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섬하다는 말은 좀 진부하고 스마트라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다. 깨끗한 외모에 언변과 실력도 갖추었으니 타고난 관리다.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은 어려운 질문 난감한 물음에도 막힘없이 답한다. 지역 소멸, 인구 급감, 민원 공무원 보호 등 현안이 만만치 않고 여러 부처에 걸친 일이기에 추진력 못지않게 화합과 조화가 필요한 자리, 적재가 적소를 찾아간 셈이다. 어록이라고 할만한 언급도 몇 차례 있었다. 행정안전부 역할을 ‘소확행’ 삼행시로 규정하며 ‘소소한 일도 확실하게 챙기는 행안부가 되자’라고 하더니 요즘 세상은 ‘검색보다 사색의 시대’라며 생각과 마음 속 우러나오는 감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세종청사 행안부 도서실에서 진행된 인터뷰 내내 귀가 호강했다. |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 약력
/ 1971년 대구 출생
/ 연세대학교 행정학 박사
/ 세종시 행정부시장
/ 행안부 인사기획관, 정부혁신기획관
이영애 발행인_ 환대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먼저 차관님 쇼츠 영상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_ 잘 봤습니다. 월간 ‘지방정부’가 공무원 사이에 애독자가 많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내용으로 지역발전과 공무원에게 힘이 되는 매체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영애_ 행안부 부임한 지 9개월 정도 됐죠? 그동안 많이 바쁘셨을텐데, 소감 한 말씀 부탁합니다.
고기동_ 제가 얼마 전 본 ‘세작’ 이라는 드라마에 ‘세월은 쉬는 법이 없다’라는 대사가 나오는 데 딱 저에게 하는 말 같았습니다. 하루종일 밖에 나가 있거나 회의를 하거나 행사에 참석하는 등 정말 쉴 틈이 없더군요. 그래도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는 데 감사드립니다.
이영애_취임하고 직원들에게 강조한 말씀이 따로 있었나요?
고기동_ 몇가지 있습니다. ‘행정은 만족하는 순간 후퇴한다’ 라고 했죠.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자랑스러워하고 국민에게 칭찬듣고 만족해 하다보면 나태해지고 발전이 없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끊임없이 고민하라고 강조합니다. 또 ‘소확행’이라는 말도 자주 합니다. 한동안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라는 뜻으로 유행했던 말입니다만 저는 이렇게 표현합니다. ‘소소한 일이라도 확실하게 챙기는 행정안전부’라고요.
이영애_ 재미있는 말씀입니다. 국민에 대한 봉사 정신도 느껴지는군요.
고기동_ 민원 현장을 다니다 보면 아주 작고도 사소한 일들을 마주치게 됩니다. 그 작은 것도 경청하고 확실히 챙기다 보면 보람도 있고 만족감이 밀려옵니다.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귀중한 경험이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이영애_ 이제는 지방시대라고 말을 많이 합니다. 이런 점에서 행안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어떤 정책들이 있는지요?
고기동_ 현장을 많이 다니고 오래 머물면서 경청하려고 하는 노력도 사실 지역살리기라는 시대적 흐름과 밀접한 거죠. 주민과 공무원 얘기 듣고 현장을 둘러보려면 1박2일은 예사입니다. 특히 문제는 지역 소멸과 인구 감소죠. 난제 중 난제, 슈퍼 난제입니다. 어쨌든 최근 인구 감소지역 180여 곳을 골라 지역소멸 대응기금으로 매년 1조원을 저희가 지원해드리고 있고 지역 활성화 펀드를 조성하고 있는데 연간 3조 정도 될 겁니다. 이 펀드와 민간 자본을 합쳐 지역 발전에 서로 노력한다면 분명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이영애_ 아주 구체적인 대책이군요. 기대가 큽니다.
고기동_ 또 중요한 것은 생활인구라고 봅니다. 주민등록상 거주 인구를 늘리는 것도 일이지만 그 지역에 체류하는 인구, 말하자면 외지 관광객 등을 불러 모으는 일이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지역에 맞는 특색있는 대책이 요구되는 대목이라 할 수 있죠. 실례를 들어볼까요? 얼마 전 1박2일로 경북 영양을 다녀왔습니다. 울릉도를 제외하곤 인구가 가장 적은 곳입니다. 그런데 거기 일하시는 공무원들 참 고생하면서 열심히 일하시더라고요. 교통이 워낙 안 좋으니 이런저런 개발도 더디고 안타까웠습니다. 뭔가 대책이 절실함을 안고 돌아온 기억이 있습니다.
이영애_ 화제를 잠깐 돌리죠. 민원 공무원이 불쌍하다 할 정도로 민원인에게 도 넘은 욕설도 듣고 폭행까지 당하고 심지어 극단 선택을 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강력한 대책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고기동_ 경기도 김포시에서 3월에 민원 공무원이 극단 선택을 해 공무원 사회는 물론 일반 국민에게 충격을 주었습니다. 악성 민원에 시달린 끝에 발생한 일이라 정말 안타깝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악성 민원이나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는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5월 초 행안부가 민원공무원 보호 종합대책을 내놓기에 이르렀죠. 대책에는 민원을 사전 예방하는 일, 민원 발생에 적극 대처하는 방법, 민원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것 등을 담았습니다. 혼자서 한달동안 6만 건의 민원을 넣은 경우도 있습니다.
이영애_ 공무원 입장에서는 참 난감한 일입니다. 법이나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고기동_ 맞습니다. 그동안 민원 공무원 혼자 대처하고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어려움이 컸습니다. 그래서 기관 전체가 대응하면서 공무원에게 ‘기관이 도와주고 있다, 당신 혼자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습니다. 일반인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악성 민원인 대응 방법으로 법적 조치를 꼽은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국민 여러분도 기관이 나서는 법적 보호에 크게 공감했다는 뜻입니다.
이영애_ 민원 공무원 실명 비공개 문제는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일부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고기동_ 김포 사건이 더욱 안타까운 건 이른바 좌표찍기에 희생됐다는 점입니다. 실명이 공개되고 신상이 털리면서 극단 선택에 이르게 됐다고 봅니다. 이번에 내놓은 대책에는 기관 홈페이지에서 실명을 비공개로 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일선 공무원들의 (실명 비공개)요청이 아주 많았습니다. 저희가 민간 접촉을 공식적으로 한달 반 동안 15차례 했고 공무원 노조도 만나 많은 의견을 들었습니다. 대책을 만드는 과정에는 범부처 노력이 있었습니다. 거의 모든 부처가 의견을 모았습니다. 지자체 과장들도 모시고 많은 이야기를 경청했습니다. 이제 속도를 내 법령을 바꾸거나 지침을 고치는 후속 조치 실천이 중요합니다.
이영애_ 고향사랑기부제도 지자체에선 관심이 높더군요.
고기동_ 작년부터 시행한 일인데, 호응이 좋아서 작년 한 해 650억원 정도 기부된 것으로 압니다. 기부하시는 분들에겐 세제 혜택도 있고 답례품도 드리고 있으니 적극 참여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지정기부제도 있습니다. 어떤 군의 어린이 오케스트라를 지원하고 싶다, 롤러 스케이트 선수단을 돕고 싶다라고 할 수 있죠. 기부의 효능감이 올라갈 수 있다고 봅니다. 1년 정도 시행했더니 지역에서 관심이 매우 높아졌습니다. 지자체 스스로 평가를 하면서 ‘방식을 어떻게 하나, 홍보를 어떻게 하나’ 같은 여러 대안을 모색하는 것을 보기도 했습니다. 행안부도 규제가 있으면 적극 풀어야겠다는 고민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영애_ 차관께서는 많은 후배들의 롤 모델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고기동_ 일을 잘 하는 방식을 예로 든다면, 저는 머리보다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는 민원인에 대한 공감을 늘릴 수 있기도 합니다. 능력이 부족해도 태도가 좋으면 어려움도 어느 정도 풀 수 있죠. 두 번째로는 검색보다는 사색을 권합니다. 일 처리를 할 때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하지 말고 생각을 하라, 책도 많이 읽어라, 신문도 보고, 우리 월간 ‘지방정부’도 꼭 봐라(웃음), 이렇게 항상 강조합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원맨쇼는 오래가지 않는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입니다. 조직에 몸을 담고 일하다 보니 상사 선배 후배 등 함께 머리를 맞대고 실천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저는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늘 후배에게 먼저 의견을 구합니다.
이영애_ 말씀도 참 재미있게 잘 하십니다. 귀가 호강합니다.
고기동_ 귀가 화근이 되는 일은 없다고 합니다. 혀(말)가 항상 화근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경청이 최고입니다. ‘후회는 말하는 데서 온다, 지혜는 듣는 데서 온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충분히 얘기를 듣고 몸을 낮춰 국민 목소리도 겸허히 듣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늘 후배들에게 강조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영애_ 긴 시간 좋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더욱 국민과 가까운 행안부, 지역과 밀착된 행안부를 기대해 봅니다.
[지방정부티비유=티비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