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좌담회] “우리는 늘 눈물을 삼키는 요양보호사입니다. 인격적 존중과 처우 개선 필요합니다”

  • 등록 2022.03.30 16: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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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0%. 2045년 대한민국 고령화율이다. 달리 말해 돌봄 노동력이 필수라는 의미다. 2022년 현재 요양보호사의 현실은 어떠한가? 코로나로 업무는 늘었는데 처우는 십수 년째 제자리. 성희롱·성추행 등 각종 성범죄에 대한 두려움과 보호자들의 폭언, 대상자들의 폭행을 감내하며 속으로만 울분을 삼킨다. 그래서 만났다.

각종 요양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요양보호사들의 실태와 대안은 무엇인지 월간 《지방정부》, 인터넷 뉴스 티비유가 묻고 들었다.

 

이영애 월간 《지방정부》· 인터넷 뉴스 《tvU》 발행인_ 고령사회 대한민국, 어르신 돌봄에 종사하는 필수 노동자 요양보호사야말로 소중한 직업인데요. 이번 좌담회는 현장에서 구슬땀 흘리는 요양보호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개선점과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먼저 자기소개로 좌담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이성자 방문요양보호사_ 13년 차 재가 요양보호사 이성자입니다.

정찬미 서울요양보호사협회장_ 요양보호사의 권익 보호와 양질의 어르신 돌봄 서비스를 위해 2017년 12월에 창립한 서울요양보호사협회 회장 정찬미입니다.

최현혜 시립중랑요양원 시설요양보호사_ 안녕하십니까. 서울시립중랑요양원 요양보호사이자 요양 노동자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활동하는 최현혜입니다.

 

이영애_ 요양보호사이면서 동시에 요양보호사들의 권익을 위해 역할을 하고 있으신데요. 요양보호 현장의 실태와 함께 직책을 맡아 활동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최현혜_ 시설 요양보호사들은 직업 특성상 감염병에 노출되기도 하는데, 운영진에게 말해봤자 돌아오는 답이 뻔해 속으로만 끙끙 앓습니다. 개인이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죠. 요양 노동자들의 권리와 힘듦을 보살피기 위해 조합을 만들어 노동자들을 돕고 대변하고 있습니다.

정찬미_ 데이케어센터에서 10년간 요양보호사로 근무하다가 올 3월 협회 회장직을 맡았습니다. 국회의원, 시의원, 구의원들을 만나 이야기해보면 요양보호사의 세계를 너무 모르세요. 우리의 현실은 물론이고 처우 개선과 같은 요구 사항을 알리기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영애_ 현장이 힘든 직업이지만, 보람도 있으시죠?

이성자_ 목에 호스를 꽂고, 소변 줄을 찬 87세 여성 어르신을 돌봐드린 적이 있어요. 거동을 못 하고 병원에선 씹고 삼키지 못한다고 했는데, 밥을 미음보다 묽게 지어 하루 대여섯 차례 드렸더니 음식을 넘기시더라고요. 그렇게 3~4개월을 돌봐드렸더니 소변 줄을 빼고 화장실을 다닐 정도로 어르신이 소생했어요. 그 후 2~3년을 더 살다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요양보호사로서 매우 보람을 느꼈습니다.

 

이영애_ 요양보호사로서 다양한 준비가 필요하네요. ‘이런 거는 너무 힘들어서 좀 알아주면 좋겠다’라고 할 만한 사례도 있지요?

최현혜_ 치매 어르신 중 요양보호사의 가슴을 움켜잡는다든가 엉덩이에 손을 대는 등 성희롱·성추행을 하고, 보호자 중에 폭언하는 분도 있습니다. 폭언을 듣고 나면 하루 종일 기운이 빠지고 의욕이 꺾여요. 그래도 묵묵히 일해야 하는 입장입니다.

정찬미_ 성희롱이나 성추행당한 요양보호사가 42.5%가량이라고 합니다. 성 인지 감수성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60% 넘는다고 봐야 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성희롱이나 성추행 발생 시 상담받을 수 있는 센터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했고요. 또 방문요양보호사의 경우 1대 1 돌봄이어서 시설이나 기관보다 더 안 좋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요. 그럴 때 2인 1조를 이뤄 돌볼 수 있도록 요구하고도 있습니다.

이성자_ 요양보호사 선생님들 대부분이 근골격계 질환이 있어요. 치매 어르신의 경우 언제 돌발 행동을 할지 모릅니다. 순식간에 폭행을 당해 상처 입기도 하죠. 너무 아파서 병원을 가면 그 시간은 근무 시간으로 쳐주지 않습니다. 야간 시간대에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이 있으면 좋겠어요. 아니면 어르신이 병원에서 물리 치료 받는 동안이라도 같이 치료받으면 참 좋을 것 같고요. (QR)

 

 

이영애_ 아픈데 병원을 못 가다니요. 제가 다 화나려고 하네요. 현장 상황을 좀 자세히 말씀해주시겠어요?

정찬미_ 정부는 요양보호사에게 지급하던 처우 개선비를 없애고 장기근속 수당을 지급하고 있는데요. 3년 넘게 사회복지시설에 계속 근무하는 장기 요양보호사들에게 지급되는 돈입니다. 시설이나 데이케어센터에 종사하는 경우 계속 근무가 가능하지만, 방문요양보호사들은 의지와 상관없이 퇴직하거나 일자리를 수시로 잃어 장기근속 수당을 받지 못합니다. 동일 직종에서 일하면서 어쩔 수 없이 기관을 옮겨 일하는 방문요양보호사들도 경력을 인정해줘야 한다고 봅니다.

이성자_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방문요양보호사들을 위해 장기근속 수당은 계속 근무가 아니라 총 근로 시간을 합산해 계산하면 좋겠어요. 방문요양보호사는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기 쉬워요. 바로 다른 기관에 취업하더라도 3년 계속 근무 조건을 채우기가 쉽지 않습니다. (QR)

 

이영애_ 건강보험공단에서는 요양시설에 입소하기 꺼리는 어르신들을 위해 가정 돌봄을 늘린다는데, 방문 요양은 또 나름의 애로 사항이 있었네요.

정찬미_ 장기요양요원 1인당 30만 원의 복지 포인트 지급대상에 방문요양보호사가 빠졌습니다. 국회 남인순 의원을 찾아가 항의했고, 다행히 시설 및 재가 등 장기요양요원 36만 명에게 1인당 20만 원씩 한시 지원금이 돌아가도록 도와주셨습니다.

최현혜_ 30만 원의 복지 포인트는 시설 종사자들에게 해당됩니다. 다만 일괄 지급이 아니라 한 달에 충족해야 하는 시간이 있어요. 그걸 달성해야 복지 포인트가 지급되는 겁니다. 일하다 보면 다치기도 해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수 있어요. 기왕에 주는 거라면 기준 시간을 두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이영애_ “요양보호사가 환자를 함부로 대하니 어르신을 요양원에 보내면 안 된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요양원이나 센터의 역할이 중요할 텐데, 운영이 잘되고 있습니까?

최현혜_ 코로나19 상황이라 요양보호사들은 방호복을 입고 그 위에 또 비닐을 씁니다. 마스크는 기본 2개씩 착용하고요. 옷이 땀으로 흠뻑 젖어요. 이런 속에서 묵묵히 돌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설에 있는 엄마가 왜 코로나19에 감염되냐”며 비난하는 보호자님들이 있으세요. 저희들의 처지를 조금이라도 이해해주면 좋겠습니다.

정찬미_ 방문요양보호사가 코로나19에 확진되면 코로나 긴급지원금은 받을 수 있지만 어르신이나 그 가족이 확진되는 경우 일을 못 하게 되고, 급여가 안 나옵니다. 그에 대한 보상도 없어요. 그런데 어르신들이 요양보호사들을 통해 감염된다고 보도하며 확진을 종사자 탓으로 돌리는 실정입니다.

 

이영애_ 언론에서 요양 보호 현장을 좀 더 깊숙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겠네요. 요양보호센터가 체계적이지 않다는 생각도 드는데, 어떤가요?

최현혜_ 돌봄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으려면 서울시 생활임금 수준으로 받아야 한다고 봅니다.

정찬미_ 그래야 젊은 인력이 진입할 수 있어요. 현재 50대 후반에서 60대가 가장 많아요.

이성자_ 코로나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기간 동안이라도 요양보호사에게 위험수당을 보상해주면 마음 놓고 일할 것 같아요.

 

이영애_ 이런 말씀 들으면 좀 서운한 마음이 들 것 같은데요, 일부에서 요양보호사를 전문 직업인이 아니라 가사 도우미 정도로 여긴다고 들었어요. 가사 도우미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분명 다른 직업이잖아요.
왜 그렇다고 보시며, 대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이성자_ 제도 초기엔 여가를 활용해 돈벌이로 요양보호사를 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고 봅니다. 요양보호사를 바라보는 인식이 바뀌고 있고, 요양보호사 스스로 전문 직업인으로서 갖춰야 하는 역량이 있다고 생각해요. 요양보호사가 어르신을 성심성의껏 잘 돌보면 존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찬미_ 요양보호 업무 매뉴얼이 있음에도 보호자가 돌봄 외 세탁, 조리, 심지어 김장까지 요청하는 경우가 있어요. 또 ‘선생님’ 하며 잘 대하다가 이웃이 놀러 오면 “아줌마, 여기 커피 한 잔” 하는 사례도 있다고 합니다. 요양보호사에 대한 사회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죠.

저희는 서울시 어르신 돌봄 종사자 종합지원센터에서 교육권, 건강권, 노동권 등 지속해서 교육받고 있어요. 이를 통해 역량을 높이고 어르신 돌봄 전문가로서 자질을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QR)

최현혜_ 어르신 대비 요양보호사 법정 인원이 12년째 2.5대 1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2.5대 1은 말 그대로 법정 인원이지, 3교대 근무 현실과 어르신 식사 수발, 목욕, 빨래 등 온갖 궂은 일 외에 프로그램 같은 생활 지원까지 고려하면 1인당 돌봄 어르신 수는 6명가량입니다. 코로나19로 요양보호사 한 명이 확진되면 6명 넘게 돌본다고 보셔야 해요. 정부가 2025년까지 2.1대 1로 낮추겠다는데, 당장 어르신 대비 요양보호사 법정 인원을 1.5대 1 수준으로 낮춰야 돌봄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습니다.

 

 

이영애_ 아주 중요한 문제를 짚어주셨네요. “요양보호사들이 성의 없이 대한다. 그래서 요양보호사 중에 돌봄을 잘하는 사람은 왕따당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여러분 스스로 각성의 목소리를 좀 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어떻습니까?

이성자_ 친밀하다 못해 어르신과 격의 없이 지내는 경우가 있어요. 그 점은 주의해야 하죠. 돌봄 종사자는 자기만의 돌봄 철학과 기술이 필요합니다. 어르신 돌봄이야말로 생명과 관련 있다는 점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13년간 돌봄 현장에서 일하다 보니 어르신들을 잘 돌보려고 나름대로 애쓰고 있어요. 그동안 성의 없이 대충 해왔다면 그런 비난을 받아가면서 어떻게 오랜 시간 동안 어르신을 모셨겠어요.

최현혜_ 요양보호사가 어르신을 학대하는 사례가 여러 차례 보도됐고, 이로 인해 요양보호사 전체가 부정적인 집단으로 비쳐지기도 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저희도 인간이고 감정이 있어요. 어르신을 목욕시키는데, 어르신이 갑자기 얼굴에 침을 뱉거나 조금 불편함을 느끼면 심한 폭언도 합니다. 최대한 감정을 내려놓고 참아보려고 하지만, 침 세례를 받으면 누구든 목소리가 커지겠죠. 요양보호사도 사람입니다. 요양보호사 전체를 나쁘게만 보지 말고 인격이 있는 한 사람으로 봐주시고, 최선을 다해 어르신을 모시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면 좋겠습니다.

정찬미_ 저는 작년에 외부 강사가 끊긴 상태에서 프로그램을 무리하게 혼자 진행하다가 성대결절 수술을 받았어요. 전문가들은 에너지의 60%만 쓰라고 하지만, 저희는 100%를 다 돌봄에 쏟아붓습니다. 이렇게 요양보호사들은 꾸준히 교육받고 전문가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이영애_ 다양한 말씀을 나눴는데, 요양보호사 처우를 이렇게 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에 대해 이야기 나눠주시죠.

이성자_ 경력 13년 차나 갓 입문자나 시급이 똑같습니다. 경력직 요양보호사는 계속 근무한 기록이 남아 있으니 복지 포인트를 지급해주면 좋겠습니다.

정찬미_ 개인이 운영하는 센터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하나의 장기요양기관에서 간호사와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가 함께 이용자의 개별 상태와 수요를 파악해 2가지 이상의 재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합재가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공공의 성격을 띤 기관이 늘어나야 하고요, 이를 기본 모델로 표준 임금 가이드라인 등이 만들어지면 좋겠습니다.

최현혜_ 서울시가 요양보호사들에게 무료로 독감 예방 접종을 해주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독감을 비롯해 각종 감염병 예방 접종할 수 있도록 시설 요양보호사와 방문요양보호사 구별 말고 똑같이 혜택을 주면 좋겠습니다.

정찬미_ 작년 서울시 자치구들이 돌봄 종사자 처우개선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어요. 이에 근거해 정책을 수립해 잘 시행하는 곳도 있고, 아직 실행 전인 곳도 있는데요. 자치구 조례가 있는 만큼 잘 실행되기를 바랍니다.

 

이영애_ 실행을 잘하는 지자체가 어디인가요?

정찬미_ 성동구입니다. ‘성동구 장기요양요원 처우 개선 및 지위 향상에 관한 조례’ 제정을 비롯해 요양보호사들을 힐링 캠프에 보내주고, 지난해 요양보호사 표창도 수여했어요.

(즉석에서 정원오 성동구청장과 통화 연결해 감사하다는 요양보호사들의 큰 박수와 마음을 전했다.) 

이영애_ 요양보호사 여러분을 보면서 ‘나도 한번 도전해볼까’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텐데요. 요양보호사가 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요?

최현혜_ 내 가족을 돌본다는 마음이 아니면 정말 힘들어요. 요양보호사는 누군가에게 존경받아야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하고 있고요, 적극적으로 돌보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이성자_ 돈벌이라 생각하지 마시고 사랑이 마음 바탕에 자리하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 직업을 갖기 잘했다고 생각해요. 매우 가치 있고,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합니다.

 

 

이영애_ 여러분이 좋은 돌봄의 주춧돌입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요양 기관이나 시설에서 꼭 일일 체험을 해보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대통령에게 여러분의 바람을 전하는 말씀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이성자_ 방문요양보호사들은 고용이 불안하고 급여가 보장이 안 됩니다. 사회서비스원처럼 공공의 영역으로 흡수해 성심껏 어르신들을 돌볼 수 있게 해주면 좋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님! 돌봄 정책에 마음 써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정찬미_ 국공립 요양시설과 재가 요양 기관이 30% 이상 확충되면 좋겠고요. 통합 재가 급여가 전면 실시돼 방문요양보호사의 일자리가 안정되고, 처우도 개선돼 마음 놓고 일하면 좋겠습니다.

최현혜_ 시설 요양보호사들은 직업상 감염병에 노출되기 쉽고, 아파도 유급 병가를 받지 못합니다. 유급 병가를 꼭 처리해주시고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아 서울시 생활임금 수준으로 보장해주시기 바랍니다. 윤석열 대통령님 꼭 부탁드립니다.

 

이영애_ 여러분, 어떻게 보셨습니까? 100세 시대 돌봄, 앞으로 우리가 마주해야 하는 현실입니다. 요양보호사님들이 정말 고생하는데요. 일부 불편한 점만 보지 마시고 우리 함께 행복한 사회가 되도록 요양보호사님들을 응원하고 지지하며, 힘 모으면 좋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다 같이_ 감사합니다.

 

김자현 기자 nlnc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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