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호흡으로 강릉의 숨겨진 매력을 발굴하는 강릉국제아트페스티벌

  • 등록 2024.08.30 09:5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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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을 생각하면 사시사철 푸르른 풍경이 떠오른다. 경포대 누각에서 바라보는 바다, 대관령 숲의 싱그러운 녹음, 그리고 동부시장의 부산한 풍경 사이에서 들려오는 호탕한 웃음소리들. 사실 행위로만 보면 다른 지역에 가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거리지만, 강릉에서만큼은 이 모든 게 서로 적당한 거리를 가져도 허하지 않고, 모든 것이 곳곳에서 저마다의 물결을 만들어내며 흘러간다.

 

2022년에 출범한 ‘강릉국제아트페스티벌(GIAF)’ 또한 그러하다. 일시적으로 그 지역의 부양책이 되는 각종 문화 행사와는 달리, 기획자도, 작가도 모두 강릉에 진심으로 스며들며 각자의 모습을 펼쳐내는 진정한 “축제"이다.

 

제1회부터 GIAF를 개최해 온 박소희 총감독은, 2018년 5월 강릉에 설립된 (재)파마리서치문화재단의 박필현 이사장과 함께 ‘국제성’, ‘호기심’, ‘순환과 재생’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강릉을 예술을 통해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본 페스티벌을 기획해 왔다.

 

GIAF는 여러 작가가 강릉에서 오랜 시간 사색과 경험을 통해 자신들이 느낀 강릉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는 자리로 여겨진다. 특히 GIAF23에 참가한 박선민 작가의 경우, 노암터널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오래도록 담아 강릉에 스며있는 숨결을 청각적으로, 또 시각적으로 고스란히 담아냈다. “터널의 양쪽 구멍과 내 귓구멍을 일치시킬 수 있다면, / 내 머리는 산이 되는 것이다. (....) 귀 기울이면 / 눈 여겨 본 듯 / 귀가 눈이 될 수 있다.”는 그녀의 말과 같이, 이 터널을 지나는 소시민적 삶을 살아가는 노암동 주민을 다정히 바라본 시간이 은은하게 남아있는 작품이 탄생하였다.

 

 

이렇게 노암터널, 동부시장과 같이 로컬의 모습이 진하게 묻어나는 곳은 물론, 강원도의 유일한 시립미술관인 강릉시립미술관, 독립/예술영화 전용관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또 과거 양곡창고로 활용되었던 옥천동 웨어하우스 등, 강릉의 독창적인 공간을 적극 활용하여 전시 반경을 확장했다. 그뿐만 아니라 국립대관령치유의숲과 같이 강릉 특유 산립의 향기와 경관을 느낄 수 있는 곳도 전시 장소로 삼아 예술과 함께 지역 그 자체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였다. 여기서는 지난해, 한국 내 소수자 정체성에 주목해 온 흑표범 작가가 옥계지역 어린이, 청소년 및 이주민 학생들과 대관령 치유의숲을 인간이 아닌 다른 생물의 감각으로 느껴보는 퍼포먼스도 개최하여 장소성 뿐만 아니라 전시의 나레티브도, 관객의 경험도 넓힌 바 있다.

 

이 장소들이 연결되는 노선을 적극 이용하여 지역 사회 경제의 증진을 돕는 것도 GIAF의 특징 중 하나이다. 시내버스는 물론, 투어가이드와 함께 하는 투어버스를 운행해 페스티벌의 편이를 높여 전시 뿐만 아니라 강릉에 호기심을 가진 이들도 편히 관람할 수 있게 하였다. 내년에 개최되는 GIAF25는 강릉의 명소, 화부산에서부터 시작되는 도보 관람에 집중하여 문화 해설자와 도슨트가 각 골목과 지역이 예술과 어떻게 융합되는 지에 대한 이야기를 상세하게 전달한다고 한다.

 

끊임없이 소모와 소비만 하는 현세대에 긴 호흡으로 강릉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한다는 기획이 돋보이는 GIAF. 일시적 활발함을 내세우는 것이 아닌, 뿌리부터 자라날 수 있게 하는 것이 진정한 도시 재생이 아닐까. 이런 부분에서, 박소희 총감독이 본 페스티벌을 기획하며 참조한 일본의 에치고쓰마리, 세토우치 국제예술제의 사례가 상기된다. 인구 감소로 소멸의 위기에 처한 지방에서 처음엔 이 낯선 기획에 대한 반발이 심했으나, 수년간의 긴밀한 소통과 이에 화답하는 진심이 담긴 작품, 또 전시를 주최하며 현재는 인산인해를 이루는 예술제들이다. 이와 같은 도시 재생, 인구 감소 문제를 예술과 지역 사회가 손을 잡고 해결한 사례가 한국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인다.

 

 

박소희 총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이런 기획이 가능한 이유 두 가지를 나누었다. 첫 번째는 강릉시의 사명감이 느껴지는 높은 질의 아카이빙. 강릉시의 문화를 있게 한 지리적, 역사적 자료부터 시작해 그만의 매력이 현세대까지 이루어지는 과정을 내부적으로, 또 외부 인력들과의 협업을 통해 놀라운 퀄리티의 자료집을 만들어왔다고 한다. 이 자료 덕에 외지, 외국 작가들도 강릉의 매력에 대해 푹 빠질 수 있게 되었고, 이는 전시에 대한 깊고 넓은 자료집으로 이어져 이후 회차에 좋은 재료로 활용된다고 한다. 두 번째로는 강릉시가 전통을 계승하는 방식적 특징을 꼽았다. 예를 들어 유네스코에도 등재된 강릉의 무형문화 유산인 단오제는, 제관의 의식들을 전통적으로 계승하면서도 그 시대의 오래됨이 현세대에서도 같은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을 계속 던진다고 한다. 현실성을 계속 주입하여 현대를 끌어안고 미래로 진화될 수 있는 과정태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다.

 

이런 단오제에 대한 역사를 다루는 GIAF25 <에시자, 오시자···>는 내년 3월 14일부터 약 한 달간 열릴 예정이다. 정량적 성과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형태로 진심이 피어나는 환대를 중시하는 아이덴티티를 치밀하게 쌓아가는 GIAF. 앞으로 이 환대가 한국 예술계에 어떤 발판을 쌓을지, 또 이를 통해 강릉의 매력이 새롭게 펼쳐질지 기대된다.

 

 

[지방정부티비유=티비유 기자]

이재은 리포터 nlnc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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