엔날레를 보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이러한 한류 효과가 지방에도 닿을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인다. 이번 달에는 어떻게 하면 지방이 한류 효과를 최대로 누릴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를 하겠다.
좋으면 지방이어도 온다
제 15회 광주비엔날레가 지난 달 7일에 ‘판소리, 모두의 울림’을 주제로 개막했다. 30주년을 맞아 30개국 72명의 세계적인 작가가 참여했으며 비엔날레 총괄은 맡은 니콜라 부리오(Nicola Bourriaud) 감독은 베니스비엔날레, 리옹비엔날레, 그리고 이스탄불비엔날레 등 세계 유수의 국제전을 기획한 월드클래스의 큐레이터이다.
이러한 수준 높은 미술전에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모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실제로 광주 비엔날레에는 미술계 파워 1위 큐레이터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Hans Ulrich Obrist)가 방문하고, 무너지는 남프랑스의 소도시 아를(Arles) 지역을 문화로 재생시킨 루마 재단(Luma Foundation)의 창시자 마야 호프만(Maja Hoffmann)도 함께했다.
이러한 거대한 인물들이 광주에 방문한다는 의미는 이들을 따르는 많은 국내·외 팬들도 광주를 찾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광주 비엔날레 개막식에는 예술계 관계자는 물론 국내·외 관람객이 수두룩했다. 특히 ‘과연 여기가 광주인가 싶을 정도로’ 많은 해외 인파가 눈에 띄었다. 한 미술계 관계자는 “아트위크가 열린 서울보다 비엔날레가 열린 광주가 더 핫하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를 종합해보면 지방에 좋은 무언가가 있다면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도 지방을 찾는다는 것이고, 이는 곧 한류의 낙수효과가 지방에도 효과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좋은 것을 언제 어떻게 지방에 유치하는가에 대한 전략 구상이 필요하지 않을까?
집적 경제 효과 그리고 선택과 집중
경제학에는 ‘집적 경제’라는 말이 있다. 경제 주체들이 같은 지역에 집중됨으로써 발생하는 긍정적인 외부 효과를 말한다. 예를 들어 키아프와 프리즈가 동시에 코엑스에서 개최되면서 코엑스는 물론 코엑스 근처에서 일어난 경제 효과는 더 커졌을 것이다. 하지만 광주 비엔날레가 비슷한 기간에 열리면서 더 커질 수 있었던 ‘집적 경제 효과’가 줄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트위크에 여러 주요 행사들이 서울과 광주로 분산되었기 때문이다. 만약 광주 비엔날레가 키아프와 프리즈 아트위크가 끝나는 시기에 개막되었다면 서울과 광주가 각각 누리는 경제 효과는 증가했을 것이다.
아시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암호화폐 행사인 ‘코리아 블록체인 위크’도 ‘아트 위크’와 같은 시기에 열려 득보다는 실이 많은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해에 개최되었던 블록체인 위크는 디지털 아트와 연계되어 있는 NFT(대체불가능토큰)가 물살을 타면서 어느정도 접점이 있었지만, 올해는 NFT의 유행이 이미 끝났기 때문에 두 가지의 큰 행사가 같은 시기에 있었던 것이 집중을 방해했다는 것이다.
이는 ‘서울패션위크’도 마찬가지이다. 패션위크도 ‘서울패션로드@뚝섬-보타닉 패션쇼’를 개최하는 공을 들였지만 ‘아트위크’ 행사에 묻혀 관심도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이웃나라 일본을 여행할 때 도쿄만 가는 것이 아니라 오사카, 삿포로, 더 나아가 주변의 소도시까지 찾는 것처럼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들도 한국의 지방을 찾기 시작했다. 따라서 규모가 큰 행사는 다른 지역과 겹치지 않게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세계적 행사를 서울이 아닌 지방에 유치하려는 노력도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세계적 행사를 유치하려면 미리 준비가 필요하다: 생활이동 데이터
우리나라 정책시스템의 가장 큰 약점을 꼽는다면 ‘평가’일 것이다. 특히 이러한 세계적 행사와 관련해 어떠한 행사가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에 대한 평가 지표가 허술하다. 통상 대략적으로 몇 명이 방문했고 얼마의 경제 효과가 일어났는지 공표하는데 사실 이는 다음 행사를 개최할 지자체에게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실질적으로 지자체에게 필요한 평가 지표는 바로 ‘생활이동 데이터’이다.
세계적인 행사가 대부분 서울에 유치되는 것은 거대한 인구수도 있지만, 그 지역의 인프라 현황도 한몫한다. 인구수는 지금 당장 개선되기 힘드니 선제적으로 필요한 인프라 개선에 힘써야 하는데 이를 위한 데이터가 바로 ‘생활이동 데이터’이다. 생활이동 데이터는 휴대폰의 시그널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통신 이력 데이터로 「특정 시점」,「특정 지역 간」에 ‘이동’하는 모든 인구 이동을 측정한 데이터이다. 이는 행사를 주최하는 지역과 그 기간에 사람들이 어디서 오고 어디로 가는지, 얼마나 오고 가는지에 대한 분석이 가능하며, 더 나아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지, 자가용을 이용하는지, 어떤 시설을 방문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이는 곧 지방에 부족하고 필요한 인프라가 무엇인지 평가하고 파악하는 데 유의미할 것이다. 현재 광주 비엔날레와 같이 지방에서 개최되는 세계적 행사가 더 발전되려면 무엇이 필요하고 또 이러한 분석을 기반으로 다른 지자체들은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에 대한 실질적이면서도 과학적 증거 기반의 정책이 펼쳐져야 한다. 서울시의 경우 이 데이터를 이미 활용하고 있는데 사실 생활이동 데이터는 지방이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한국의 위상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곧 소멸 위기를 겪고 있는 지자체로서는 기회이다! 지방을 살리기 위해 지자체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하고, 또 중앙에서는 어떠한 지원을 뒷받침되어야 하는지 논의가 필요하다! 글로벌 한국에 걸맞게 로스코 예배당 같은 세계적인 공간을 지방마다 하나씩 지어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성지순례하듯이 방문하게 만드는 것은 어떨까?
[지방정부티비유=티비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