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웅 신드롬, 어디서 한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요즘에 음악방송 1위 곡을 아는 국민이 있을까? 해외에서 유명세를 탄 몇몇 아이돌을 제외하고는 떠오르는 가수가 없을 것이다. 또한 이런 음악들은 대부분 젊은 층만 선호하는 것이어서 많은 국민들이 가요계로부터 등을 돌렸다. 하지만 임영웅의 새 앨범으로 이러한 구도가 깨졌다. 앨범 발매 첫 주에 110만 장 판매를 기록, 이는 솔로 가수 최초의 100만장 돌파다. 심지어 콘서트 티켓은 인터파크 티켓 역대 최대 트래픽을 기록하며 1분만에 9만석이 매진이 되었다. 말 그대로 임영웅 신드롬이 탄생한 것이다.
임영웅 신드롬은 청년층에게는 다소 믿기 힘든 수치들인데, 실제로 랭킹 파이에서 실시한 임영웅 연령별 관심도에서 50대 이상이 75%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층이 주 고객이였던 음악시장에서 중년의 힘이 이토록 거셌던 적이 있었는가? 이제 힘없는 중년의 시대는 지나가고 엑티브 중년, 더 나아가 22대 총선의 결과까지 가미하면 앵그리 중년의 시대가 도래했다! 앵그리 중년은 누구이고 이들은 이번 선거 결과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알아보자.
우리 중년이 달라졌어요
알고 계셨는가? 젊음의 전유물이었던 새로운 자동차의 구매가 10여년 전 부터 60대 여성이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30세대는 불황·고금리·고물가에 허덕여 자동차 구매를 포기하는 반면 고성장 시대에서 경제활동을 하며 부를 축적한 5·60대의 경제활동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정부는 중년을 40~49세, 장년을 50~64세로 나누며 65세 이상을 노년으로 보고 있다. 한편 대부분의 영어권에서는 45~65세를 중년으로 보고 있는데 장년층에서 이루어지는 임영웅 신드롬과 거침없는 소비력, 그리고 건강 수준의 향상 등을 감안하여 대한민국 중년층에 대한 범위를 45~65세로 재정립 하고 글을 나아가겠다.
현재 한국의 중년층은 무려 1750만 명으로 엄청난 인구수를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베이비부머 2세대(55년생~75년생)로 구성되어 있는 이들은 지독하게 가난한 때 태어나 선진국이 된 나라에서 은퇴하는 인구집단이다. 이 인구집단에 속해있는 60년생을 예로 든다면 60년생이 태어날 때 우리나라의 1인당 GDP는 79달러였고 지금은 3만 2000달러를 도달했다. 1981년 졸업정원제가 실시되면서 대학 정원이 30% 올라가 교육수준이 상승했고, 사회로 진출했을 때는 두 자릿수 경제성장률을 경험했다. 더 나아가, 이들은 민주화까지 이뤄내며 한국을 아래로부터 변화 시킨 거대하고 강력하며 응집력이 강한 인구집단으로 거듭났다.
앵그리 중년 그리고 조국혁신당의 돌풍
민주당의 압승으로 마무리된 22대 총선에서 스포트라이트는 역시 이변을 일으킨 조국혁신당으로 향했다. 또, 한국갤럽이 실시한 4·10총선 당선인 중 앞으로의 의정활동이 가장 기대되는 인물에 대해 물은 결과 조국 대표는 12%로 1위를 달성했다. 방송3사 출구조사 연령대별 비례정당 지지도를 살펴보면 4050은 민주당보다 조국혁신당 지지세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가 흥미로운 점은 조국혁신당이 민생보다는 정권 심판을 외쳤다는 점이다.
여러 정치 전문가들은 조국혁신당 돌풍에 이유가 민주당이 담지 못할 거친 말을 조국혁신당이 해주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민주당도 정권심판을 열심히 외쳤지만 민주당의 주요 지지 세력인 4050의 비례 표가 조국혁신당으로 대량 들어간 것을 보면 어느 정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더 자극적이고 더 거친 표현을 원하는 ‘앵그리 중년’의 시대가 도래한 것은 아닐까?
대한민국 중년, 그들은 왜 화가났는가
마처 세대라고 들어보았는가? 현재의 중년들은 부모님을 모시는 마지막 세대이면서 자녀에게 봉양 받지 못하는 첫 세대이다. 부모세대의 장수로 인해 부모 부양 기간이 길어지고 높은 교육비와 낮은 취업률로 인해 자녀세대에 드는 비용이 증가한 것이다. 이러한 중년의 압박을 이해한다면 퇴사가 잦은 MZ세대와 대립하는 것은 당연하게 보인다.
물론 MZ세대가 주장하는 것처럼 지금의 중년들이 고성장 시대를 살아간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모두 부자가 된 것은 아니다. IMF, 신자유주의, ICT 혁명, 2008 금융위기로 경쟁력이 약한 전통 산업 분야 종사자들은 위기를 맞았으며 이로 인해 세대 내 불평등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KDI 자료에 따르면 중산층에 속하는 비율이 1996년 68.5%에서 2009년 56.7%까지 떨어졌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상위 10%의 소득점유율이 1999년 32.8%에서 2016년 49.2%로 늘어났는데 이는 과거 중산층에서 분화된 것이다. 외환위기와 같은 경제 전환기에 승자와 패자가 나뉘고 양극화를 불러온 것이다.
더 나아가, 우리나라에서 대기업, 공무원, 공공기관을 제외하고 60세 정년이 지켜지는 곳은 흔치 않으며 주로 50~55세에 직장에서 나오게 된다. 다른 나라에 비해 굉장히 빠르다. 실제로 연령별 고용률과 임시직 비율을 국가 간 비교한 OECD 자료를 보면 55세~64세 고용률은 비슷하나 임시직 비율은 한국이 압도적으로 높다. 이는 결국 원래 직장에서 빨리 은퇴해 비정규직으로 재취업 한다는 얘기인데 상황이 이러다 보니 근속연수는 줄어들어 연금은 적게 받고, 결국 노후 준비를 하려면 근로 조건이 악화되어도 일할 수밖에 없는 노릇인 것이다. 이들이 화가 안날래야 안날 수가 있을까?
앵그리 중년과 총선의 결과가 시사하는 점은?
보수가 3번 연속 참패하고 집권당이 이 정도로 참패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먼저 앵그리 중년을 더 앵그리하게 만든 대통령의 대파 논란과 이중섭 호주 대사 임명은 경제적 양극화와 민주화를 경험한 중년 세대를 결집시키기 충분했고 결집된 중년들의 사이다가 된 조국 대표는 그 혜택을 톡톡히 보았다. 하지만 과연 이러한 양상이 옳은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는 쉽게 답하기 힘들다. 우리나라의 먹거리 물가상승률이 OECD 회원국 가운데 3위라고 하는데 복수를 꿈꾸고, 또 서로를 악마화 하는 것이 과연 민생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이제 협치의 시간을 이끌어 내야 한다. 정치에서 먼저 나서줘야 한다. 물가 상승으로 이미 화가 난 국민을 이간질 시키는 일은 옳지 않다. 앵그리 중년을 언급했듯이 국민이 애초에 왜 화가 났는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국민의 선택을 받은 22대 국회 그리고 심판 받은 대통령 양쪽 모두 자기 밥그릇 바라보지 말고 국민 밥그릇만 바라보기 바란다. 여소야대 3년, 보수, 진보 모두 이 정국을 협치로 돌파하길 바란다.
[지방정부티비유=티비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