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은 선거운동 못한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 공무원 정치참여 언제 가능한가
이영애(《월간 지방자치》 발행인 겸 편집인)_ 6˙13 선거를 앞두고 공직사회가 요동치고 있다고 해요. 공무원이 선거에 개입하면 안 되는데, 어디까지가 개입하는 것인가요. 공무원들이 SNS에서 ‘좋아요’도 누르면 안 된다고 하던데요.
이연월(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_ SNS상에서 선거기간에 ‘좋아요’를 누르면 특정인을 홍보하는 것처럼 돼서 처벌이나 징계를 받아요. 선거기간에 공무원이 범죄자가 안 되려면 유령이 되어야 하는 거죠. 공무원도 국민인데, 정치적 기본권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엄길청(경기대 서비스경영전문대학원 교수)_ 다양한 경험과 개인적 이해관계가 있는 공무원들을 몽땅 싸잡아 정치활동을 하지 말라고 하고 있는데요. 이해관계만 놓고 따지면 기업가, 단체장도 다 중립의무를 지켜야 하는 것 아닌가요. 이제는 다른 지평에서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각희(공무원연금공단 연금연구소장)_ 공무원도 국민이고 사람이니까, 개인적인 정치적 성향까지 침해하면 안 되지만 지위나 직급, 업무상 관련된 것으로 정치 성향을 피력하는 건 문제가 된다고 봅니다. 그래서 그걸 금하는 법이 있는 거고요. 실정법이 있는 데는 그 만한 이유가 있는 거니까요. 세계 어느 나라나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요구합니다. 독일도 직무와 관련해서 정치적 중립을 엄격히 요구합니다.
이연월_ 독일은 정치적 기본권으로 정당 가입이 허용되고 겸직도 허용됩니다. 그리고 나라별로 법이 어떻게 되는가보다 근본적으로 공무원의 정치적 기본권을 허용하는지 여부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최금숙(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_ 헌법이나 법률에서 공무원 중립을 규정한 이유는 권한이 있는 공무원이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하면 불공정하게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미투’ 사건에서도 상급자의 행위에 대해서 피해자가 거부를 못하는 이유는 상급자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입니다. 권한이 있는 자는 그 영향력이 있기 때문에 공평성 측면에서 중립의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영애_ 알게 모르게 선거에 개입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중립을 지켜야 한다면, 어느 정도까지 지켜야 하는가요.
이연월_ 헌법 제7조 제2항은 “공무원의 중립성을 보장한다”고 돼있습니다. ‘보장한다’고 돼있는 헌법조항을 엉뚱하게 정치권이나 국가권력이 오히려 제한하고 이용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승만 정부 때 국가권력이 공무원을 선거에 이용하는 것을 막으려고 공무원 중립성 보장 규정을 만든 건데 6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국가권력이 공무원 중립성을 보장해주지 않고 이용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국정원 댓글사건만 봐도 그렇고요.
엄길청_ 정치적 중립과 정치활동의 중립은 다르다고 봅니다. 특정인을 위한 선거활동, 지위를 이용해서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절대 안 됩니다. 그러나 인간은 모두가 정치를 이용해서 자기를 지킵니다. 공무원도 인간이고 국가권력으로부터 자기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수단이 정치인데, 거기서 중립을 지키라는 것은 부당합니다.
이영애_ 공무원들이 한 당만 지지하는 것도 아니고, 개인의 성향에 따라 자유롭게 지지하는 데, 그것도 문제가 되나요?
최금숙_ 판사는 독립적으로 양심에 따라 재판하게 돼있고 나아가 자기 ‘소신’으로부터 독립해야 합니다. 자기 소신이 판결에
영향을 미치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공무원들이 일할 때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에 알게 모르게 도움이 되니 그게 문제인 거죠.
이연월_ 공무원은 법에 있는 것을 집행합니다. 판사와 마찬가지입니다.
정치적 소신에 따라 직무하는 것과 정치적 기본권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우려하는 부분은 이미 공무원법에 다 규정돼 있고 어기면 처벌받고 있습니다.
엄길청_ 먼저 공무원이 공무를 공정하게 집행한다고 믿어야 합니다. 기업 보고 주주 이익을 위해 중립을 지키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목표가 주주이익이니까요. 공무원은 국민의 행복, 국가의 발전을 위해 일을 하니, 공정한 공무집행이라는 틀을 우선 신뢰하고 개인의 정치적 의사표시, 이슈 제기에 이르기까지 일정한 통로를 열어줄 때가 됐다고 봅니다.
이각희_ 막스 베버가 “공무원은 업무수행을 할 때 규정대로 하면서 개인으로서 자아를 망각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개인적인 판단 없이 법에 정한 그대로 집행해야 합니다. 공무원의 사회적 지위와 권한 악용, 남용이나 오용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정치적 중립을 이해하면 좋겠습니다.
이영애_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공약에서 공무원의 정치적 활동을 허용해야 한다고 했는데 바뀐 것이 있나요?
이연월_ 집권 후 실질적으로 크게 인정된 것은 없는데 공약하신 부분은 이행할 거라 믿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 박주민 의원이 이와 관련해서 정당법, 국가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그 이상 진전된 것은 없습니다.
이영애_ 법 개정해서 정당 가입도 하고 후원도 하자, 이런 주장을 하시는데 염려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이연월_ 후원금 관련해서도 이중적인 태도가 있죠. 공무원이 개인적으로 정치하시는 분을 지지하고 돕고 싶어 1만 원을 후원하는 것은 안 되는데, 선관위에 정치헌금하는 것은 됩니다. 강제하는 부분도 있고 지방할당량까지 나눠주기도 하고요. 개인으로서는 안 되고, 오히려 공무원으로 선관위에 후원금 내게 하는 것, 이런 건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최금숙_ 지방여성단체협의회 정관을 보면 회장의 중립성 의무가 있습니다. 권한이 없는 비영리 NGO 회장도 중립을 지켜야 하는데 하물며 공무원은 엄청난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공무원은 권한이 있기 때문에 공평성 차원에서 중립 의무도 있는 것입니다. 법에서는 ‘권유’조차도 안 되게 규정하고 있죠. 권한, 즉 영향력이 있어서 권유가 아닌 강제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영애_권유 아닌 SNS에서 ‘좋아요’ 누르는 것까지 안 되는 것은 어떤가요.
최금숙_ ‘좋아요’ 누르는 행위도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분명히 후보자가 아무개 공무원이 ‘좋아요’ 눌렀단 걸 아는 순간 이득을 얻게 됩니다. 공무원 입장에서는 제약이 답답하겠지만 공무원의 여러 가지 권한과 직책을 고려할 때 공무원의 윤리와 중립성이 중요합니다. 어느 범위까지 제한해야 하는지 정하는 게 관건인 거죠.
엄길청_ 정부가 ‘행정’을 하는 단계는 지났습니다. 공무원도 지역사회를 위한 행정이 아닌 경영을 하고 있어요. 사회경영자인 공무원에게 책임과 의무만 주고 정치적 활동 권리를 안 주는 것은 문제가 있어요. 또 정치를 캠페인이라고 하는데요. 중요한 사회적 정서입니다. 공무원에게 정치적 소감을 표출 못하게 하고 박제된 행위만 해라? 문제가 있죠.
이영애_ 해외는 어떤가요?
이각희_ 공무원 제도와 신분제 요소가 강한 나라일수록 중립 의무도 강합니다. 독일은 전형적인 신분제로 우리나라와 비슷하고 북유럽은 신분제 요소가 약하기 때문에 정치적 중립 의무도 약합니다. 스위스는 돌아가면서 주민들이 공무원의 업무를 합니다. 공무원 중립의무란 말을 할 필요가 없는거죠.
엄길청_ 첨언하면 이제 ‘게젤샤프트(Gesellschaft : 계약에 의해 이뤄진 인위적이고 이해타산적인 이익사회)’는 없습니다.
‘게마인샤프트(Gemeinschaft : 혈연이나 지연 등 애정을 기초로 하는 공동사회)’예요. 정부든 뭐든 그 체제하에서 자원봉사도 하고 흥겨움도 있고 실망도 있고 회복도 하면서 정책도 만들고 하는 거죠. 보장된 내 직업, 내 권한 그런 게 없는 거죠.
최금숙_ 장기적으론 그렇게 되겠죠. 그런데 지금은 솔직히 ‘공무원은 철밥통’이라는 말이 유효하잖아요. 일종의 신분제 공무원이죠. 공무원 신분이 헌법과 법률에 의해 보장되고 그 영향력이 분명히 있는 현 상황에서 지금 말씀하신 내용이 얼마나 현실성이 있을지 고민하게 됩니다. 지금 시점에서는 고위공직자를 등급화해서 제한 범위를 다르게 하는 세밀한 논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영애_ 직급을 기준으로 정치참여 범위를 제한하자는 말씀이시죠?
최금숙_ 정치참여만의 이야기라기보다 지금 법에서 금하고 있는 것을 어느 범위에서는, 하급직에게는 조금 완화하자는 의미입니다.
이각희_ 지금도 실행되고 있잖아요. 공무원 노조 가입도 급수 제한이 있고요.
이연월_ 현재 공무원노조법에 의하면 6급 이하만 노조 가입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이런 조치도 노동기본권 측면에서 문제가 있어요. ‘기본권’ 측면에서 급수에 따라 제한하자는 것은 다소 위험한 발상이라 생각합니다.
최금숙_제 말씀은 공무원 하다 정치 진출하는 이들에게 일정 한 유예기간을 강제한다거나 하자는 뜻입니다.
이영애_ 제가 현장 이야기를 들어보면요. 공무원들이 실제로는 다들 정치 활동을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지한 후보가 당선되면 그 공무원도 좋은 보직으로 가게 되고요. 또는 줄을 잘못 타서 4년 내내 고생하는 공무원들도 있다고 해요. 이런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최금숙_ 사실 공공연한 비밀이죠.
이각희_ 제 생각엔 공무원 제도의 문제라기보다 사람의 문제라고 봅니다. 독일은 한번 공무원은 퇴임 후에도 그 신분을 유지하기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날 수가 없어요. 공무원이 선거에 개입한다? 그건 퇴직하고도 안 되는 일이에요.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국장으로 퇴임해 유관 기업에 간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우선 법에 의해 2년간은 퇴직 이전에 수행하던 직무와 관련한 분야에 취직이 금지돼있고 설령 하더라도 해당 부서에 가서 허가를 받아야 해요.
이연월_ 우리도 그런 법이 있죠. 그보다 현장에 가보면 공무원들이 암암리에, 때론 자의와 무관하게 정치활동에 동원된다고 하는데 그 원인은 자치단체장이 권력을 가지고 아래 공무원들에게 정치중립 의무를 위반하도록 하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공노총의 주요 과제도 과도하고 불합리한 권력 행사를 견제하는 거고요. 산하 공무원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하는 단체장을 감시하고 공무원을 보호하는데 힘쓰고 있습니다.
이영애_ 문재인 대통령 공약처럼, 공무원 정치중립 제한을 완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이각희_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하지만 그에 앞서 한 가지 조건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무원의 정치 참여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거죠. 특정 기관 공무원들이 현 정권에 이용당하는 것을 막을 제도적 장치가 필요해요.
이영애_ 무슨 우려인지 알겠습니다. 한편으로는 특정 정당을 지지하게 한다거나 할 수도 있죠.
이각희_ 그렇죠. 조직이라는 게 기조가 있을 수밖에 없잖아요.
이연월_ 아니 100만 공무원의 성향을 하나로 정의한다는 게 어떻게 가능하겠습니까. 공무원단체가 그들에게 ‘어떤 입장에 따르라’라고 말하는 것은 있어서도 안 되고 가능하지도 않은 일이죠.
최금숙_ 이 대표님이 처음 말씀하신 취지는 ‘줄 서기’ 잘못해 피해 입는 공무원들의 문제가 결국 일반 국민들에게도 안 좋은 일이 아니냐는 의미 같네요. 단체장들의 ‘자기 사람 챙기기’ 문화를 견제하는 노력으로 해결 가능한 문제라고 봅니다.
우리도 더 잘 감시해야죠.
엄길청_ 우리 사회의 리더십이라는 것이 예전처럼 명예롭고 또 아주 견고하면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게 고행이에요. 책임만 크고 힘은 힘대로 들죠. 그런 결정과 도전에 임하는 사람들에게는 일정한 팀워크를 보장해줘야 해요. 안 그러면 효율적으로 일 못 합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만 해도 딸을 포함해 주변인들로 참모진을 꾸려서 일하잖아요.
세계 정치의 현장에 세련된 지식인이나 합리적인 행정가만 있는 것이 아니에요. ‘공동의 선’ 속에서 의사결정이 국민 수준에서 잘 진행될 거라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고 봐요.
이영애 _ 마지막으로 6·13 선거를 앞두고 공무원의 정치중립과 우리가 어떤 리더를 뽑아야겠다는 의견을 부탁드립니다.
이연월_ 좋은 리더를 뽑아주십시오. 덧붙여 정계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대통령의 공약처럼 정당법, 국가공무원법 개정안
통과를 통해 공무원의 정치적 기본권을 보장하는 데 힘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각희_ 저는 기본적으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정치적 기본권이 상충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보완관계죠. 정치적 중립의 대명제는 공무원이 직위를 이용해 특정 집단이나 특정인을 위해 남용해선 안 된다는 뜻이지 개인의 정치활동까지 억압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라고 봅니다.
최금숙_ 대통령 공약사항도 있고 변화의 가능성이 보이는 중요한 시점입니다. 최소한 직급별로 하위직 공무원들은 자유를 보장해줘야 한다고 봅니다.
엄길청_ 모든 국민은 그가 누구이든 정치 시민으로서 참여할 권리를 가집니다. 기본권은 평등해야 합니다. 다만 이 과도기에 어설프게 갖고 있는 공무집행의 권한을 사적으로 편취하는 것은 과거보다 훨씬 더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영애_ 오늘 말씀이 많은 공감대를 형성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