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중심에 세워진 <군도의 여백> - 파빌리온으로 공원에 새로운 시선을 제공하다

  • 등록 2024.08.02 14:2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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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하이드 파크 중심에 있는 세계적인 예술 기관 서펜타인 갤러리(Serpentine Gallery)는 매년 건축물을 작품처럼 조명하는 파빌리온 프로젝트(Pavilion Project)를 진행한다. 많은 사람이 편하게 오갈 수 있게 만드는 개방적, 유형적 건축물이라는 뜻의 ‘파빌리온’은 상업적인 목적보다는 주로 연회, 휴식의 장으로 쓰이는 곳으로 ‘정자(亭子)'와 같은 목적의 건축물이라고 할 수 있다.

 

모두를 위한 ‘마당', 조민석 건축가의 <군도의 여백(Archipelagic Void)>

만남의 장소인 정자의 개념에 마당의 컨셉까지 더해 다섯 개의 섬과 같은 개방된 구조로 구성된 조민석 건축가의 <군도의 여백(Archipelagic Void)>은 프로그램이 진행된 지 23회 만에 처음으로 한국 건축가가 초빙되었다는 기념적인 사실뿐만 아니라 지난 작품들과도 큰 차별성을 가져 화제를 몰고 있다.

 

그간 제한된 면적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원형의 건축물로 공간을 압도하는 작품이 대부분이었는데, 마당과 같은 여백의 공간을 중심으로 여러 목적에 따라 지어진 직선형 구조물을 확장하여 공원을 품을 수 있는 다양한 ‘창'을 제공한 것이 특징이다. 또 이렇게 런던의 경관뿐만 아니라, 한국에 대한 다양한 역사적, 문화적 경험을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제공하여 ‘정자', 혹은 ‘마당'의 역할을 충실히 한 것에 큰 호응이 일고 있다.

 

주변 경관과 런던 커뮤니티를 한국의 춤과 소리, 이야기로 잇다

<군도의 여백>은 강당, 갤러리, 플레이 타워, 도서관, 티 하우스 등 다섯개의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강당에서는 지난 6월 28~29일, 안무가 안은미의 <북한춤> 퍼포먼스가 캣워크와 같은 무대에서 열렸는데, 한국 분단의 역사를 재치 있고 역동적이게 표현하여 기립박수를 받은 바 있다. 갤러리에서는 이날치의 멤버로 잘 알려진 장영규 작가가 켄싱턴 지역의 자연의 소리와 한국의 고유 음악들을 접목해 계절들을 소리로 표현하는 <버들은>과 <월정명>이 전시되어 주변 경관과 작품의 맥을 이었다. 플레이 타워에서는 건축물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놀이 시설은 물론,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이 한국 문화를 쉽고 재밌게 즐길 수 있도록 K-pop 댄스 클래스, 서예, 투호 놀이가 열리기도 했다. 도서관에서는 정혜민 작가와 아카비스트 르네 스탈(Renée Staal)의 <읽히지 않은 책들(The Library of Unread Books)> 작품을 전시하여 집처럼 공간을 즐길 수 있게 하였고, 티 하우스에서는 1934년 찻집으로 시작한 서펜타인 갤러리의 역사에 예의를 표하며 차를 즐기고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갤러리와 공원이라는 공공시설의 정체성을 구현하였다.

 

지난 7월 5일에는 한국인으로서 가장 이름을 알리고 있는 DJ ‘페기 구’의 무대와 함께 영국 각계 인사들이 모여 이 모든 것을 축하하는 서팬타인 서머 파티가 개최되었다. 서펜타인 파빌리온은 비록 한시적일지라도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도전을 해볼 수 있게 하는 무대로 여겨져 켄고 쿠마, BIG, 헤르조그 앤 드 뫼롱 등 저명한 건축가들이 참여한 바 있는데, 조민석 건축가도 이에 반열을 올리며 런던의 대표적인 공공장소에 한국적인 시선과 해석을 제공한 것으로 많은 찬사를 받았다.

 

당 행사에 참여한 런던 문화 부시장 저스틴 시몬스(Justine Simons)는 "올해 조민석 건축가의 서펜타인 써머 파빌리온은 예술과 문화가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아 대화와 영감을 나눌 수 있게 한다는 것의 훌륭한 예 중 하나라고 생각됩니다. 런던 시장님과 저 모두 이렇게 파빌리온을 통해 세계적인 재능을 선보이고, 멀리서도 방문객들을 끌어들이며, 모두를 위한 더 나은 런던을 만들어 가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라고 밝혔다.

 

국내에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앞마당에서 진행된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과 대학생건축과연합(UAUS)의 파빌리온 프로젝트가 진행된 바 있으나, 현재까지 진행되는 파빌리온 프로젝트는 안타깝게도 거의 전무한 것이 사실이다. 향후 한국에서도 파빌리온이라는 경험적 작품과 함께, 일시적이더라도 폭발적으로 다양한 문화의 본질을 품으며 한국의 지역적 특색을 빛낼 기회가 더욱 많아지기를 바란다.

 

[지방정부티비유=티비유 기자]

이재은 리포터 nlnc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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