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총선보다 청년들의 표심을 사로잡을 수 있는 시기가 또 있을까?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 기록을 연일 갱신하고 있는 지금! 대한민국은 청년들이 결혼을 하고 자녀를 키우는 데 필요한 주거, 일자리, 물가, 결혼, 육아 휴직 등 어쩌면 우리나라 청년의 삶 그 자체와 연결돼 있는 저출산 현상과 전쟁 중이다. 1980년대부터 낌새를 보인 저출산은 멀리는 대한민국의 멸망부터 가까이는 연금, 군대 징병과 같은 사회 시스템의 오류까지… 국민들은 정치인들이 이 문제를 더 이상 후세에게 넘기는 꼴을 보지 못하는 형국이다.
물론 저출산은 지구온난화와 같이 풀기 어려운 문제이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총선에 임하는 정치인, 당의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다. 사회 곳곳에 영향을 주고 있는 저출산발 사회 변화에 대해 어떤 현실적인 정책과 방향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청년들 그리고 청년들과 관계 맺고 있는 인구는 즉각적으로 반응할 것이다. 저출산의 위기는 곧 청년과 정치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기회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총선이 되기 위한 청년 표심 잡이를 소개하겠다.
왜 청년 표심을 잡아야 하는가?
청년의 표심은 왜 중요할까? 우리나라 선거의 승부는 확고한 성향을 보이지 않는 MZ세대에서 날 가능성이 크다. 물론 고령화로 인해 60대와 70대 이상의 인구가 20대와 30대의 인구수보다 많아진 점은 사실이지만, MZ세대에게 투표권이 부여되기 시작한 2010년을 기점으로 청년들의 투표율이 급증하고 있기에 청년들의 표심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예상된다.
‘bullshit(헛소리)’은 금지!
필자도 청년이지만 옳고 그름을 떠나 솔직히 정치권에서 윤석열 VS 이재명의 양강 구도로 펼쳐지는 보수와 진보의 싸움은 이해가 잘되지 않는다. “윤석열 타도!”, “이재명 타도!”를 외치는 시위대의 나이대를 본다면 청년이 거의 없다는 점을 금방 알 수 있다. 재생산하려는 인간의 본능을 억누를 만큼 먹고살기 바쁜 우리 청년들은 정의 실현을 빌미 삼아 갈라치기하기엔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물론 정의는 청년들에게도 중요하다. 약물에 취한 상태로 운전해 한 사람의 인생을 앗아간 ‘압구정 롤스로이스남’에 대해 정의 실현을 외친 청년들의 목소리는 그 어느 세대보다도 컸다. 또 시대가 흐르면서 개인화가 두드러진 현재의 청년은 다수를 위한 정의보다 개인의 안정이 더 중요해지게 된 것도 사실이다. 국민의 삶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진영다툼에 초점을 맞추는 현 정치는 청년에게 먹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청년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다.
청년에게 어필되지 않는 또 다른 점이 있다면 청년은 더 이상 ‘bullshit(헛소리)’을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민의 큰 관심을 얻었던 ‘대기업 총수 떡볶이 회동’은 청년이 보기에 정치쇼라는 측면이 과다하게 비춰졌고 피습 사건 이후 퇴원해 활발히 활동하는 이재명 대표가 건강상 이유로 재판을 받지 않는 모습도 청년들에게는 ‘bullshit(헛소리)’으로 여겨진다. 종합한다면 개인화와 더불어 이전 세대보다 똑똑해진 청년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길은 바로 개인의 삶과 연관된 밝은 미래를 제시하는 것이다.
출산에 포커스를 두지 말고 청년 자살을 방지하라!
청년들의 마음을 얻으려면 첫째, 출산하지 않는 것이 옳고 그름에 대한 스펙트럼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녀를 가지고 안 가지고는 지극히 개인의 판단이다. 이 세상 어디에도 자녀를 가지지 않으면 안 된다는 법은 찾아볼 수 없다. 사실 언론에서 저출산을 급급하며 문제로 여기는 것은 오히려 청년들에게 큰 압박으로 다가올 수 있다. 우리가 집중해야 할 점은 저출산으로 인해 달라질 인구구조를 어떻게 적응하느냐와 미래에 부모가 될 가능성이 있는 청년을 위해 어떠한 환경을 만들어주느냐이다.
둘째는 출산에 포커스를 두는 정책보다 청년들에게 미래를 제시하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누군가 당신에게 “금요일이 좋으냐?”, “일요일이 좋으냐?”를 묻는다면 대부분 금요일이라 대답할 가능성이 크다. 인간은 미래 지향적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청년들은 워낙 똑똑해 인구구조의 변화, 노인이 더 많아진다는 사실을 이미 통찰하고 있다. 갈수록 노인복지는 늘어갈 것이고 청년의 자리가 좁아지는 미래가 점쳐지는데 어느 누가 자녀와 같은 미래에 투자를 하고 싶을까….
현금 지원도 마찬가지이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데 지금 당장 소량의 현금을 준들 아이를 낳아 키울 생각을 할까?
강남구에서 육아지원으로 출산율이 늘었다고 하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강남구에 거주하는 젊은 부부들은 이미 부자일 텐데 육아 비용에 비해 너무나도 소량인 현금 지원으로 출산을 많이 한다는 논리는 터무니없다. 더군다나 현재 정부가 발표하는 저출산 지원을 보면 대부분 출산하거나 출산 예정인 가구에게 집중된 점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결혼부터 피하는 청년들에게 이러한 정책이 효과적일지 의문이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 자살하는 청년에 포커스를 두는 것은 어떨까? 장담하건대 청년 자살률이 떨어지면 출산율은 올라갈 것이다. 대한민국 10~30대 사망 원인 1위는 자살이다.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고 놀고 또 슬퍼하기 바쁠 청년 시기에 자살이 많다는 것은 나라가 확실히 잘못됐다는 것을 뜻한다. 자살하는 이유는 미래가 없다고 느껴져서이지 않은가…. 수도권 쏠림부터 1등만 인정하는 문화, 또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는 MZ의 부모 세대까지, 무한경쟁 그 자체인 청년의 삶을 바꿔줄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 예컨대 이러한 경쟁을 대한민국 작은 땅덩어리에서만이 아닌 해외로 뻗어나갈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주는 것은 어떨까? 우리는 블랙핑크의 한국어 노래가 전 세계를 사로잡은 시대에 살고 있다.
저출산은 청년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초등학교 교사를 딸로 가진 할아버지도, 대학가에서 슈퍼를 하는 아주머니도, 도통 후배가 들어오지 않아 승진이 어려운 직장 상사도 저출산이 불러올 우리나라 인구구조의 변화가 두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시간이 얼마 없다, 22대 총선에서 정치가 해결해줘야 한다. 보수든 진보든 또 신당이면 어떠냐, 미래를 보여준다면 청년은 반드시 움직일 것이다.
최원재 연구원
/조지워싱턴 대학 국제관계 졸업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