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꼴찌가 재난 영어 강의를 하기까지... 공직사회에서도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습니다!” 김재흠 행정안전부 국가민방위재난안전교육원장

  • 등록 2023.03.14 14:4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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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흠 행정안전부 국가민방위재난안전교육원장

반평생 영어 콤플렉스를 안고 살아온 김재흠 원장은 뒤늦은 나이에 우연히 싱가포르 대사관에서 근무할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싱가포르에 간지 1주일 만에 영어로 인한 최악의 상황을 경험하며 영어공부를 다시 시작한다. 6개월 동안 하나도 들리지 않던 영어가 현지 외국인의 코칭과 자신의 집념 덕분에 점차 들리기 시작하면서 유창한 생활영어의 달인이 되었다.

 

이후 OECD 한국대표부에서도 근무하며 전 세계 다양한 영어와 수준 높은 고급영어까지 섭렵하면서 이제는 재난 영어로 외국인들 앞에서 유창한 강의를 할 수 있는 수준까지 되었다.

 

처우와 조직의 경직성으로 인해 많은 MZ세대들이 중도 퇴직하고 공직 진출을 꺼려하는 요즘. 그런 모습에 공감을 하면서도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조직을 위해 성과를 낸다면 공직사회에서도 얼마든지 자신이 원하는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김 원장을 만났다.

 

김재흠 원장 약력

· 건국대 경제학과 졸업

· 행정안전부 재난협력정책관

· 행정안전부 재난복구정책관

 

 

지방정부_ 안녕하세요? 먼저 짧게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재흠 행정안전부 국가민방위재난안전교육원장_ 안녕하세요? 저는 국가민방위재난안전교육원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김재흠입니다. 저희 교육원은 주로 지자체 공무원, 공공기관 공무원, 중앙부처 공무원 중 재난, 민방위, 비상대비 업무를 담당하는 분들이 오셔서 교육을 받은 후 돌아가 본인의 업무를 잘 하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지방정부_ 공직은 언제부터 시작하셨나요?

김재흠_ 1993년 2월 서른살로 비교적 조금 늦게 시작했습니다. 공직에 들어오기 전 보험회사에 좀 다니다가 그만두고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 합격했습니다. 총무처에서 공무원을 시작했고, 인사업무를 많이 했습니다. 2018년 파리 근무를 한 적이 있는데, 한국에 돌아온 이후 재난 업무를 맡아 재난수습지원과장, 안전개선과장, 재난복구정책관, 재난협력정책관을 거치며 재난 부서에서 핵심적이고 중요한 부서들을 짧게 다 거쳤습니다. 특히 제 공직 경력 중 특이한 점은 노무현 정부,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에 두 번 근무한 것입니다. 해외에도 두 번 근무하는 행운도 있었습니다. 2010년 싱가포르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했고, 3년 뒤 파리에 있는 OECD 한국 대표부에 또다시 근무하게 되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지방정부_ 경력이 정말 화려하신데요. 영어가 도움이 되셨겠어요?

김재흠_ 네, 사실 저는 학교에 다닐 때 영어 꼴찌였습니다. 고등학교 3년 간 영어가 ‘가, 가, 가, 가, 미, 수’로 거의 바닥 수준이었고, 1983년 학력고사 때 영어가 50점 만점에 12점에 불과했습니다. 공무원 시험을 봤을 때도 영어 점수가 65점으로 다른 과목 평균 85점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처럼 영어가 제 반 평생의 콤플렉스였습니다. 그런데 2010년 7월 제게 기회가 찾아와 싱가프로에 있는 한국대사관에 근무하게 되면서 오준 대사님을 모셨는데요. 대사님을 모시고 어디를 갔다가 제가 영어를 못 알아들어서 굉장히 창피스러운 일이 있었습니다. 그 일이 있은 후 영어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당시 47세 나이였는데, 그 전까지 영어를 한 마디도 입 밖에 내본 적이 없었어요. 그때부터 영어 공부를 시작해 외국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국 재난관리 체계’를 영어로 소개하고 강의까지 할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뒤늦게 영어에 흥미를 가져 작년 2월 대학에 졸업한지 32년 만에 대학원에도 진학하였습니다. 세종에 있는 KDI 국제정책대학원인데요. 모든 수업이 영어로 이뤄져 제가 지원하게 된 것입니다. 여러 외국학생들과 만나 저녁도 먹고 그룹토의도 합니다. 그리고 필리핀에서 온 아리안느라는 친구를 만나 여러 정보를 교환하면서 제 영어 실력이 더 많이 늘어났습니다.

 

 

지방정부_ 유창하게 영어로 의사소통하기까지 얼마 정도의 시간이 걸렸나요?

김재흠_ 싱가포르에서 2년 동안 근무를 했는데요. 당시 생활영어를 수준급으로 끌어올려준 아주 친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토마스라는 싱가포르 대사관에 근무하던 리서처였는데요. 그 친구와 함께 업무를 하면서 제가 영어로 소통이 안되니까 굉장히 힘들고 답답했습니다. 영어공부를 좀 도와달라고 부탁을 해서 일주일에 세 번 이상 매일 둘이 같이 점심을 먹으러 다녔고, 일주일에 한 번씩 저녁에 영화를 보러가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계속 이야기하면서 1년 정도 되니까 조금씩 영어가 들리고 말도 잘하게 되고 변하더라고요. 제 자신이 너무 신기했습니다. 싱가포르 정부 기관 사람들에게도 예전에는 무서워서 만나자고 하면 회피하고 메일로만 대화를 했는데요. 영어에 자신감이 생기니까 일부러 점심을 먹자고 제안하고 사람이 변하더라고요.

 

지방정부_ 그렇군요. 그 이후에는 공직에 영어를 어떻게 접목하셨나요?

김재흠_ 싱가포르 근무를 마치고 한국에서 보직을 맡은 게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지원단이었습니다. 이후 청와대에서 2년 6개월 근무를 했는데요. 아침 7시 반까지 출근하는데 집에서 지하철을 타고 오면서 졸린 시간에도 짬을 내서 싱가포르에서 봤던 ‘스트레이트 타임즈’라는 영자 신문을 읽고 영어를 유지하다가 행정안전부로 복귀해야 하는데, 마침 프랑스 파리에 있는 OECD 한국 대표부에 자리가 하나 났다고 해요. 그걸 보고 다시 한 번 영어에 도전을 해보고 싶어졌습니다. 지원을 해서 합격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는 그동안 해온 생활 영어 수준으로는 턱도 없더라고요. 일단 유럽국가 사람들이 하는 영어는 악센트가 달라 알아듣기 힘들었습니다. 미국이나 영국 영어도 엄청 빨리 이야기를 해서 한 눈 판 사이에 지나가버려요. 그래서 또 다시 영어를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다른 부처 동료들과 영어 토론도 하고 동아리방도 만들었습니다. 특히 동료의 남편이 영국 사람이 있었는데, 그분과 1대1 과외도 받으면서 영어실력을 쌓았습니다. 업무는 메일로 하지 않고 될 수 있으면 직접 만나서 점심시간을 활용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런 노력을 하다보니 영어로 대화를 하고 의사소통하는데 큰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지방정부_ 정말 적극적으로 끝없이 노력하셨네요?

김재흠_ 이후 한국에 돌아와 재난 관련 부서의 과장을 거쳐 재난복구국장으로 승진한 후 재난 영어 강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태어나서 처음으로 강의를 한 것인데, 그게 영어강의였습니다. 인사 부서에 있다보니 강의할 기회가 전혀 없었거든요. 처음에는 영어로 대본을 써서 읽듯이 진행했고, 그 준비를 위해 한 달 정도 야근을 했습니다. 두 번째 강의는 재난협력국장시절 코로나19 업무를 담당했는데 사실 우리나라의 코로나 대응 중 드라이브 스루 같은 것은 여러 해외 나라의 호평을 받은 것인데요. 그런 것에 대해 잘 홍보가 되지 않아서 제가 홍보를 할 수 있는 자료를 만들었습니다.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체계 및 전략’이라는 주제로 말이지요. 말레이시아 과장급 공무원들이 교육을 받는 과정에서 강의를 했습니다.

 

지방정부_ 영어라는 차별화된 무기를 가지고 끊임없이 공직사회에서 도전을 해오셨는데요. MZ세대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많으실 것 같아요.

김재흠_ 저희 세대에 비해 MZ세대들이 공무원을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저희들도 물론 보수가 높지 않았지만 요즘 초임 보수는 굉장히 낮고 아주 중요한 연금 혜택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렇지만 공직은 여러 다른 좋은 혜택이 있습니다. 신분 보장이나 육아휴직 같은 복지제도가 민간기업에 비해 잘 갖춰져 있습니다. 또한 저처럼 자신의 일에 열심히 하다보면 대학원 진학이나 자기계발 기회가 많이 생깁니다. 무엇보다 조직에 기여를 많이 해야 합니다. 안그러면 절대 안보내줍니다. 조직에 기여를 많이 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또 공직은 가장 중요한게 국민의 봉사자입니다. 국민을 위해 일하고 국민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정책을 만들고 보람을 찾는 것입니다. 저도 공무원 초기 그만두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지만 초창기의 어려움을 잘 극복하고 조직에 잘 적응하면 더 큰 보람으로 일할 수 있는 직장이 된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방정부_ 영어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었나요?

김재흠_ OECD 대표부 근무 시절 학부모 모임에 가서 동양인 부부에게 제 아내는 도마뱀을 무척 싫어한다고 영어로 말했는데, 제대로 못 알아듣더라고요. 알고보니 제가 도마뱀 단어의 강세를 잘못 붙인 것입니다. 그로인해 제 생물학 지식을 총동원해 도마뱀 단어를 설명하니 그제서야 알아들었습니다. 정확한 영어 단어 스펠링도 중요하지만 강세를 정확히 발음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느꼈습니다.

 

지방정부_ 앞으로의 비전이 궁금합니다.

김재흠_ 한국의 K재난 관리 체계 같은 것을 퇴직하고서도 외국에 전파할 수 있는 기회로 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기본 재난 이론이나 현장의 경험을 국내 교육생들에게도 잘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유튜브도 해보고 싶습니다. 또 통번역대학원에 가서 공공행정분야 전문 통역사나 번역사로도 도전해보고자 합니다.

 

지방정부_ 끝으로 공무원이 가져야 할 원칙 같은 것을 말씀해주세요.

김재흠_ 일단 일을 열심히 해야 합니다. 조직에 도움이 되는 공무원이 되고 모든 일이 결국 국민의 행복과 안전을 위해 일한 것이니 만큼 공직자로서의 방향성을 확실히 잡아야 합니다. 그리고 현장의 목소리를 간과하지 말고 항상 열심히 들으려고 해야 합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결국 일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팀 단위로 하기도 하고 결국 상사나 동료, 부하들과 소통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서로 소통하고 협력해나가는 마음자세를 갖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함께 인터뷰에 참여했던 김병준 주무관은 김재흠 원장을 자신의 롤모델로 삼고 싶다며 “김재흠 원장이 영어 동아리도 만들고 직접 영어 강의도 해주시며, 자신이 알고 있던 원어민 교수들을 초청해 강의를 듣게 하고 학생들을 초대해 대화할 수 있는 계기도 만드는 굉장히 멋진 원장”이라고 칭찬했다. 한편 김재흠 원장은 자신의 스토리를 엮어 《영어 때문에 나만큼 아파봤니?》(행복에너지 출판사)라는 책을 출간했다.

 

 

양태석 기자 nlnc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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