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4일 호주에서 역사적인 국민투표가 진행됐다. 호주 원주민을 헌법상 최초의 국민으로 인정하는 데 대한 개헌 투표로, 호주인들이 나라 역사를 진지한 마음으로 되짚어볼 수 있는 기회였다.
호주는 1788년 애버리지널 원주민들이 살던 땅을 영국인들이 식민지로 개척하며 탄생했다. 이때 원주민들은 살고 있던 땅을 뺏기며 민족의 반 이상이 학살당했다. 우리나라가 일제강점기 때 겪었던 방식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원주민은 오랫동안 부당한 대우를 받아왔다. 재산을 소유할 수 없었고 자녀를 강제로 입양 보내야 했으며, 지역 주민 수를 계산할 때 원주민들의 숫자는 포함하지 않았다.
원주민들에게는 투표권이 없었고 ‘원주민 보호구역’이라는 지역을 만들어 보호라는 명목 아래 그들을 격리하고 통제했다. 지금은 환경이 많이 나아졌다고 볼 수 있지만, 원주민을 향한 인종차별은 지속됐다. 이번 투표 결과를 통해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살고 있다고 알려진 호주에서 이러한 결과는 참으로 충격적일 수밖에 없었다.
원주민을 헌법상 최초의 국민으로 인정하는 데 대한 국민투표 결과 대다수가 반대표를 던졌다. 집계에 따르면 전국 반대 투표율은 60.69%, 찬성 투표율은 39.31%이다. 모든 주에서 이 제안을 거절했으며 찬성 캠페인 지도자들은 국민투표에 대해 “이 결과는 부끄러운 일”이라고 묘사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 대해 국민의 의견을 들을 권리를 거부함으로써 호주는 덜 자유주의적이고 덜 민주적인 나라가 되는 것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호주의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는 찬성 운동가들의 실망을 인정하면서도 호주의 선택은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호주인 대다수가 고의든 아니든 부끄러운 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이 사실이며, 이를 긍정적으로 해석할 여지는 없다”고 밝혔다. 이렇게 반대 투표 수가 많은 데는 이유가 있다. 현재 원주민들의 범죄율은 모든 사법 제도의 단계에서 대표적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2019년 9월 조사에 따르면 전체 성인 수감자의 28%를 차지하며 압도적으로 높은 숫자를 보여주고 있다. 재범율도 80%가 넘는다.
낮은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열악한 주거와 건강 상태, 낮은 학업 성취도 등 모든 유형의 범죄 사이 연관성은 복잡하지만 확실하게 자리 잡혔다. 이로 인한 부정적인 시각과 편견으로 인해 반대표가 많이 발생했다고 미뤄 볼 수 있다.
원주민들은 이번 국민투표를 통해 원주민의 정체성과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에 금이 갔다. 투표 실행 전 원주민의 사회성과 그들이 처한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도록 나라에서 도움을 주고, 안정된 사례를 보여준 후 투표를 시행했다면 결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지 않았을지 아쉬움이 든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명언이 있다. 자국의 잘못된 과거를 잊거나 되풀이하지 말자는 의미이지만 반대로 땅을 빼앗겼던 대한민국이 이 명언을 깊게 새기고 우리나라를 되찾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던 것처럼 오히려 약국의 민족들이 새겨들어야 하는 말 같지만 요즘 대한민국의 혼란스러움을 보면서 더 단단하고 자랑스러운 나라가 돼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