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창환 전라남도 행정부지사는 행정의 달인이다. 잔뼈가 행정으로 단련되고 뼈대가 목표를 지향할 때 비로소 달인은 근육을 지배하고 신경을 다룬다. 명 부지사의 ‘달인’이론은 유연함에서 나온다. 유연함은 소통에서 출발하고 그 소통은 열린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것. 단, 소통을 위해 건너야 할 강은 토론이다. 명 부지사는 토론을 두려워하는 조직은 성장할 수 없다고 말한다. 토론은 바로 조직의 성장 촉진제이고 유연함은 행정시스템을 관통하는 키워드라는 설명이다. 9월 말 30회 국제남도음식 문화큰잔치를 앞두고 몸과 마음이 부산한 가운데 명 부지사는 진도아리랑 가락처럼 푸근하다. 유연함이 몸에 밴 명 부지사는 인터뷰 내내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웃음은 행정의 ‘묘약’인가 보다. |
명창환 전남부지사 약력
/ 1회 지방고시 합격
/ 행정안전부 지역공동체과장
/ 전라남도청 기획조정실장
이영애 지방정부 발행인_ 부지사님 반갑습니다. 저희 월간 지방정부는 활자매체이면서 영상을 동시에 제공하는 국내 유일 복합매체입니다. 부지사님 영상을 짧게 쇼츠로 만들었습니다. 휴대전화로 QR코드 찍으시고 영상을 보십시오.
명창환 전라남도 행정부지사_ 네, 전남의 인구청년이민정책을 추진한다는 얘기이군요. 제가 한 방송 프로그램에 나가서 한 얘기입니다. 지방자치를 위해 늘 애써주시고 미래 비전을 위해 응원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월간 지방정부가 가리키는 올바른 지방자치의 방향을 저희 전남도 따르고 함께 하겠습니다.
이영애_ 취임한 지 1년 정도 됐더군요. 당시 취임 때 물실호기(勿失好機)라고 말씀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요?
명창환_ 지방자치가 본격 실시된 게 30년이 되어갑니다. 지방소멸 등 너나없이 모두 위기라고 봅니다. 하지만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고 하는데, 그런 기회를 잘 포착하면 살 방도가 있겠다 하는 뜻에서 한 얘기입니다.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선 때를 보는 눈이 있어야 합니다. 저는 그러한 일을 부지사로서 도지사님을 돕고 또 공직자들을 도와 잘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데 힘을 쓰고 있습니다.
이영애_ 어려운 가운데 기회를 잡는 건 그만큼의 노력이 있다는 뜻이겠죠?
명창환_ 지방자치 초기에는 외국 사례를 많이 배우려고 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보다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원과 특성을 활용해 시대 상황에 맞춰 추진하자, 라는 공감대가 이뤄졌고 또 그런 공감대 위에서 비전을 좀 구체화하자 좀 발전시켜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 겁니다. 지방자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조금이나마 읽혀진다는 것, 아마 그게 노력의 결실이라고 봅니다.
이영애_ 부임 1년이 됐습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합니다.
명창환_ 작년 전남은 참 바빴습니다. 오자마자 전국체전을 치렀고 다음에는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 다음에는 비엔날레 등 굵직한 이벤트가 줄을 이었습니다. 저도 정신없이 뛰었고 도민들은 성공적으로 행사를 마치고는 자긍심도 높아지지 않았나 자평합니다. 전남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어떤 희망도 보여주었다는 생각도 합니다.
명 부지사는 은연 중 ’방향‘이라는 단어가 자주 쓴다. 방향은 의식적으로 가는 곳을 가리키기도 하지만 자유롭게 흘러감을 뜻하기도 한다. 지방자치 나아갈 방향이 전자의 방향이라면 도민이 깨우쳐준 전남의 방향은 후자의 것이리라. 명 부지사는 ’방향‘에 이렇게 유연하다.
이영애_ 도청 국장이나 실장일 때 보는 도정과 부지사로서 보는 도정은 차이가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가요?
명창환_ 작년 전남도가 국고 예산을 약 9조 확보했고 정부합동평가에서 전국최우수 실적을 거두었습다. 자랑은 아니지만 도지사님을 보좌하는 실무총책임자로서 좀 어깨가 펴집니다. 결론적으로 책임감이 막중합니다. 실국장 이하일 때는 자기 부서가 가지고 있는 정책 목표, 정책 과제만 수행하면 되는데 도정 실무 총책임자는 그것을 넘어서서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고 협업과 조율을 할 줄 알아야하죠. 다음에는 현장 도민들이 원하는 것들이 무언지를 살피고 대외적으로는 우리 지자체만의 힘으로는 힘든 게 무엇인지 알고 대처할 줄 알아야 합니다. 때로는 중앙정부로 가는 사다리가 되어야 하고 때로는 징검다리가 되어야 합니다. 광역단체가 해야 할 일, 기초단체가 해야 할 일 등 각 역할이 다릅니다. 서로 특성을 살려야 한다는 말씀이죠. 저는 지방고시 1기로 여수에서 처음 공직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중앙 근무 6~7년 빼곤 모두 전남에서 일했습니다. 제가 그래서 지역을 잘 압니다. 소통능력도 있고 설득도 가능합니다. 이러 점이 정을 펴는 데 큰 힘이 됩니다.
이영애_ 방금 말씀하셨지만 부지사님은 전남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학교를 다닌 전남맨입니다. 전남 자랑 좀 해보시죠.
명창환_ 제가 2007년도에 관광과장을 할 때 내걸었던 모토가 ’한국인의 마음의 고향 전남으로 오세요‘였습니다. 마음의 고향이 뭐냐면 결국 맛이라고 봅니다. 전라남도는 깨끗하고 건강한 식재료로 오랫동안 음식을 개발하고 전국민을 먹여살리다시피 했습니다. 뭐니뭐니해도 맛의 고향은 전남입니다. 다음에는 멋입니다. 멋은 흥의 다른 말입니다. 판소리와 전통 서화 같은 문화유산, 그리고 송광사로 대표되는 사찰 등이 멋의 격을 높여줍니다. 전남의 흥은 다른 데와 좀 다릅니다. 뭔가 DNA가 몸 속에 흐르는 것 같습니다.
명 부지사 입에서 진도아리랑이 흘러나온다. 일부러 배운 것도 아니라는데 제대로 구부러지고 휘었다 감아돈다. 곡조는 고른 숨소리처럼 매끄럽고 텁텁하지 않아 좋았다.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에~ 아리랑 흠흠흠 아라리가 났네~~. 이어서 세 번째 자랑은 청정환경이라고 했다. 산업화 그늘이 되레 자연을 지킨 셈이라니 논리는 맞는 논리지만 짠했다.
이영애_ 흥이 제대로 있으시군요. 그 흥이라는 게 여유인가요?
명창환_ 그렇죠. 여유가 없으면 흥이 나올 리가 없고 흥이 있는 곳에는 마음에도 여유가 있다는 말이죠. 조선시대에는 나주 평야가 전국 세금의 4분의1을 감당했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만큼 여유가 흘러넘쳤죠.
이영애_ 화제를 좀 바꾸어서, 일 얘기 좀 하렵니다. 현안이 많죠? 어떻게 해결하시나요?
명창환_ 행정 조직이 칸막이입니다. 그래서 제가 강조하는 게 실국장 과장 뿐 아니라 전 직원에게 토론문화를 활성화하자는 겁니다. 토론해서 결론도 내고 대안도 만들고 어떤 문제는 정리도 하자는 것이죠. 또 우리와 현장과 괴리된 면도 있습니다. 광역지자체는 기초단체와 떨어져 있어서 현장을 잘 모르고 현안 파악에 착오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강조하는 게 현장에 답이 있다라는 겁니다. 중요한 말입니다. 중앙정부는 큰 틀에서 정책을 만들지만 광역단체는 중앙이 미처 보지 못하는 현장을 세밀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런 바탕에서 문제점을 도출하고 방향도 정리하고 그리고 중앙에 건의를 하는 겁니다. 문제는 그러나, 지나치게 주민친화적인 면은 배제해야 한다는 겁니다. 표를 의식하지 말고 비전을 제시하고 공무원을 일할 수 있게 하자는 뜻입니다. 그래서 저희가 민선 8기 브랜드 네이밍을 했습니다. 바로 OK 나우 전남입니다. OK New Opportunity With 전남입니다. 새로운 기회를 만들자는 현실적 소망이 담겨 있습니다.
이영애_ 맛의 고장답게 국제남도음식문화큰잔치를 연다고 하는데 무슨 의미가 있는지요?
명창환_ 1994년 남도음식문화큰잔치를 순천 낙안읍성에서 처음했습니다. 전남이 가진 전통음식을 보여드리고 현대 음식도 전시도 하고 드실 수도 있게 합니다. 도내를 돌면서 3년씩 개최합니다. 올해는 9월 27~29일 목포에서 열립니다. 국제남도음식문화큰잔치라고 해서 남도 음식의 세계화를 선포하면서 세계 음식과의 교류도 모색하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축제이면서 박람회입니다. 오셔서 즐기십시오.
이영애_ 듣기만 해도 침이 고이는 행사입니다. 대박나시길 기원합니다. 우울한 얘기입니다만 인구소멸위기, 어디나 위기입니다. 전남은 어떤 대책이 있습니까?
명창환_ 우리는 내년부터 전남 출생 기본수당을 드립니다. 녀낸에 태어나는 아기는 만 한 살이 될 때부터 19세까지 18년동안 매월 20만원 드리는 겁니다. 아이 하나에 약 4천만원, 둘에 8천만원, 셋이면 1억2천만원이 간다는 얘기입니다. 이게 지방소멸위기를 막는 신생아 정책 골자인데요, 이런 메시지를 주민들에게 확실히 주고자 합니다. 1986년 광주가 광역시로 되면서 전남 인구는 계속 줄어들었습니다. 거기에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26%에 달합니다. 인구소멸위기 지역이 18곳입니다. 가장 큰 위기감을 느끼는 곳도 전남입니다. 그래서 인구정책 컨트롤 타워인 인구청년이민국을 전국 처음으로 만들었죠. 지금 150개 정도의 정책을 발굴하고 있습니다. 인구 정책 대전환의 토대를 닦고 있습니다. 그 결과 아기 1인당 월 20만원 수당도 생긴 것입니다.
이영애_ 인구정책과 맞물려 청년 일자리 마련도 힘들지만 필수 과제입니다. 묘안이 있습니까?
명창환_ 청년들이 대전 이남으로는 안 와요. 이런 인식을 바꾸려면 다양한 시각에서 종합적인 접근이 있어야 하거든요. (한숨이 나온다). 한두가지 정책으로 할 수 있는 일인가 하는 회의도 들지만 선도적으로 해야할 것을 골라 해야겠다 하는 쪽으로 인식을 바꾸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지역에 대한 이미지를 바꿔야 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울서 대학다니고 졸업해 취직하고 결혼해 애 낳고 빚 내서 집 사고 그 빚 평생 갚다가 죽어요. 다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생각을 조금 바꿔서 전남 같은데 오세요. 평생 행복합니다.
이영애_ 젊은이들이 올 매력이 좀 있나요?
명창환_ 내년부터 1만원 주택을 건설합니다. 도에서 집을 지어주고 월 임대료 1만원입니다. 6년 만기인데 신혼부부에겐 10년 주거권을 줍니다. 전남형 청년 주택정책 매력있지 않습니까? 여기에 일자리만 연결되면 행복지수는 팍팍 올라갑니다. 고교 대학을 계약학과처럼 기업과 연계하고 실습이나 인턴 기회를 주는 등 교육 시스템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청년 여러분, 남쪽에 귀를 기울이세요, 남쪽을 보세요, 행복은 남쪽에 있습니다.
이영애_ 좋은 말씀입니다. 일잘하는 공무원은 어떤 공무원일까요?
명창환_ 첫째, 유연성입니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기술이나 행정환경이 급속히 변모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공무원들이 유연한 사고방식을 갖지 않으면 국민을 설득할 수도 없고 좋은 정책은 기대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또 하나는 소통 능력입니다. 사람이 혼자 할 수는 없으니 서로 돕고 어울려 일을 해야하는데 이때 필요한 게 바로 소통입니다. 요즘 일 해보면 ’상대하기 불편하지만 일 잘하는 사람‘과 일을 하겠느냐, 인간 관계 좋고 소통능력 좋은 사람과 일 하겠느냐 하면 십중팔구 소통좋은 사람과 일 하겠다는 답입니다. 경쟁만 아는 사람은 소통을 모릅니다. 그런 사람에겐 미래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소통은 토론문화의 전제조건입니다. 그래서 제가 강조하는 게 토론문화이고 소통입니다. 자기 일만 딱 끝내고 퇴근해버리는 사람과 과연 소통을 하고 토론을 할 수 있겠습니까?
이영애_ 소통과 토론, 조직의 핏줄입니다. 끝으로 명 창 환 이름 석자로 삼행시를 지어보겠습니다.
명창환_ 명, 명실상부 대한민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 창, 창창한 미래가 보이는 곳. 환, 환상적인 전남으로 오세요.
이영애_ 부지사님 말씀대로 미래가 있는 전남을 기원합니다. 부지사님의 소통능력은 좋은 본보기가 될 것입니다. 맛과 멋과 흥이 있는 전남, 청년들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긴 말씀 고맙습니다.
[지방정부티비유=티비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