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의 모든 공식 행사에서 채식만을 제공하도록 의무화한 안건이 영국 옥스퍼드셔 카운티 의회(Oxfordshire County Council)를 최근 통과했다.
이언 미들턴 녹색당 의원이 제안한 이 법안은 모든 카운티 의회 회기 중 의회 공식 행사에서 제공하는 식사 메뉴는 전부 채식으로 할 것과 학교에서 일주일에 이틀은 채식 메뉴를 선택할 수 있게 하고, 식품 소비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채식 의무화는 의회에 연간 6회 제공 되는 식사에 적용된다. 이번 조치는 영국 정부가 지난해 수립한 탄소절감 15년 계획을 담은 녹색 정책 목표에 따라 채식 운동의 필요성이 높아지는 시점에 나왔다.
자신이 채식주의자인 미들턴 의원은 “다른 기관도 유사한 조치를 취했으나 영국 카운티 의회 중 우리가 처음이다”라며 “영국은 육류 제품 소비가 세계 평균보다 2배 높다. 육류와 유제품을 피하는 것이 개인이 환경에 주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가장 크고 확실한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모든 의원이 채식주의자가 되라는 건 아니고 의회의 공식 행사에서 채식 메뉴만 제공하는 것으로 채식이 싫은 의원은 안 먹으면 그만이다. 의회 밖에서는 무엇을 먹든지 상관없다”라고 덧붙였다.
채식 의무화 법안은 여당인 자유민주당과 녹색당 연합이 추진했다. 법안 가결을 전후해 카운티 의원들 간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야당은 비건(채식) 의무화가 농장이 많은 옥스퍼드셔의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토리당 의원 데이비드 바돌료뮤는 "채식 의무화는 독재적 발상으로 육류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육류 선택권을 허용해야 한다"고 강력히 말했다.
한 무소속 의원도 "의회가 모든 식사를 채식으로 강제하는 것은 잘못이며, 채식화는 점진적으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농촌지역연합은 "의원들이 농가와 잘 소통해 농촌 사회에 맞지 않는 도발적인 제안을 중단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농촌지역연합의 한 관계자는 “육류 금지는 불필요한 지역사회의 분열을 가져오고, 지속 가능하고 환경 친화적인 농업을 하는 영국 축산에 대한 이해 부족을 드러낸 것”이 라고 주장했다.
영국 정부 기후변화위원회의 한 보고서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는 육류와 유제품 소비를 20% 줄이고, 사육 가축 수를 줄여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한다고 분석했다.
육류 및 유제품 소비는 온실가스 배출 및 산림 파괴에 상당한 큰 원인을 제공하므로 이런 식품 소비를 줄이는 것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아주 중요하다.
옥스퍼드 대학의 전문가들이 분석한 결과 영국정부의 탄 소절감 목표를 달성하려면 소고기 소비를 약 89%, 돼지고기는 66%, 양고기는 63%, 유제품 소비는 20%를 각각 줄여야 한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채식을 많이 하면 치매, 심장병, 식사 습관으로 인한 암 발생과 코로나19로 인한 심각한 합병증 유발 위험을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