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밀착형 인재공급에 최선...자율전공으로 학생 선택 존중 [이장호 국립군산대학교 총장]

  • 등록 2024.07.02 13: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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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국립대 ‘모듈형 컨버전스’ 실시 적극 검토를
생활비 지원 장학금 설명하면서 눈시울 붉히기도

 

고된 역사는 부둣가에 신기루처럼 떠 있고 수탈당한 아픔은 수술자국 실밥되어 철길로 누워있다. 고통의 삶 위에 영화(榮華)는 잠시 피었다 스러지고 도시는 식민지 아들 딸들을 껴안고 함께 신산한 근현대사를 지나왔다. 이들은 채만식의 소설 ‘탁류’가 과거처럼 흐르는 금강에서 삽을 씻고 도시를 일구며 삶을 지탱했다. 여기는 전북특별자치도 군산시. 조금씩 늙어가는 어머니 같은 곳. 그러나 누구도 배움의 끈을 놓지 않아 도시는 젖이 마르지 않는다. 해방 직후 군산사범학교를 열어 고등교육 문턱을 낮추고 군산교대를 거쳐 1979년 군산대학이 문을 연다. 1991년 종합대학이 되고 오늘 국립군산대학교에 이르러 군산의 인재 요람으로 거듭나고 있다. 캠퍼스는 새만금을 바라보며 멀리 서해 창해에 시선을 모은다. 서해의 어머니 군산은 국립군산대학교를 슬하에 두었으니 족히 행복하지 않은가. 맏아들인 이장호 국립군산대학교 총장의 ‘행동’이 주목되는 이유다.

이장호 국립군산 대학교 총장 약력  
/ 서울대 농공학과 졸업, 포항공대 석·박사 
/ 2022.03~ 제 9대 국립군산대학교 총장 
/ 제 8대 한국풍력에너지학 회 회장

 

이영애 월간 지방정부 발행인_ 총장님 관련 영상을 쇼츠로 만들어봤습니다. QR코드로 찍어서 직접 보시고 소감 한 말씀 부탁합니다.

이장호 국립군산대학교 총장_ 제 음성을 듣고 제 모습을 영상으로 보니 아주 색다릅니다. 또 열심히 살아야겠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 발행인이 이 총장 걱정을 했다. 좀 마르신 것 같다, 입술도 튼 것 같으니 립 글로스라도 바르세요 라고 해 이 총장은 주변 도움으로 립 글로스를 바르고 촬영에 임했다. 이 총장은 ‘화면 잘 받으라고 어제 백숙까지 먹었는데’라고 혼잣말을 했다.

 

이영애_ 총장님을 뵈면서 또 국립군산대학교 교정을 보면서 대한민국은 사실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취임 2년이 됐는데 학교가 훌쩍 큰 느낌입니다.

이장호_ 2년 동안 마치 터널을 지나온 것 같습니다. 어두운 터널을 멋지게 벗어나 뒤를 보면서 우리 학교 구성원들, 학생들, 교수님들, 교직원 여러분, 그리고 군산시민 여러분께 감사드리고 밝은 미래로 함께 도약하자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우리 대학이 멋진 글로벌 대학으로 바뀌면 나라가 바뀐다고 확신합니다.

 

이영애_국립군산대학교가 바뀌면 나라가 바뀐다는 말 멋진 말씀입니다. 지방대 총장으로서 학교를 살리려는 애절한 마음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구성원들에게 감사드리는 영상 찍어보시죠.

이장호_ (금세 표정이 진지해진다) 안녕하십니까, 다 함께 다시 새롭게 미래를 향해 도약하는 국립군산대학교입니다. 성원해 주신 시민 여러분, 교직원 여러분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앞으로 남은 (임기) 2년 멋지게 같이 힘을 합쳐 도전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영애_ 학사개편을 대대적으로 했다고 들었습니다. 화제가 됐는데 골자는 무엇인가요?

이장호_ 궁극적으로는 수요자인 학생을 위한 것이죠. 고교 시절부터 학습량이 많아 자신의 진로를 명확하게 정하지 못하고 또 사회 조류나 경향 등을 파악하지 못한 채 입학해 떠밀리듯이 졸업 때까지 간다는 것이 슬픈 일입니다. 그래서 자기 주도로 인생을 설계하는 인재를 만들자 라는 게 학사 개편의 핵심 개념입니다. 그런 것을 국립대가 만들어줘야 한다, 공급자인 대학 당국이 기득권을 좀 포기하고 학생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겁니다. (이 총장의 설명이 외운 것처럼 흘러나온다). 자율 전공학부를 대규모로 뽑았고 시행착오를 겪은 뒤 진로를 다시 선택하게 하고 그 다음해는 학생들의 엄청난 성원을 받았습니다. 경쟁도 올라가고 정착이 되고 있습니다. 적성에 맞게 선택한다는 의미죠. 전과 프리(free) 선택이 마음에 안 들면 전과를 수정할 수도 있습니다.

 

이영애_ 결론은 ‘혁신’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굉장한 변화를 주도하고 계신데 다른 대학은 안 됩니까?

이장호_ 저희가 좀 빨랐죠. 올해 신입생부터는 교육부가 모든 대학에 일정 부분 무학과 자율전공학부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2년 빨랐습니다. 저희는 매우 디테일합니다. 모듈형 컨버전스 학위 과정을 만들어 자율적으로 이수하게 하는 과정도 있고 다양한 채용 연계 과정도 있으며 진로 선택을 도와주는 아카데믹 어드바이저라는 제도도 있습니다.

 

이영애_ 교육부장관을 하셔야겠네요(웃음). 학생들이 선택권이 많다니 그만큼 기회를 많이 준다는 거죠?

이장호_ 맞습니다. 학생들 눈빛이 달라졌어요. 아주 진지해졌습니다. 자기 인생을 자기가 설계하는 거잖아요. 예를 들어 과를 옮길 때 그 전에는 이쪽 학과장 도장 받아야 하고 저쪽 학과장 도장도 받아야 하고 지도교수 승인도 받아야 했었는데, 지금은 인터넷으로 선택을 하고 혹시 상담이 필요해 전문가를 지정하면 학교 측이 전문가를 카페에서 만나도록 주선해 줍니다. 기업 대표가 됐든 학교 선배가 됐든 자리를 만들어 줍니다. 충분히 논의하고 상담받을 수 있죠. 이게 아카데믹 어드바이저 개념입니다.

 

이영애_ 아, 그렇군요. 또 하나, 아까 총장 집무실 문간에서 무슨 스탠딩 회의 같을 걸 하시는 걸 봤어요. 아주 색다르게 보였습니다.

이장호_ 네, 학교가 아니라 회사처럼 보일 수 있을 겁니다. 보직 교수님들은 30분 일찍 출근해 커피앤토스트 미팅을 하면서 다양한 주제로 토론합니다. 매일 합니다. 부서 이기주의는 정보 교류가 제한하고, 여러 부서에 걸친 복합적인 일도 있는데 이 부서 저 부서 따지면 일이 되겠습니까. 신속함과 효율을 기하는 것이죠. 사실 저희가 전국 최초, 국립대 최초 같은 일들이 많다 보니까 어디서 사례를 참고할 만한 게 없어요. 그래서 스탠딩 회의를 만들어 보직교수들이 매일 만나고 매일 토론하고 있습니다. 입시 땐 입시 전문가를 모시기도 합니다. 장소도 일정하지 않습니다. 박물관 실험동 미술관 등 가리지 않습니다.

 

 

이영애_ 리더의 중요성이 새삼 중요함을 느낍니다. 국립군산대학교를 핚생들이 다니고 싶은 대학교로 만들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이장호_ 학교는 무엇보다 학생 편이 돼야 합니다. 우선 등록금이 전국에서 가장 쌉니다. 학기당 180만원~200만원 정도입니다. 장학금 수혜율은 85%입니다. 중복 수혜자를 포함하면 100%가 넘을 겁니다. 통학버스도 무료입니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재미를 느껴야 합니다. 저희 대학교에는 펀(fun)이 있습니다. 먼저 자율권 강화입니다. 전과 free처럼 학생들이 자기 진로를 자유롭게 탐색할 수 있게 한 겁니다. 둘째 재미있는 문화 체험입니다. 인문예술스포츠 소양을 갖춰야 글로벌 인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디지털 피아노, 승마, 조정, 스키, 골프 등을 체험할 기회를 줍니다. 또 G-SEED프로그램을 마련해 이미 20여 팀이 미국 독일 프랑스 등 10개국을 다녀왔습니다. 학생이 교수와 머리를 맞대고 프로그램을 짭니다. 학생들이 가장 좋아합니다. 비용은 거의 학교가 댑니다. 3, 4학년은 현장실습으로 미국을 가기도 합니다. 미국 공장에 가서 일하면서 영어도 배우니 큰 도움이 돼죠. 작년 겨울방학 때는 20명을 보냈습니다. 또 의류 전공 학생들은 이탈리아에 가서 어디를 방문할지 무엇을 볼지 학생과 교수가 의논하고 외국인 학생도 사귀고 나중 유튜브 등으로 올려 홍보도 하고 참 학생들이 적극적입니다. 갔다 온 이후 공부를 엄청 열심히 한다고 들었습니다.

 

이영애_ 독립청년준비 장학금이 눈에 띄는데 이건 뭔가요?

이장호_ 부모가 안 계셔서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 등록금 지원해주고 일정 생활비도 줍니다. 생활비 마련하려고 알바를 해야 하니 공부할 틈이 어디 있겠어요? 그래서 학교가 생활비 배려를 하는 거죠.

이때 이 총장 말이 좀 느려진다. 울컥하는 모습이다. 이 발행인이 무슨 사연있느냐 묻지만 이 총장은 말은 않고 고개를 젓는다. 이 총장이 눈가를 훔치느라 인터뷰가 잠시 멈춘다. 이 총장 설명이 이어진다. 대학교 입학 전에 경제적으로 어려운 고교생을 대상으로 장학생을 선발하기도 합니다. 고교 교장이 최대 2명을 추천하면 입학 전 장학생으로 뽑혀 마음놓고 공부하고 대학에 지원할 수 있는 거죠. 등록금 면제에 그치지 않고 생활비를 줘 면학을 돕고 있는 겁니다.

 

이영애_ 총장님 눈시울 붉히는 걸 보니 제 마음도 뜨거워지고 제자 사랑에 감동하게 됩니다. 취업률은 어떤가요?

이장호_ (표정이 되살아나면서 입꼬리가 올라간다) 취업률 상승률이 아주 가파릅니다. 전국 대학 평균 상승률의 4배가 넘는 6.1%입니다. 취업률은 61.6%입니다. 사실 몇 년 전 인근 산업단지의 대기업이 빠져나가고 코로나19 영향으로 취업 위기가 있었죠. 그러다 이제 바닥을 치고 올라가고 있는 겁니다. 산업단지 활성화가 큰 몫을 한 거죠. 어쨌든 2018년 군산이 고용위기 지역으로 지정됐고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악화된 지역경제 상황을 극복한 결실이라 이 취업률 상승률은 매우 값지다 할 수 있습니다.

 

이영애_기업 맞춤형 인재교육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이장호_ 아주 중요한 질문입니다.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기업이 다양한 형태의 인재를 모을 때 몇 가지 덕목을 보는데 창의성 성실성 혁신성 그리고 심지어 관상도 본다고 합니다. 중요한 것은 아무래도 전문성일 겁니다. 예를 들어 2차전지 기업이라면 화학은 좀 알아야겠죠. 이러한 요구를 학교에서 하나의 교육과정으로 묶기 어려우니 마이크로 디그리 형태로 해서 코어 클래스에서는 직무 관련 핵심을 집중교육하고 엠디 클래스에서는 협업과 소통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을 하는 겁니다. 새만금에는 이차전지 관련 업체들이 입주해 있는데, 이 기업들의 가장 큰 애로가 인력 확보라는 겁니다. 이 기업들에게 맞춤 인재를 공급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영애_ 대학도 인구소멸 등 관련해 고민이 많은 것 같습니다. 혹시 대안이 있나요?

이장호_ 그렇습니다. 이것 역시 고객 지향 시스템을 만들면서 돌파구를 찾고 있습니다. 저희 대학은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 고교생을 집중 공략해서 그 성과가 입시에서 확인됐습니다. 지원자 70%가 전국 각지에서 지원하는 이른바 역류 현상이 생겨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한다는 벚꽃신드롬을 타파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국립대학이 중심이 돼 지역문화를 활성화시키고 학생들 유입의 허브로 작용해 지역소멸을 늦추는 역할을 중추적으로 해야 할 것입니다.

 

이영애_글로컬대학으로 지정받으려고 노심초사하십니다. 가능하겠죠?

이장호_ 정부로부터 지정받는 게 중요하지만 사실은 저희가 고객으로 생각하는 학생들한테 선택받고 고객으로 여기는 지역사회와 기업으로부터 선택받는 게 훨씬 중요하고 진정한 대학의 모습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선택의 결과는 대학의 발전이라고 확신합니다. 선택받았는데 망할 리는 없는 것 아닙니까? 시장의 원리입니다.

 

이영애_ 좀 무거운 얘기인데, 대통령님께 꼭 하실 말씀 있다면 이 기회에 하십시오.

이장호_ 전국의 국립대학들이 서로 협조해서 교육과정을 공통으로 운영할 수 있는 모듈형 컨버전스 학사학위제도가 정착될 수 있도록 검토 부탁드립니다. 이제는 초연결사회로서 국립대학끼리 경쟁하는 게 아니라 장소 건물 등 여러 시설을 공유해 인재를 양성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할 때가 됐다고 봅니다. 저희 대학이 그 모듈형 컨버전스 석사학위 제도를 시범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기반이 돼 전국 대학을 연결할 수 있는 큰 기반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대통령님, 모듈형 컨버전스 학사학위 제도가 전국 국립대학에 시행될 수 있도록 검토해 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영애_ 이 총장님과 대화하다 보니 대학 총장이 임기 4년으로는 부족하구나 하는 걸 느꼈습니다. 일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 자리였다는 걸 국민과 함께 공감하면서 마무리하겠습니다.

엄정권 대기자 nlnc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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